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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골든글러브 수상 결과 및 짧은 감상평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12.



지난
11일에 2010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399명의 투표인단 중 실제로 표를 던진 사람은 373, 그들의 선택에 따라 총 10명의 수상자가 가려졌다.

 

롯데와 두산이 각각 3명씩의 수상자를 배출해 최다를 기록했고, 삼성과 KIA는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승팀인 SK 역시 최대 격전지였던 두 포지션에서 끝내 패하는 바람에 황금장갑 수상자는 6~8위인 LG-넥센-한화와 마찬가지로 한 명에 불과했다.

 

▲ 투수 : 류현진(326) over 김광현(34)

 

- 당연한 결과다. 류현진의 시즌 막판 한 달 간의 결장과 김광현의 우승 프리미엄은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모두 상쇄된 상황, 그렇다면 순수하게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둘을 비교했을 때는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유형의 투수라면 모를까, 비슷한 스타일의 두 투수이니 그 우열이 더욱 명확하게 가려졌을 뿐이다.

 

▲ 포수 : 조인성(167) over 박경완(165)

 

- 다소 의외의 결과다. 조인성이 수상자라서 의외라는 것이 아니다. 둘의 표차가 고작 2표라는 것이 의외라는 뜻이다. 올 시즌 둘의 성적을 감안하면 최소 100표 이상의 차이는 났어야 했다. 박경완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커리어를 놓고 따진다면 조인성을 박경완에게 비교한다는 것은 역대 최고 포수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10년만 놓고 본다면 조인성은 박경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뛰어난 타자였다. 둘의 투수리드를 비교하기 전에, 양 팀의 투수진의 질적 차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역대 포수들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100타점을 넘기고도 가슴 졸이며 결과를 지켜봐야 했던 조인성의 입장이 불쌍하게 느껴질 뿐이다. 박경완이란 이름의 네임벨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그런 결과다.

 

1루수 : 최준석(220) over 박정권(123)

 

- 결국 홈런(22 : 18)과 타점(82 : 76), 타율(0.321 : 0.306)에서 모두 앞선 최준석이 다소 큰 차이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박정권이 도루(17 : 7)와 득점(76 : 63)에서 앞서긴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3개 지표에서의 차이를 뒤집을 순 없었다. 포수 쪽 결과와 비교하면 1루수 수비에 대한 투표인단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둘의 수비를 비교하면 그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박정권이 훨씬 안정적이고 뛰어나다. 하지만 그러한 면은 투표에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정권이 시즌의 3분의 1을 외야수로 뛰었다곤 하지만, 최준석 역시 팀이 소화한 전체 이닝 중 1루 수비를 책임진 건 64%에 불과했다.

 

2루수 : 조성환(182) over 정근우(165)

 

- 사실상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최대 격전지였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두 명 중 누가 수상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포지션이었다. 결과적으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성적에서 월등한 기록을 보였으며, 실책 개수에서도 3개로 정근우(13)에 비해 훨씬 적었던 조성환이 결국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사실 정근우가 기댈 수 있는 부분은 우승 프리미엄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비에서의 우위였는데, 끝내 기록의 차이를 넘지 못했다. 실책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듯, 적어도 올 시즌의 조성환은 상당히 안정된 수비수였다.

 

3루수 : 이대호(343) over 최정(29)

 

- 이대호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최정이 29표나 빼앗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KBO는 최정과 정성훈(1)에게 표를 던진 기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

 

▲ 유격수 : 강정호(224) over 손시헌(135)

 

- 결국 투표인단은 지난해 자신들이 했던 선택을 1년만에 스스로 비웃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정호는 작년보다 훨씬 못한 성적으로 작년에 패했던 손시헌을 비교적 큰 표차로 이기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강정호의 수상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뽑는 상의 공신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성적을 놓고 봤을 때, 적어도 작년과 올해의 유격수 부문 수상자는 동일한 선수였어야 했다. 누가 수상했느냐를 떠나서, 매년마다 그 기준이 바뀌면서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 외야수 : 김현수(319), 김강민(177), 이종욱(155) over 박한이(146), 이용규(138)

 

- 3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김현수의 수상은 이미 모두가 예상했던 바였다. ‘수비만 잘하는 짐승에서 공격까지 잘하는 전천후 짐승으로 거듭난 김강민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이종욱의 수상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한 박한이가 건재한데 이종욱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또한 상대적으로 15경기나 많이 출장했고, 득점도 더 많이 기록한 이용규가 이종욱보다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박재홍을 따돌리고 수상을 해 논란이 되었던 2008년에는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것도 아니다. 단순히 이종욱의 운이 좋았다고 보기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하긴, 홈런 3-타점 5위에 빛나는 최진행이 후보에서조차 탈락한 그 순간부터, 남은 한 자리의 수상자는 누가 되건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 지명타자 : 홍성흔(344) over 박석민(13)

 

- 홍성흔이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3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5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포수로는 2회 수상에 그쳤지만, 지명타자로 전향한 후 3년 연속 수상이다. 이쯤 되면 김경문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 홍성흔은 이대호보다 1표를 더 얻어 이번 골든글러브 최다득표의 영예도 함께 누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박석민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에게 표를 던진 29명의 명단이 궁금하다. 혹시 최정에게 표를 던진 그 사람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닐까? 설마 단순한 안티 롯데?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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