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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SK와 두산, 그들은 수준이 다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4.

 22일 승리에 이어 23일 경기까지 승리한 두산은 문학에서 벌어진 원정 SK 3연전에서 미리 2연승을 거뒀다. 물론 두 경기 모두 두산이 승리하긴 하였으나 그것만으로 두산이 SK보다 강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됐건 현재 1위팀은 SK이고 두산은 2위팀이기 때문이다. 순위에서는 SK가, 상대전적에서는 두산이 앞서고 있는 아주 볼만한 상황을 연출해 주고 있다.

두 팀은 맞붙기만 하면 피튀기는 승부를 연출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붙는 모든 경기가 명승부고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더욱 흥미진진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한때 부상에서 복귀한 박용택의 활약에 힘입은 LG가 상위권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 적이 있었다. 파죽지세로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그들 앞에 놓여진 상대는 SK와이번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LG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SK의 3연전 스윕. 싱거운 결과였다.

반면 이미 지난 잠실 3연전에서 명승부를 펼친바 있는 SK와 두산은 이번에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까지 펼쳐진 두 경기 모두 경기 후반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마치 코리안 시리즈를 치루 듯이 말이다. 그들은 여타 팀들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끊임없는 훈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SK식' 야구

시즌이 끝나도 SK 선수들에겐 끝난게 아니다. 그들의 겨울은 8개구단 중 가장 뜨거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SK의 훈련량은 어마어마하다. 지난 해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던 다카쓰 신고를 취재하기 위해 리포터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요미우리 출신의 구와타는 선수 시절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한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한국을 방문하던 당시 SK의 훈련량을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구와타의 말에 의하면 SK는 스프링캠프 때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쉴새 없이 훈련을 하고 시즌 중에도 오후 1시부터 훈련을 한다고 한다. SK의 훈련에 대한 반응은 이뿐만이 아니다. WBC를 앞두고 김광현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일본의 리포터가 김광현의 훈련 장면을 보고 '저렇게 훈련을 많이 하니 잘할 수 밖에...'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그들이 2년 연속 한국프로야구 정상에 오른 것은 땀의 결과물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2008 코리안 시리즈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김현수는 눈물을 흘렸다. 두 경기 연속으로 팀의 패배를 확정짓는 병살타를 쳐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두산 선수들 중 울고싶었을 선수는 김현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SK의 수비 시프트에 안타성 타구를 잡힌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한 SK의 절묘한 수비 시프트는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이 버티고 있는 SK는 전력분석에서는 8개구단 중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SK가 봉중근의 입술모양을 보고 구질을 파악한 사례를 덧붙이면 그들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2군 선수들은 준비된 예비 스타

두산에 대해 쓸때마다 자주 쓰게되는 말들이 있다. '두산은 매해 히트상품을 배출해 낸다.', '화수분' 두산' 등... 사실 조금 진부하다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기에 또 쓰겠다. 두산은 매해 히트상품을 배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전 시즌 두산의 '불펜에이스' 이재우와 07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임태훈을 제치고 두산의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한 고창성 에서부터 이종욱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정수빈까지... 올해는 히트상품 한개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두산은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아무리 드래프트에서 상위픽을 받으면 뭐하나. 대부분의 팀들이 상위픽으로 지명된 선수들을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동포지션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기용하지 않고 있다. 분명 팜에 좋은 자원들이 많은데도 팀에 선수가 없다고 푸념하는 감독과 스프링캠프 때 2군 선수들의 모습은 지켜보지도 않고 1군 라인업은 매번 그밥에 그나물인 팀의 감독도 있으니 말다했다.

두산이 끊임없이 깜짝스타들을 배출해 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어느 팀처럼 매번 하위권의 성적을 거둬 드래프트 상위픽으로 신인들을 지명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유난히 두산의 2군에선 매번 좋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두산베어스]



2군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언젠가 1군 무대를 밟길 고대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자신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콜업되는 선수는 또 '그 선수'라면? 몇해 전 잘했던 하지만 근 몇년간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던 부상에서 막 복귀한 '그 선수'라면? 바로 이 점이 타팀과 구분되는 점이라 본다. 모든 선수들이 1군 선수가 될 수 있고 모든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팀, 이런 팀이 잘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야구선수라는 직업은 철밥통이 아니다. 단지 몇해 전 활약해줬다는 이유로, 이 선수를 기용하면 신인 선수를 기용하는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 대신 어느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심정으로 팀과 선수의 미래보단 당장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행태는 아직까지도 만연하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와 두산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두산은 1군 선수들에게 항상 경각심을 유발한다. 실제로 두산의 2루수이자 국가대표 2루수인 고영민은 수비가 뛰어난 선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수비 시에 간간이 성의없는 플레이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김경문 감독은 여지없이 그를 다른 선수로 교체해 버린다. 필자가 이 전에 작성했던 한화의 디아즈 관련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디아즈가 SK나 두산의 선수였으면 진작에 퇴출됐을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2009/05/12 - 디아즈의 2군 행. 이미 예견된 수순
 그리고 그것은 후보 선수들에겐 기회이기도 하다. 단순히 주전 선수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산과 SK가 몇년 째 한국 야구에서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그 우연이 아닌 이유가 타팀들이 배워나가야 할 점이다. 그래야 그들 또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