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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꼭 읽어 봐야할 무협지 5종 세트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6.

1,000권의 양서와 2,000권 정도의 무협-판타지 소설. 그리고 30,000권 이상의 만화책. 대충 계산해본 결과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읽은 책들이 대충 이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아주 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일종의 ‘활자증후군’일 수도 있겠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 읽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것을 아주 싫어할 정돕니다. 12살 때부터 만화방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무협지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지요. 물론 틈틈이 좋은 책을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라면 종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니까요.

 

지금도 매일 1시간씩 집에서 런닝 머신 자전거를 탈 때면 제 손에는 무협지가 들려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읽으면 시간이 너무나 잘 가는 무협지는 힘들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도 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도와주는 최고의 파트너이지요.(^^)

 

그렇게 수많은 무협지를 보아 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정통 무협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써낸 무협지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5가지 무협지를 선정해봤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지요. 적어도 보면서 왜 내가 이런 한심한 책이나 읽고 있을까라는 자괴감은 절대로 들지 않는 무협지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1. 한백무림서 / 한백림

“수능도 매년 전국 1등이라는 괴물이 탄생하잖아요. 그런데 억 단위의 인구가 존재했던 당시 무림의 최강자가 1명으로 결정된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1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12부 짜리 소설을 계획한거죠. -한백림-

 

이미 연재가 끝난 <무당마검> <화산질풍검> 그리고 최근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천잠비룡포>에 이르기까지, 한백림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써내고 있는 무협지는 모두 커다랗게 <한백무림서>라는 단 하나의 작품의 일부분들입니다. 한백림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무협지의 틀 속에서 각종 전설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와 삼국지 등 고전 소설에서 차용한 아이디어 등을 모두 접목시켜 아주아주 커다란 그림을 그렸죠. 11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각 11개의 이야기,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모두 모여 최후의 결전을 펴나가는 12번째의 최종장까지.

 

고수들의 싸움은 그때그때의 컨디션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한백림의 말에 전 아주 공감합니다. 그리고 1등이 단 한명만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8권의 무당마검, 7권의 화살질풍검, 그리고 현재 13권까지 나온 천잠비룡포를 읽는 동안 이들이 한꺼번에 엮일 12번째 최종장을 향한 기대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더군요.

 

한백무림서에 등장하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무한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다른 주인공을 이야기 할 때 잠깐씩 까메오처럼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백무림서 각 이야기에서는 그 각각의 주인공만 비추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주위에는 다른 무협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빛나는 조연들이 존재하고, 한백림은 그 조연들의 이야기도 아주 세세하게 풀어내지요. 한백무림서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수백명에 달하는 주-조연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탄탄한 구성과 큰 틀 속에서 풀어나가고 있다는 데에서 작가를 향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가지게 됩니다. 이제 겨우 3번째 시리즈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20년 후에 보게 될 최종장을 기대하며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리게 만듭니다.

 

 

2. 묵향 / 전동조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죠. 한때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협-판타지 소설. 요즘에 와선 너무나 흔해진 무협의 세계에서 판타지의 세계로, 그리고 다시 무협의 세계로. 이 작품 역시 최근 들어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큰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마교 교주 묵향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이지요. 이미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강함을 손에 넣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만사 모든 것이 묵향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일반 무협의 시각이 주인공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서 아주 획일화되게 흘러간다면, 묵향은 등장인물 간의 각종 권모술수와 음모가 아주 첨예하게 맞물립니다. 악당이 어떤 계획을 세우건 간에 결국은 주인공이 그걸 다 간파하고 있거나, 오히려 그 음모가 결국에는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식의 그런 뻔하고 단편적인 구성은 묵향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이 <묵향>이란 소설이 지닌 최고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묵향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초기 무협시대까지가 좋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 뒤의 판타지 세계에서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전 지금 작가가 풀어내고 있는 ‘무림 귀환’ 이후의 이야기도 참 좋아합니다. 일반 무협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난이나 오해도 사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성에서의 완성도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일반 3류 무협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전 <묵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3. 비뢰도 / 검류혼

