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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승엽-김태균, 그리고 연봉 10억 시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2. 12.

연봉 10억대. 평범한 서민들에게 그야말로 꿈의 금액이다. 억대 몸값이 익숙한 스타급 프로선수들에게도 국내 시장에서 1년에 연봉 15억이라는 숫자는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제는 옵션이 걸리지 않은 순수연봉만 15억을 받는 선수가 생겼다는 점은 한국프로스포츠에 놀라운 충격이다.

 

한화는 12일 오전 일본서 복귀한 김태균과 연봉 15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김태균의 파격적인 최고연봉대우는, 야구를 포함하여 달라진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규모와 스타파워의 가치를 보여준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연봉은 지난 2004년 삼성으로 이적한 심정수가 받은 75,000만원이었다. 그 다음은 공식적으로 프로농구 김주성(동부) 2008~2009시즌 받은 71,000만원이 최고다.

 

김태균보다 일주일전 삼성 입단에 합의한 또 다른 거포 이승엽이 총 11억원에 도장을 찍었으나, 순수 연봉은 8억원이고 옵션으로 3억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며칠 사이에 최고연봉 마지노선이 두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최근 일본 오릭스 입단이 확정된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와의 FA 우선협상에서 4년간 100억원을 제시받았다고 알려졌으나 결국 도장을 찍지는 않았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종목별로 차이가 있고 연봉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종목도 있다. 비공식적인 뒷돈 계약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인 이승엽과 김태균이 어쨌든공식적으로는처음으로 10억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꼭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아니어도, 국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A급 선수라면 충분히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봉 10억 시대의 개막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스타 파워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필요로 한다. 몸값은 곧 선수의 가치이자 자존심이다. 고액연봉자의 급격한 증가와 최고연봉의 경신은 야구계 전체의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들에게는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른다. 여기에는 단순히 운동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로서의 공적인 책임과 팬서비스 같은 프로의식을 포함한 것이다.

 

프로스포츠는 특수 직종이다. 뛰어난 선수라고 할지라도 프로무대에서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한은 길어봐야 10년에서 15년 정도다.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치면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라도 마흔을 넘기기가 힘든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들은 한정된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여 성적을 내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오히려 그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스타급 선수들이 시장 환경의 한계로 인하여 연봉협상에서 언제나 약자 입장이 되거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스타선수들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수들의 최고연봉 인플레 현상이 소위 합리적인 고과선정 기준이나, 공정한 협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과거의 이름값이나 감정적인 이유에 좌우되는 모습, 혹은 상위 1%의 선수들에게만 특별대우가 집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일본에서 8년을 보낸 이승엽은 전성기가 지난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보낸 마지막 몇 년 동안 거둔 성적과, 그 기간 국내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린 타자들과 비교해보면 온전히 과거의 이름값으로 대우를 받았다고 할만하다.

 

김태균은 어떠했던가. 2009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한 김태균은 일본으로 진출하여 데뷔첫해 괜찮은 성적을 올리며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으나, 올해는 성적부진과 슬럼프로 고전한 끝에 국내에 복귀한 이후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스스로 파기했다. 김태균은 일본 대지진의 여파와 부진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어쨌든 팀의 간판타자이자 거액의 몸값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해외에서 그리 성공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오히려 국내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선수들마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자칫 기존 선수들에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나쁜 선례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문제다.

 

상품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일부 스타들이 시장 규모를 무시한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에 비하여, 정작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노장선수들, 스타급으로 분류되지 못한 평범한 선수들에게는 연봉 1~2백만원에도 까다롭게 구는 이중잣대는 오히려 선수들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스타선수들에게는 프로페셔널로서 높은 몸값과 기대치에 걸 맞는 사회적 책임감이, 구단에게는 선수들의 내적 가치와 시장질서에 따른 합리적인 협상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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