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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꿈의 무대’ MLB, 또 다른 도전자를 기다린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2. 16.



정대현의 ML 도전이 무산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90%이상 확정단계에 이르렀다고 믿었던 빅리그행이 돌연 백지화되었고, 정대현이 입은 것은 볼티모어가 아닌 롯데의 유니폼이었다.

 

물론 정대현의 결정을 누구도 뭐라 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메디컬 체크상의 문제였건, 혹은 가족 문제 때문이었건 최종 결정권자는 정대현이었고, 그는 진로선택에서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권리가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정대현의 선택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처음이 될 수도 있었을 한국인 스타의 ML 직행도전이 또 한번 미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정대현의 ML행을 기대한 것은 선수 본인만이 아니었다. 국내 야구계는 물론이고 많은 팬들조차도 내심 정대현의 도전을 지지하고 기다려왔다. 그의 거취에 따라 향후 ML행을 꿈꾸는 수많은 후배 프로야구선수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시장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진출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곧 한국야구의 국제적 위상과 검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는 이미 많다. 최초의 빅리거 박찬호를 비롯하여 조진호, 김병현, 김선우, 최희섭, 봉중근, 서재응, 백차승, 추신수까지. 그러나 이들은 모두 고교 혹은 대학 아마추어 시절 미국행을 택했고, 빅리그에서 프로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한국프로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사례는 이상훈과 구대성이 있지만 이들조차도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끝에 힘겹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나마도 이들이 빅리그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오직 한국프로야구에서 인정받은 경쟁력만으로 ML에 직행한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없다.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 3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수준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최고의 시장인 빅리그에서는 일본이나 중남미 달리 한국프로 선수들의 ML 직행을 주저한다.

 

사실 정대현에 대한 볼티모어의 오퍼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미국 스카우트들도 상당히 관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시한 볼티모어의 조건 자체가 생각보다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정대현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경쟁력이 ML에서 검증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박찬호, 추신수를 제외하고 미국무대에서 인정받은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뜸했던 것도 이유였다. 그런 면에서 불펜투수로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ML행이 유력했던 정대현의 거취는 향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한국선수들에 대한 인식이나, 한국인 톱스타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현재 한국 프로스타들은 FA로 해외진출 자격을 얻을 경우 일본을 최우선순위로 생각한다. 일본진출로 연봉대박을 터뜨린 이승엽, 김태균, 임창용, 이대호 등의 사례는 일본행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부채질한다.

 

반면 성공가능성이 희박하고 대우조건도 불확실한 ML행에 무리수를 두며 도전하려는 스타들은 별로 없다. 일본의 슈퍼스타들이 메이저리그 직행을 꿈꾸는 것처럼, 그 빈 자리를 한국인 슈퍼스타들은 일본 진출을 통해 채운다. ML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곧 리그의 위상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선수수급 구조는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정대현이 이루지 못한 꿈은 이제 후배들이 물려받게 되었다. KIA 윤석민이나 한화 류현진 같은 선수들은 향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 될 경우, 메이저리그행에 가장 근접한 선수들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빅리그 스카우트들도 이들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선수들 역시 빅리그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윤석민은 이미 공개 입찰제도인 포스팅 시스템에 응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만 섣부른 결정보다 2년 후인 2013시즌 이후 FA를 선언할 수 있는 자격을 기다리기로 했다.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 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욱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도전의 첫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그런 기회조차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ML를 향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것이 한국야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끌어가야 할 스타들의 미래에 더 큰 꿈이 될 수 있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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