무협지 중에 가장 웃긴 건 뭐죠?”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정말 웃깁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웃기죠. 천상천하 유아독존 급에 근접하는 놀라운 무공을 지닌 초절정 미남자인 주인공 비류연. 하지만 그 실체는 돈에 미친 듯이 집착하고 툭하면 주위 사람들의 염장을 뒤집어 놓는 괴짜. 가끔은 이게 무협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한 구성과 재미를 독자에게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가 아~~~~~주 심하게 느리다는 점. 결국은 단 1장만에 끝날 액션 씬을 위해 그 앞 30장 가까운 방대한 분량을 그에 대한 장황한 설명으로 일관하는 특유의 구성은 가끔 독자들의 염장도 뒤집어 놓지요. 주인공의 단 한 수에 제압당해 나가 떨어질 엑스트라에 대한 설명을 수십 장씩 해대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가끔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뒤의 내용이 더 궁금해지지요.

 

30권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천겁혈신의 정체와 비류연과의 관계는 숱한 의문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팬들의 다양한 추리도 볼만하더군요. 최근에는 상상도 못했던 반전으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서천멸겁에 의해 천야진과 당문혜가 죽고 노학의 팔이 잘렸을 때, 그 예상치 못한 그 상황이 가져다 주는 충격 때문에 일순간 패닉에 빠져버린 사람이 저 혼자는 아니었을 겁니다. 대체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볼 때마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그런 작품입니다.

 

 

4. 삼류무사 / 김석진

<삼류무사>는 정통무협이면서도 정통무협이 아닙니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무협지를 이렇게까지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낼 수가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며 한참동안 그 여운에 잠겼던 기억이 나네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무협지, ‘싸움’만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수준 있는 독자들에게는 눈물까지 흘리게 만드는 무협지, 그것이 바로 <삼류무사>라는 작품입니다.

 

한 무협지의 주인공에게 이처럼 감정이입이 된 적이 없었습니다. 작가는 주인공 장추삼의 이야기를 너무나 인간적으로 그려나갑니다. 하운, 북푼단야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지요. 심지어 악역으로 등장하는 십장생의 인물들도 하나하나가 다들 인간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비()’라는 코드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강한 우정과 신뢰, 그리고 사랑. 작품의 내용도 놀라웠지만 ‘대체 이 작가가 누구이길래 무협지를 이렇게 감성적으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무협지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삼류무사>는 김석진 작가가 써낸 첫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부족한 점들도 간혹 눈에 띄기는 하지요. 현재 김석진 작가는 <염왕진무>를 연재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이 듬뿍 묻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약간의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더군요. 언젠가 김석진 작가가 좀 더 내공이 쌓이고, 최고의 소재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그의 손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무협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날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지요.

 

 

5. 용비불패 / 문정후

12살 때부터 만화방에 출입하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만화책’은 죄다 읽어 왔습니다. 심지어 이미라, 신일숙, 이은혜, 한유랑, 황미나 같은 작가들이 그린 순정만화도 모두 섭렵했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봤던 <인어공주를 위하여(이미라)>는 지금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아르미안의 네딸들(신일숙)> 만큼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는 이후 본적이 없을 정도지요.

 

그런 저에게 ‘역대 최고의 한국 만화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용비불패~~!!!”라고 답하겠습니다. 순정-코믹-무협-액션 등등 수많은 장르를 통틀어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 바로 <용비불패>이니까요. 이 만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만화방에서 혼자서 미친놈처럼 웃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진부하지 않은 구성과 매력적인 주인공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코믹적인 요소와 그런 와중에도 결코 진지함이 부족하지 않는 최고의 만화. 저에게 <용비불패>는 그런 만화였습니다.

 

주인공 용비와 그의 애마인 비룡, 그의 연인(?)인 빙옥선제 홍예몽과 숙적이자 친구(?)인 천잔왕 구휘. ‘천하제일인’을 중심으로 써나가는 한심한 3류 무협과 달리, <용비불패>는 한 인간의 삶과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유쾌하고,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지요. 현재 <용비불패 외전>이란 제목으로 2부 격에 가까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연재 속도가 느려서 독자들의 속은 타 들어가기만 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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