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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정의'의 이름으로 본즈를 응징했던 휴스턴 팬들의 지금 심정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6.


지난해 5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경기 중에는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최악의 사건이 벌어졌었다.


당시 휴스턴의 구원 투수로 나왔던 러스 스프링어가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온 배리 본즈에게 5구 연속으로 빈볼을 던졌던 것이다. 당시 경기는 본즈의 맹활약으로 11-3으로 크게 기울어 있던 상황에서 스프링어는 누가 봐도 명백한 빈볼을 계속해서 던져댔고, 결국 5구째에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어깨에 공을 맞은 본즈는 1루로 걸어 나갔고, 심판은 스프링어와 필 가너 감독에게 퇴장을 명했다. 더욱 어이없었던 것은 퇴장하는 두 명을 지켜보던 휴스턴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크나큰 환호성을 지르면서.


당시 본즈는 통산 713호 홈런을 기록하며 베이브 루스의 기록에 단 하나의 홈런만을 남겨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 빈볼 사건은 스테로이드 사용 의혹으로 말미암아 그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던 바로 그 때에 일어났던 것이다. 휴스턴 팬들은 당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본즈에게 감독과 투수가 정당한 응징이라도 한 듯 그들의 만행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국내의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은 휴스턴이라는 팀과 그들의 팬에게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은 지 2주 후,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로저 클레멘스가 휴스턴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전 2년간 팀의 에이스로서 맹활약해준 클레멘스를 휴스턴 팬들은 환호 속에 맞이했고 비록 포스트 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클레멘스는 영웅으로서 휴스턴에서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요즘, 그 상황은 180도 달라지고 말았다.


얼마 전 발표된 미첼 보고서에는 바로 그들의 영웅 로저 클레멘스가 앤디 페티트와 함께 그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발표 직전에 볼티모어로부터 트레이드 해온 미겔 테하다 역시도 약물 사용이 적발되어 파문의 한가운데로 떨어지고 말았다.


클레멘스가 뚜렷한 증거가 없이 트레이너였던 브라이언 맥나미의 증언만으로 명단에 오른 것에 반해, 테하다의 경우는 자신이 스테로이드를 구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증거물까지 함께 공개되었다. 테하다는 ‘의혹’의 여지조차 없는 확정적인 선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스턴 프런트는 테하다에 대해 별다른 조취를 취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는 클레멘스를 복귀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배리 본즈에게 714호 홈런을 맞기 싫어 빈볼을 던졌던 그들이 이제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팀의 감독과 투수가 저질렀던 부끄러운 행동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길 원했던 휴스턴의 팬들. 그들은 지금 휴스턴 프런트 진의 구단 운영을 보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년 시즌 테하다가 홈 개막전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팬들이 보여줄 반응이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