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전반기결산②] 전반기 최고의 팀 넥센, 팀 컬러를 잃어버린 두산

by 카이져 김홍석 2012. 7. 21.

▲ 3위 넥센 히어로즈(40 2 36 .526)

최고 타자, 최고 투수, 최고 신인이 모두 한 팀에!

 

2012시즌 전반기 1위는 삼성 라이온즈, 2위는 롯데 자이언츠다. 그러나 전반기에 가장 큰 놀라움을 안겨준 최고의 팀을 꼽으라면 그건 3위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꼴찌였고, 올 시즌 개막 전에도 유력한 꼴찌 후보였던 그들이 이뤄낸 기가 막힌 반전은 전반기 내내 많은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넥센에는 리그 홈런 1위와 타점 1, 그리고 평균자책점 1위가 속해 있다.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투수, 심지어 전반기를 가장 빛낸 신인도 넥센 소속이다. 팬들로부터 가장 능력을 인정받은 사령탑 역시 넥센의 김시진 감독이었다.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50억이라는 거액을 들여 이택근을 다시 데려왔다. 그리고 한국형 핵잠수함김병현과의 계약에도 성공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넥센의 올 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그 정도 보강으로는 지난 시즌의 열세를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중론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나이트와의 재계약 결정도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넥센은 놀라운 상승세를 타며 줄곧 상위권을 지켰다. 처음에는 강정호의 홈런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줄 알았다. 그런데 4월을 3위로 마감한 넥센은 5월 들어 한때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고, 6월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7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며 40 2 36(승률 .526)의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타선에서는 홈런 1위 강정호와 타점 선두 박병호의 활약이 돋보였다. 개막 이후 6월까지 1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강정호는 7월 들어 홈런이 없음에도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홈런뿐 아니라 .347의 타율(2) 타점(58개-3)과 득점(52개-5) 등에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장타율(.653)은 리그 1위다. 심지어 연간 최다도루가 4개였던 선수가 올해는 도루도 15개나 성공시켰다. 이로써 팬들은 사상 최초의 30홈런-100타점 유격수의 탄생과 더불어 12년 만에 30-30클럽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정호가 이처럼 좋은 타격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4번 타순에서 박병호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다. 시즌 타율(.280)보다 훨씬 높은 득점권 타율(.330)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무려 42개의 장타(2루타 25, 홈런 17-3)를 터뜨리며 64타점을 기록, 타점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투수들 중에는 16승을 합작하고 있는 나이트(9)-밴헤켄(7)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눈에 띈다. 특히 나이트의 경우 지난 2년 간의 부진을 깨끗이 씻어내고 리그 평균자책점 1(2.22)에 오르는 등 전반기 최고의 선발투수로 맹활약했다. 김영민(5승 평균자책 3.28)의 발견도 또 다른 수확이다.

 

서건창이라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도 넥센에서 올 시즌 꽃을 피웠다. 75경기에 출장해 .299의 타율과 16도루를 기록, 팀의 주전 2루수 겸 1번 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2008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1년 만에 방출되고, 지난 겨울 입단테스트를 통해 간신히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서건창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 서건창은 넥센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멤버다.

 

김시진 감독 특유의 부드럽고 인자한 리더십은 넥센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기에도 팬들에게 박수를 받곤 했다. 올 시즌의 넥센은 강팀으로 변모했고, 김시진 감독은 변함 없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7 9일에는 오재일을 두산에 내주고 이성열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공시켜 다시 한 번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성열은 우타자가 많은 넥센에 꼭 필요한 좌타거포다.

 

전반기 3위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최종목표인 4강 진출을 위해서는 뒷심도 강한 팀이라는 것을 후반기에 보여줘야만 한다. 과연 넥센이 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도 지금의 순위를 지키며 가을잔치 진출을 자축할 수 있을까. 넥센의 선전은 연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프로야구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는 묘한 특징이 있다.

 

▲ 4위 두산 베어스(41 1 38 .519)

절반의 성공, 그러나 실종된 장타력은 어떻게?

 

지난 시즌 두산은 5위에 그치며 오랜만에 가을잔치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망은 밝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작년에는 워낙 예상치 못한 부상과 부진이 겹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올해는 별 다른 이변만 없다면 4강 진출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실제로 두산은 41 1 38패를 기록하며 4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한때 1위를 달릴 때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일단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전반기 내내 두산을 응원하는 팬들 중 상당수는 김진욱 감독의 야구 스타일과 그로 인해 나타난 특징이 베어스답지 않다며 불만스런 목소리를 냈다.

 

두산이 전반기를 4위로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니퍼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든든한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해줬고, 이용찬이 성장세를 보이며 니퍼트와 막강 원투펀치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중반 들어서는 노경은이 선발진에 가세하여 힘을 보태기 시작했고, 홍상삼과 프록터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불펜 필승조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전반기 두산에서 두드러진 장점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두산은 8개 구단 중 경기당 평균득점과 실점이 모두 5위였다. 타력과 투수력이 모두 5위인 팀이 4위로 시즌을 마쳤다는 것은 현재의 전력을 잘 조합해 더 좋은 결과를 냈다는 뜻도 되지만, 언제 순위가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말도 된다. 실제로 두산은 2위 롯데와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지만, 6 SK와의 승차는 1.0게임으로 더 적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전 삼진이 줄면 타율이 2푼 올라간다며 타자들에게 삼진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두산은 올 시즌 8개 구단 중 가장 작은 373번의 삼진을 당했고, 경기당 삼진수가 지난해 6.01개에서 4.67개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두산의 팀 타율은 지난해 .272에서 올해 .264로 더 떨어졌다. 리그 평균은 2리 하락했는데, 두산은 8리 떨어졌으니 삼진 줄이기의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삼진을 줄이기 위해 타석에서 성급한 승부를 한 결과 각종 부작용만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산의 팀 타율은 4위지만, 출루율은 .329 SK와 더불어 최하위, 장타율(.354) 역시 KIA(.353)에 간신히 앞선 7위다. 지난해에 비해 출루율은 25, 장타율은 35리 떨어졌다. 삼진을 줄였음에도 타율은 떨어지고 출루율과 장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욱이 웅담포로 대변되는 두산이 올 시즌 전반기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10개는커녕 5개의 김현수가 팀 내 홈런 1위다. 2년 전 무려 5명의 20홈런 타자를 배출했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현대 야구에서 득점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장타력, 특히 홈런이다. 그리고 삼진은 홈런이란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산물이기도 하다. 볼넷도 마찬가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볼넷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은 삼진을 줄인다는 목표 하에 홈런과 볼넷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모두 포기했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홈런은 32개로 7, 경기당 볼넷수는 2.84개로 8위다. 나머지 7개 구단의 평균 홈런수는 49.3개로 두산보다 1.5배 이상 많고, 경기당 볼넷 역시 3.73개로 차이가 크다. 현대야구에서 가장 득점과 밀접한 지표로 꼽히는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두산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6할대(.683)에 머물러 있다.

 

두산이 4위로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던 것은 투수들의 공이 컸다. 김선우가 점점 되살아나고 있는 만큼, 니퍼트-이용찬-김선우-노경은의 선발진이 힘을 낸다면 후반기에도 투수력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4강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선 타자들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진욱 감독은 후반기 들어 성적팬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다 잡아야 한다. 두산 고유의 색깔을 다시 찾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야구 철학을 관철시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타선의 장타력이 회복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