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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신인 투수 BEST-5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28.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투수가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하며 굉장한 투구를 보여주면 많은 야구팬은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한다
. 현재 국내 최고의 투수라고 할 수 있는 류현진 역시 그랬다. 그는 자신의 프로 첫번째 등판인 LG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LG타자들은 류현진에게 10차례나 삼진을 당했다. 이것이 류현진이란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던 2006년의 첫 번째 경기 결과다.

 

프로야구 개막 이래 신인투수가 입단 첫 해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흔하지 않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고교나 대학을 막 졸업하는 투수들에게 프로의 벽은 더더욱 높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첫 해부터 프로의 높은 벽을 뛰어 넘어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투수들이 있다. 여기에 프로로 입단한 바로 그 첫 시즌부터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신인 투수 BEST-5를 정리해봤다.

 

1. 염종석(1992, 롯데)

 

근래에 들어서 야구를 보기 시작한 팬이라면 최고의 데뷔 해를 보낸 투수로 류현진을 꼽을지 모른다. 하지만 류현진 이전에 이미 신인으로 데뷔 첫 해부터 뛰어난 구위를 보여주며 리그를 평정한 투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염종석이다.

 

염종석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1992년에 35경기에 등판해 204이닝을 투구했고, 17승을 거두었다. 2.3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이 부문 1위였고, 송진우(19)와 이강철(18)에 이어 다승 부문 3위에 올랐다. 구원으로도 13경기에 등판해 6세이브를 거뒀고, 장호연(완투 17차례) 다음으로 많은 14번의 완투(완봉 2차례)까지 해냈다.

 

당시 롯데는 염종석과 윤학길(17 5패 평균자책 3.61)의 활약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고, 염종석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번 발휘된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이만수, 동봉철, 강기웅 등이 버틴 삼성의 강타선을 9이닝 동안 5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으로 틀어막았다.

 

2차전에서 박동희가 또 다시 완봉쇼를 펼친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거기서도 염종석은 전년도 우승팀 해태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가장 크게 공헌했다. 1차전에서 3이닝 무실점 구원승, 4차전에서 9이닝 6피안타 완봉승, 그리고 5차전에는 세이브를 따냈다. 19세의 고졸 신인이 해태라는 당대 최강의 적을 맞아 큰 경기에서 15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단 한 점도 주지 않은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 등판해 6이닝 동안 6.75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1992년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팀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은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놀라운 투구를 보여준 염종석의 공헌이 가장 컸다. 그리고 염종석은 팀 우승과 함께 신인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롯데의 거인으로 오랫동안 활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염종석은 어린 나이에 너무 무리한 탓인지, 이듬해부터 급격히 내리막을 탔다. 1993년에 10 10 7세이브 평균자책 3.41의 성적을 끝으로 두 번 다시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지 못했으며, 개인통산 93 133패로 승보다 패가 더 많았던 기록을 남기고 2008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염종석만큼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투수도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그만큼 선수 생활 내내 따라다닌 부상으로 인해 불운한 시기를 보낸 투수도 다시 없을 것이다.

 

2. 류현진(2006, 한화)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전무후무한 선수다. 이 업적 하나만으로 류현진의 데뷔가 얼마나 센세이션 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게다가 선동열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차지하지 못했던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다.

 

류현진과 염종석의 정규시즌 기록은 그 누구의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활약을 보였다. 다만, 염종석이 1992년 포스트시즌에서 2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30이닝 동안 1.47의 평균자책으로 4 1세이브를 기록한 반면, 류현진은 2006년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에 등판해 23이닝 동안 평균자책 4.30에 단 한 번의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했다. 이것이 류현진의 2006년이 염종석의 1992년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3. 정민철(1992, 당시 빙그레)

 

1992년에는 걸출한 투수 두 명이 동시에 배출된 시즌이다. 앞서 언급한 염종석이 그렇고, 대전고를 막 졸업하고 빙그레에 입단했던 정민철이 그렇다. 정민철은 33경기에 출장했고, 이 가운데 22경기를 선발로 등판해 14 4 7세이브의 대활약을 펼쳤다. 평균자책은 염종석 다음으로 낮은 2.48을 기록했고,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5개의 삼진을 잡아냈으며, 피안타율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23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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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와 정민철이 맹활약한 빙그레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민철은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출장해 10이닝 동안 3실점밖에 하지 않았지만,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염종석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최고의 신데렐라로 부상한 반면, 정민철은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염종석이 아닌 정민철이라고 할만하다. 염종석이 이듬해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힘겹게 커리어를 이어간 반면, 정민철은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이어갔다. 특히 1999년에는 18승을 거두며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팀 선배 송진우에 이어 역대 다승 2위의 기록(161)을 남기고 은퇴해 이글스의 영원한 레전드로 남게 됐다.

