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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학생들의 ‘인권침해’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9.



지난
6, 국가 인권위원회에서는 야구팬들에게 다소 흥미로울 수 있는 사건 하나를 접수했다. 주요 내용은주말리그 시행이 학생 야구선수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이를 제기한 이형진 안양시 야구협회장은청소년 인권 유린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1) 공휴일 경기의 강요는 인간의 기본권을 묵살한 인권 침해 행위다.

 

2)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주중에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주말/공휴일에는 휴식을 취하게 하지 말고 각종 체육 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체육 특기를 가진 청소년의 쉴 권리를 박탈한 명백한 청소년 인권 침해다.

 

3) 정부가 공공연하게 체육 특기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주중에는 수업을 다 하고 자투리 시간에 운동을 하라고 공표한 것은 체육 특기생들이공부를 안 해 무식하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체육 특기생들에 대한 인격 모독이다.

 

이에 대해 일선 야구 지도자들과 프로 스카우트들도 암묵적인 동의를 표하고 있다. 대한야구협회가 일을 너무 성급하게 진행했으며, 이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진작 인권위 조사가 착수됐어야 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말했으며, 일선 고교야구 지도자들 역시제대로 쉬게 해 주는 것도 선수들에게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는 선수들이 맘 놓고 쉴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고교야구 주말리그, 프로야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주말리그 시행이 학생야구 선수들의인권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악영향이 고스란히 프로야구에도 미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주말리그 시행이 이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선수들은 주중 오전에 무조건 수업을 받은 이후, 오후부터 연습에 들어가게 된다. 연습이 끝나면 대략 오후 9~10시 정도가 되며, 추가로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있으니 대체로 자정에서 새벽 1시 정도가 되야 최종 훈련 스케줄이 끝난다고 보면 좋다. 이러한 과정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해야 한다.

 

주중에 이런 훈련을 했다면 주말에는 휴식을 취해야 하건만, 오히려 주말에는 지역 리그전을 치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야 한다. 주말 이틀 중 하루만 경기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 쉴 수 있는 시간은 1주일에 하루뿐인 셈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휴식의 정석을 지켜가며 자기 관리를 하는데, 학생야구 선수들은 전혀 그런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지역리그전을 치른 학교들 중 왕중왕전에 진출할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21학교가 전/후반기 왕중왕전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사자기 출전 팀이 28, 청룡기 출전 팀이 29개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전국 53개 고교 야구부 중 한 번 이상 왕중왕전에 출전한 곳은 30, 나머지 23개 학교는 본선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지 못한 셈이다.

 

이렇게 전력의 양극과가 심화될 경우 프로에서 데려갈 수 있는 선수의 절대 숫자가 줄어든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지역 리그전 경기를 놓친 프로팀의 경우 본선 무대 진출 팀에 한하여 지명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현재 중학야구 유망주들이왕중왕전에 단골로 출전하는 학교’, 즉 야구 명문으로만 가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각 학교간 전력 차가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설령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해도 늘 출전하는베스트 멤버만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특히 투수의 경우는 에이스급 투수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머지 벤치 멤버들은 사실상 찬밥 신세에 놓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선 지도자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들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을 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중학 야구 선수들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초등학교/리틀야구 선수들의 탄생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야말로프로야구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흙 속의 진주를 찾는 기회마저 박탈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에는 학생야구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고교/대학시절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프로에 와서 기량이 만개한 선수들도 분명 있다. KIA의 이범호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대구고 시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나 그의 기본기를 눈 여겨 본 한화 스카우트에 의해 프로행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주말리그가 조금 더 앞당겨 시행됐다면, 이러한 선수의 발견은없던 일로 됐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학생야구 선수들에게도 공부는 필요하다. 그러나주중 학습-주말 경기라는 패턴은 궁극적으로는야구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부산고교를 비롯한 일부 학교에서학생야구 선수를 위한 특별반을 운영한 것은 이러한 주말리그 시행에 대한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힉생야구의 부흥은 곧 프로야구의 발전과 연결된다. 학생야구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이 바로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말리그 시행과 관련하여 필요할 경우 프로야구의 수장 격인 한국야구위원회(KBO)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야구협회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바로잡는 것도 결국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유진 김현희 [사진=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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