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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역대 프로야구 단일시즌 최고 투수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11. 6. 3.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대 최고 투수는 누구일까? 통산 기록을 토대로 한다면 그 답은 간단하다. 선동열이란 이름 석자를 빼고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논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단일시즌 기록을 기준을 한다면 어떨까? 과연 그래도 선동열이 최고일까?

 

사실 기록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뚜렷하게 정해진 하나의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다승을 중요시하고, 또 어떤 이는 평균자책점을 최고로 치며, 또 어떤 이는 투구이닝이 선발 투수의 최고 덕목이라 여긴다. 요는 하나의 통일된 평가 기준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MBC Sports+>에서 도입한 카스포인트(Cass Point)는 유용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투수의 경우 12개의 항목에 각기 다른 점수를 부여해, 그 합산된 포인트로 순위를 매기는데, 그 총점이 통일된 평기 기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 카스포인트를 활용하여 역대 프로야구 단일시즌 최고 투수를 가려보자.

 

올 시즌 투수들 중 카스포인트 1위는 LG 박현준(1,293)이다. 그 뒤를 근소한 차이로 글로버(1,290)와 류현진(1,243) 등이 따르고 있다. 현재 50경기 안팎을 치른 것을 고려하면, 올 시즌 종료 시점에서의 1위는 3,500포인트 정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경우 투수들 중 카스포인트 1위는 역시나 괴물류현진(4,065)이었으며, 라이벌 김광현(3,718) 2위였다. 그리고 그 뒤로는 다소 큰 격차를 보이며 카도쿠라(2,754)와 양현종(2,651) 3~4위에 올랐다. 그만큼 지난해의 류현진과 김광현이 압도적인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둘의 2010시즌 기록은 역대급에 속한다.

 

역대 프로야구의 단일 시즌 기록을 기준으로 지난해의 류현진을 비롯해 4,000포인트 이상의 기록은 총 23번 나왔다. 지금부터 그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과거 기록의 경우 폭투나 보크 등의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100% 정확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큰 차이는 없으며, 이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필자는 거의 5시간 동안 엑셀을 가지고 노가다를 해야만 했다. .)

 

한국에서 활약한 역대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카스포인트를 얻은 주인공은 너구리장명부다. 1983년 당시 장명부는 무려 60경기(44선발)에 출장해 단일 시즌 역대 최다인 30승을 거뒀다. 팀 당 100경기씩 치르던 시절이었고, 당시 장명부가 소화한 427.1이닝은 팀 전체의 47%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였다.

 

2위는 간발의 차로 1986년의 선동열이 차지했다. 카스포인트가 다승과 투구이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승과 이닝에서 장명부에 비해 2,200포인트 이상 부족한 선동열이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투구내용이 좋았다는 것을 뜻한다. 역대 투수들 가운데 5,000포인트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위의 8번이 전부인데, 그 중 절반이 선동열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또 기억해야 할 이름은 구대성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카스포인트는 다승과 투구이닝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고, 따라서 선발투수에게 유리한 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1996년의 구대성은 구원투수였음에도 그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5,148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7위에 랭크됐다. 당시의 구대성은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했는데, 이만하면 구대성의 1996시즌을 역대 최고의 마무리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년의 류현진을 비롯해 4,000포인트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23명이다. 대부분이 이닝 소화 능력이 좋은 닥터-K’들이었으며, 외국인 선수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타고투저 경향이 짙었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투수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 야구사상 가장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1999년의 투수가 세 명(임창용, 진필중, 정민태)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2000년대 들어서 이 대열에 합류한 선수는 류현진과 리오스가 전부다. 리오스의 기록이 약물에 의존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특별함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류현진은 투수 3관왕을 차지했던 2006년에도 4,390점으로 역대 15위에 올라 있는데, 역대 투수들 가운데 4,000포인트 이상 시즌을 2번 이상 보낸 투수는 선동열, 최동원, 그리고 류현진이 전부다. 참고로 지난해의 김광현은 역대 36위다.

 

구원투수들 중 역대 톱-10은 위와 같다. 한때 애니콜이란 별명이 붙었던 임창용이 3번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선동열도 2번 올라 있다. 김현욱은 유일하게 마무리 투수가 아님에도 4,000점 이상을 얻은 유일한 선수이며, 투구이닝이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카스포인트에서 고작 79이닝 정도만 소화하고도 9위에 랭크되어 있는 오승환의 이름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사실 매년마다 투고타저타고투저니 하며 리그의 경향이 바뀌는 프로야구에서 기록을 토대로 한 천편일률적인 포인트 제도로 역대 최고 시즌을 꼽는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함이 바로 카스포인트의 매력이 아닐까? 게다가 그렇게 나온 결과가 세간의 평가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 배점이 상당히 합리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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