 

4. 김건우(1986, 당시 MBC)

 

37경기(선발 29경기) 등판 18 6, 9완투 2완봉, 평균자책 1.80.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보면 김건우를 최고로 놓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1986년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투고타저가 심했던 시기였다.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는 6명이나 됐고, 선동렬은 262이닝이나 던지면서 0.9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반면, 3할 타자는 고작 네 명(장효조, 김종모, 이광은, 김봉연)에 불과했고, 최다홈런은 김봉연이 기록한 21개였다.

 

타자로 입단했다가 투수로 전향하자마자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과 네 번째로 많은 승수를 거둔 김건우의 활약은 대단했지만, 단지 1986년에 투고타저가 극심했던 것이 김건우를 4위에 둔 이유다.

 

김건우의 야구 인생은 염종석보다 더 심한 비운으로 점철되어 있다. 신인왕을 차지하고 이듬해에도 12 7패 평균자책 2.64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트럭에 부딪혀 두 팔과 한 다리를 다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해 투수로의 수명이 끝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그가 데뷔 해에 거둔 18승은 지금도 류현진과 함께 신인 최다승 역대 기록으로 남아 있다.

 

5. 조규제(1991, 당시 쌍방울)

 

군산상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쌍방울에 입단한 조규제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당시 최약체였던 쌍방울의 뒷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맡았다. 팀이 워낙 약하다 보니 1.64의 낮은 평균자책과 .148의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음에도 7패나 떠안았지만, 쌍방울이 이 해에 거둔 52(승률 .425) 가운데 70%에 달하는 36승에 관여한 조규제(9 27세이브)가 없었다면 쌍방울은 4할의 승률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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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규제 역시 데뷔 해에 구원투수로는 매우 많은 편인 142이닝이나 투구한 탓인지, 신인시절 보여준 모습을 다시는 재현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38세까지 프로생활을 계속했고, 15시즌 중 다섯 시즌은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KIA에서 은퇴한 조규제는 통산 153세이브를 거둬 이 부문 통산 6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밖에...

 

비록 후반기만 뛰었지만, 25경기에서 평균자책 1.70, 7 4 8세이브를 기록한 선동열도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선수라 할 수 있다. 1993년 양준혁에 밀려 신인왕 수상에 실패했지만, 김경원은 선동열에 버금가는 뛰어난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그는 47경기에 나와 9 3 23세이브 평균자책 1.11을 기록하며 선동열 다음으로 리그에서 평균자책이 낮은 투수로 시즌을 마쳤다.

 

현대 소속의 조용준, 김수경도 뛰어난 데뷔 해를 보낸 선수들이다. 조용준은 2002 64경기나 나와 109이닝을 던지며 9 28세이브, 1.90의 평균자책을 기록했고, 2005년까지 현대 유니콘스의 무적 마무리로 군림했다. 그러나 현재는 부상으로 구위를 잃어버려, 작년 10월 방출되고 말았다. 김수경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1998124패 평균자책 2.76을 기록하며 현대 왕조에 주축으로 활약했지만, 그 역시 현재는 구위가 하락해 최근 2시즌 동안 26경기에서 6.86의 평균자책에 그치고 있다.

 

첫 해에 99이닝을 던져 10 16세이브 1.18의 평균자책을 기록한 삼성 오승환(2005),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뛰어들어 186이닝을 투구하며 11 3.04의 평균자책을 기록한 롯데 주형광(1994)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주형광은 최연소 승리투수, 최연소 완투승, 최연소 완봉승 등 주요 최연소 기록을 보유한 투수이기도 하다.

 

올해는 어떤 투수가 혜성같이 등장해, 많은 프로야구팬들을 놀라게 할까. 작년에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좋은 투수가 많이 배출되었던 한 해였던 만큼 왕년의 염종석, 정민철에 비견될만한 젊은 투수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티스토리 뉴스뱅크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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