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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제2의 박찬호-추신수가 나올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30.

박찬호가 1994년 계약금 120만 달러를 받고 LA 다저스와 계약한 이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전성시대였다. 유망주들의 해외진출 붐이 절정에 달한 1999년에는 김병현, 송승준(롯데), 최희섭(KIA), 오철희, 권윤민(KIA 스카우트), 서정민 등 무려 6명이 한꺼번에 MLB 구단으로 직행하며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이 기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남긴 성과도 화려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첫 테이프를 끊은 박찬호는 리그 최고의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하며 전성기를 보냈고, 김병현은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봉중근, 조진호, 최희섭, 서재응, 류제국, 구대성 등이 대한민국 국적을 달고 빅리그를 누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가장 많이 활약했을 때는 그 수가 최대 12명에까지 이르렀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한 유망주는 총 47명에 달한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든 지금, 빅리그에서 코리안리거들을 찾기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살아남는데 실패하고 하나 둘씩 국내무대로 유턴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장수해온 터줏대감 박찬호마저도 일본진출을 선언하며 정든 빅리그와 작별을 고했다. 다음 시즌 코리안리거의 간판주자로 빅리그에 살아남은 선수는 추추 트레인추신수(클리블랜드) 단 한 명뿐이다.

 

추신수는 빅리그에서 한국인 타자의 계보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다.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호타준족의 5툴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유일한 숙제이던 병역문제까지 해결한 추신수의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기량과 인품, 스타성 등 모든 면에서 박찬호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간판주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장차 박찬호와 추신수의 대를 이을 만한 후보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한국계 선수인 최현(23. 미국명 행크 콩거)이나 이학주(20), 이대은(21) 같은 유망주들이 있지만 아직은 하나같이 갈 길이 먼 풋내기에 불과하다.

 

10년 전만해도 국내 유망주들이 박찬호의 영향을 받아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무작정 미국무대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빅리그의 높은 장벽과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좌절하기 일쑤다. 유망주들을 잡기 위한 국내 야구계의 계약금 배팅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확실한 기획과 준비 없는 국내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에 대하여 일침을 놓기도 했다. 고교야구팀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유망주들이 막연한 기대만 품고 성급히 해외진출을 추진하다보면 한국의 아마추어 야구가 해외야구의 선수공급 시장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의 구단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유망주를 쓸어가지만 정작 그들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체계적으로 키워주지 못하고 도태시키기 일쑤다. 마이너리그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국내무대에서 좀 더 빨리 프로 1군 무대에 데뷔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다.

 

가장 정상적인 패턴은 국내에서 프로로 데뷔하여 활약하다가 FA 자격을 얻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국내 정상급 스타들은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되면 미국보다는 일본무대 진출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승엽, 김태균, 임창용 등은 일본무대에서 성공하며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대박 계약을 터뜨렸다. 경쟁이 심하고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미국보다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안정된 대우와 환경이 보장되는 일본에서의 생활이 더 낫다는 평가다.

 

반면 일본의 스타플레이어들은 꾸준히 빅리그로 진출하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설적인 타자로 자리잡은 스즈키 이치로를 비롯하여 마쓰이 히데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후쿠도메 고스케 등 일본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은 후 미국무대에 진출하여 빅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일본 선수들이 미국무대로 진출하며 생긴 빈 자리를, 한국 선수들이 일본시장으로 진출하면서 메워주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야구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몇 년간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나 일본에서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더 넓은 무대에서 한국야구의 인프라와 경쟁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 사실 박찬호나 추신수는 모두 미국 구단들이 키워낸 선수일 뿐, 우리나라가 키워낸 선수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프로 출신의 선수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적인 활약상을 보여준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이란 안정적인 무대를 포기하고 미국 무대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질 선수가 나타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래저래 제2의 추신수나 박찬호 같은 선수가 나오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홍순국의 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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