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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부진한 고창성,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20.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가 기대 이상의 피칭을 선보이며 6이닝 1실점을 기록, 지난 경기들에서 불펜 소모가 심했던 한화에 비해 비교적 불펜 소모가 적었던 두산으로써는 선발 페르난도가 어느정도의 이닝(개인적으로 5이닝 정도면 괜찮을거라 생각함)만 소화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머지 이닝은 전날 휴식을 취했던 필승조가 등판하면 되기 때문에.

하지만 한 가지 예상을 빗나가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지칠줄 모르는 괴물의 이닝이터로써의 자질을 간과한 것이다. 사실 경기 초반 타자들이 류현진의 투구수를 늘려갈때만 하더라도 일찌감치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려 불펜싸움에서 승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던 타자들은 어느 순간 빨리감기라도 한 듯 광속 이닝 종료로 류현진을 돕는 것도 모자라 1000 탈삼진의 희생양이 되기를 자처하며 류현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사실 예상을 다소 빗나가기는 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다. 상대는 국내 투수중 가장 이닝 소화능력이 뛰어나다는 ‘괴물’ 류현진이기 때문에.

어찌됐건 두산 쪽은 어느정도 개인적으로 예측했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페르난도의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한화 타자들은 애를 먹었고 마치 숨겨둔 비기인 마냥 간간이 구사하는 최고 151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꼼짝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 올라온 이현승, 이혜천 등도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냈다. 그런데 고창성이 이렇게 무너질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건 명백한‘자멸’이었다. 누구도 고창성을 건들지 않았다.

9회말 노아웃 1루 상황. 1루에는 이혜천이 볼넷으로 내보낸 정원석을 대신해 전현태가 대주자로 투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이혜천을 대신해 올라온 고창성이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아웃카운트를 한 개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투 스트라이크였지만 한화는 이전에도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이대수에게 쓰리번트를 지시했고, 고창성은 가볍게 주자 견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송구는 옆으로 빠진 것도 모자라 낮게 깔려 들어갔다. 당연히 글러브 볼집에 제대로 안착할 리 없었고 1루수 오재원이 포구에 실패하자 1루 주자 전현태는 냅다 2루로 내달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투구에서 역시 옆으로 한참 빠지는 공으로 와일드 피치를 기록, 힘 한번 들이지 않고 주자를 3루로 보낸 한화는 이대수의 희생플라이로 2:1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 9회말 한화는 단 한 개의 안타도 없이 역전승을 거두는 보기드문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최근 고창성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고창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 얼마나 안좋기에 그런 것일까? 19일 경기 이전까지 고창성은 34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4.1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19일 경기에서의 실점은 자책점이 아니었던 관계로 평균자책점은 4.11로 내려갔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지난해와는 다르다.

일단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탈삼진/볼넷 비율인데 지난해 4.19였던 탈삼진/볼넷 비율은 올 시즌 1.73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무엇보다 이미 지난해 기록한 볼넷 개수(16개)에 이미 근접했다는 사실은 더욱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하다.(15개)

고창성의 부진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피로누적에 의한 부진이다.

09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후 그 해 준PO를 거쳐 PO, 다음 시즌인 10시즌 역시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 뒤 준PO를 거쳐 PO까지. 특히 작년인 10시즌 같은 경우 두산이 치뤘던 포스트시즌 10경기에 단 한경기도 빠지지 않고 등판했었다.(10경기 6이닝) 두 시즌 연속으로 70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투수가 포스트시즌까지 쉴틈없이 등판했다.(09시즌 74이닝, 10시즌 82이닝) 어찌보면 무리가 가는 것이 정상인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시즌 종료 후 광저우 아시안게임 멤버로 발탁되며 중국 마운드까지 밟게된다. 고창성의 어깨에 서서히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첫 번째 관점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었다면 두 번째는 그나마 조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일시적인 부진이다.

데뷔 첫해였던 09시즌 고창성은 그 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시즌 내내 단 한번도 평균자책점이 2점대 이상을 기록했던 적이 없다. 그만큼 꾸준했고 위력적인 투구내용을 뽐냈다.(09시즌 74이닝 평균자책점 1.95) 하지만 지난해는 좀 달랐다. 평균자책점의 최대치를 찍었던 5월 20일 경기(한화전 ⅓이닝 3실점 1자책) 이후에는 무려 5.61까지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 뒤 꾸준히 평균자책점이 하락을 거듭, 결국 3.62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만약 시즌 마지막 바로 전 게임이었던 9월 22일 SK전에서 5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성적은 더욱 좋았을 것이다.) 지난 해 기록을 돌이켜본다면 지금 이 시기 정도까지는 좋지않은 성적을 기록하다가 올스타 브레이크에 다다랐을 쯤부터 서서히 기록이 향상, 그 뒤 다시 기록이 급격히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피로가 누적되었다고는 하나 올 시즌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만은 없다.

팀이 좋지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 그런지 선수들의 작은 실책 하나에도 팬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선수들의 실책에 화가 나는 건 이해하나 그것으로 인해 누구보다 화가 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선수 본인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응원의 함성을 줄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