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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1년에도 가르시아를 볼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29.

롯데 가르시아의 내년시즌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팀 내에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에 따라, 굳이 외국인 선수 엔트리 중 한 자리를 타자에게 할당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롯데는 지금 현재로도 상당한 수준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황재균을 영입하면서 내야진이 안정되어 가고 있고, 전준우와 손아섭이 훌륭하게 성장했지요. 특히 전준우가 수준급 중견수 수비를 보여주며 외야 수비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은 롯데팬들의 즐거움입니다. 반면 그 결과로 가르시아의 입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이지요.

 

포수 강민호(장성우)

1루수 이대호(박종윤)

2루수 조성환(정훈)

3루수 황재균(전준우)

유격수 문규현(황재균)

좌익수 김주찬(정보명)

중견수 전준우(이승화)

우익수 손아섭(황성용)

지명타자 홍성흔(이대호)

 

올해 당장은 힘들지만, 롯데는 맘만 먹으면 내년부터 이런 선발 라인업을 꾸려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 선수들만 제대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올해 못지 않은 상당한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손아섭과 박종윤 정도를 제외하면 좌타자가 없어, 심하게 편중된 타선이 된다는 점인데, 그것도 이인구와 박정준이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르시아가 현재 롯데에 필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좌타거포로서의 역할과 수비 정도를 들 수 있겠지요. 가르시아만 한 좌타 거포가 드문 것은 사실입니다. 가르시아는 지난 3년 동안 84개의 홈런과 273타점을 기록했는데, 이건 모두 이대호(87홈런 316타점)에 이은 3년 통산 2위의 기록입니다. 당연히 좌타자들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지요. 홈런 3위가 64개의 최형우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타자로서 가르시아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가르시아의 성적은 해가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2008년에는 .283/.353/.541의 나름 준수한 비율스탯(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의 .266/.354/.518을 거쳐 올해는 .253/.330/.486으로 하락했습니다. 삼진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요.

 

오해는 6월까지 홈런-타점에서 3위를 지키며 제 역할을 하는 듯 했으나, 전반기에 24홈런을 기록한 후 후반기 들어서는 고작 1홈런에 그치고 있습니다. 거의 고정이었던 5번 타순도 현재는 강민호에게 내주고 6번으로 밀려난 상태죠. 상대투수들이 가르시아라는 타자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컨트롤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가르시아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들 가지고 있지요. 물론 그게 맘대로 안될 때가 많아 홈런을 맞긴 하지만요.

 

그래도 저 정도의 좌타 거포가 우타자들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 팀은 투수 운용에 있어 좀 더 고심하고 애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 전준우가 풀타임으로 뛰면 가르시아만큼의 타격능력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연속해서 포진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타자 일색이라면 상대하는 팀으로선 좀 더 편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내년에 박종윤이 20홈런 타자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것도 쉽진 않지요.

 

또한, 가르시의 우익수 수비는 정말 좋은 편입니다. 우익수가 어깨가 강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주자의 진루 억제력을 지닙니다. 가르시아가 버티고 있기에 상대 주자들은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는데 주저하게 되지요. 당장의 어시스트(외야 송구 아웃)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젠 아예 던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자들이 알아서 멈춰섭니다.

 

롯데의 젊은 선수들 중엔 우익수를 볼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이승화가 타격에 눈을 떠서 중견수 자리를 책임져준다면 전준우를 우익수로 돌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손아섭이 우익수 포지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죠. 아무리 전준우의 중견수 수비가 좋은 편이라 하더라도, 손아섭과 김주찬이 양쪽 코너 외야를 맡는다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하나를 안고 시합에 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가르시아가 빠진다면 당장 큰 영향을 받는 건 타격보다는 수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롯데도 여유만 있다면 가르시아를 데리고 있어서 나쁠 것이 없죠. 애증의 대상이긴 하지만, 팬들에게도 이미 상당히 친숙해졌고,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사실 저렇게까지 한국 문화에 적응을 잘하는 외국인 선수를 찾아보기도 쉽진 않죠.

 

하지만 아쉽게도 롯데는 여유가 없습니다. 롯데와 팬들은 올 시즌을 통해 커다란 희망을 봤습니다. 타자들 중에는 전준우와 손아섭, 박종윤의 성장, 그리고 투수 쪽에는 이재곤과 김수완이 등장했지요. 타선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선발진의 전망도 밝습니다. 단 한 가지, 불펜 보강에만 성공하면 당장 내년에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있었지요.

 

모두가 알고 있듯, 현재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무리투수입니다. 임경완은 마무리로선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2008년에 이어 올해도 몸소 입증하고 있지요. 하지만 셋업맨으로서는 최상급의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올 시즌 풀타임으로 경험을 쌓은 좌완 허준혁을 비롯해 배장호도 내년에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작년의 애킨스보다 좀 더 안정감을 보일 수 있는 마무리 투수만 영입하면 내년에는 선발과 불펜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어지간하면 사도스키와 재계약을 한다고 봤을 때, 결국 가르시아의 거취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가르시아보다는 애킨스가 있었다면 더 좋은 성적이 가능했을 테니까요. 가르시아가 빠져서 입는 타격보다는, 수준급 마무리를 영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현재의 선발 요원 중 한 명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이미 현재의 5명 외에도 롯데에는 원조 에이스손민한과 작년의 에이스조정훈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7명의 투수들 중 마무리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만한 구위를 지닌 선수는 조정훈 뿐입니다. 하지만 포크볼러인 그를 마무리로 기용한다는 것은 위험이 크죠. 게다가 그는 올 시즌을 부상으로 날린 전력이 있습니다.

 

피홈런이 많은 송승준과 장원준을 마무리로 기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고, 현재 선바로 무사히 적응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곤과 김수완을 마무리로 돌린다는 것은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도스키는 애당초 선발로 키워진 선수고, 손민한은 재기의 가능성 자체가 아주 불투명합니다.

 

결국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투수의 영입뿐입니다. 최근 들어 롯데의 외국인 선수 보는 눈이 크게 나쁘지도 않은 편이지요. 최소 애킨스 이상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그리 되면 올해 당장은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롯데가 19년만의 우승을 노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가르시아는 현재 8개 구단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중 유일한 풀타임 3년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규정상 아무리 한국 무대에 오래 뛰어도 용병은 용병일 뿐이지요. 정이 많이 든 선수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할 선수라는 뜻입니다.

 

과연 롯데 팬들은 내년에도 사직 구장에서 가르시아를 볼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가 떠나면 무척이나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게 설령 롯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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