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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농구에서의 자살골은 누구의 득점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2. 5.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은 다들 아시죠? 국내에서도 90년대 초반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와 더불어 농구인기를 절정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자 감동과 웃음이 절묘하게 뒤섞인 최고의 스포츠 만화죠.

아마 20대 이상의 남자라면 대부분 이 만화를 보셨을 텐데요. 그 여러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 가운데 가장 웃긴 내용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워낙에 재미있게 봤던 만화라 순간적으로도 많은 장면이 스치고 지나가는데요, 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장면이 바로 능남전에서 강백호가 자살골을 넣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완전판 기준으로 15권, 결승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의 사건이죠. 경기 후반, 변덕규가 4반칙으로 벤치에서 쉬고 있는 동안 리바운드를 완전히 장악하던 강백호는 황태산이 날린 외각 점퍼를 리바운드 하기 위해 힘차게 뛰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온 공은 백호의 손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리죠. 전국대회 산왕전에서의 안면 슛과 더불어 경기 중의 상황으로는 가장 코믹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책골을 넣은 강백호를 향해 윤대협과 황태산은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려주며 재미를 극대화 합니다.

실제 농구 경기에서도 이러한 자책골이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모르겠지만, 키 큰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서는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장면이죠.

바로 이러한 경기 중 자책골이 어제(4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보스턴 셀틱스 간의 동-서부 라이벌 매치에서 벌어졌습니다. 팀 던컨과 케빈 가넷이라는 최고의 파워포워드 두 명의 맞대결이라는 이유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던 시합이었는데요.

바로 이 경기에서 한 선수가 자책골을 넣어 버렸습니다. 그 선수는 바로 DeJuan Blair라는 샌안토니오의 신인 파워포워드인데요. 이 친구... 강백호랑 완전 판박이 입니다!!(아래는 유투브에 올라온 자책골 동영상입니다.)

강백호... 슬램덩크 속에서의 그는 빅맨치고는 약간 언더사이즈에 가깝지만 놀라운 운동 능력과 엄청난 점프력으로 이를 커버하는 ‘짐승 같은 파워포워드’로 묘사되어 있죠. 자신보다 키가 큰 변덕규나 신현필 등과의 대결에서는 파워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로 블레어가 그러한 스타일의 선수인데요. 6피트 8인치(약 203cm)로 현재 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형적인 앨리트급 파워포워드의 사이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커뮤니티에서 ‘짐승 블레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운동능력으로 이를 커버하는 선수입니다. 부상 경력이 있어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당하며 2라운드까지 밀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라는 점도 강백호와 닮아 있죠. 자유투 성공률(현재 45%)까지도 백호와 똑같습니다.(ㅋ)

올 시즌 현재까지 던컨의 백업 파워포워드로 활약하고 있구요. 경기당 고작 15분 정도를 뛸 뿐인데도, 평균 6.7득점 5.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30분 이상의 출장 시간을 보장해 준다면 더블-더블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죠.

실제로 앞선 필라델피아 전에서는 17분만에 11득점-10리바-3블락을 기록했고, 이번 보스턴 전에서는 22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18득점-11리바-2블락을 기록했습니다. 연속 두 경기를 합쳐 38분 만에 29득점-21리바-5블락을 기록한 것이죠. 실제 보스턴 전에서는 가넷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향후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입니다.

'제2의 강백호'라 불러주세요~ㅎ

자,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자책골 상황에서의 득점은 누구의 것으로 기록 될까요? 분명 블레어의 손에 맞고 림으로 들어갔지만, 점수는 보스턴에 올라가게 되죠. 누구의 득점이라고 여러분들은 생각하시나요?

마지막에 슛을 던진 선수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득점으로도 인정되지 않고 점수만 올라가는 것일까요?

정답은 바로... ‘골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팀 선수의 골로 인정된다’입니다. 실제 미국 현지 스포츠 사이트의 문자 중계를 보면 ‘Marquis Daniels makes 4-foot two point shot’라고 나오더군요. 공은 손에 건드려보지도 않은 보스턴의 마퀴스 다니엘스가 2득점을 공짜로 얻은 셈이죠.

강백호의 자책골은 당시 골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강백호와 리바운드를 다투었던 능남의 백업 센터, 즉 변덕규 대신 투입된 11번의 득점으로 인정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혹시 국내 프로 농구에서도 이러한 자책골이 나온 적이 있었나요? NBA에서는 몇 년 전에 도넬 마샬이라는 선수가 자책골을 기록했던 기억이 나는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있었다면 당시 그 비운의 주인공과 행운의 2점을 얻어간 주인공도 궁금하구요.

// ‘야구를 쉬는 겨울에는 가끔 NBA를 즐기기도 하는’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