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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가 이번 가을에 사고를 치기 위한 조건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27.

과연 20년만의 우승이 가능할까?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이후 지난 19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올해로 꼭 20년째. 역대 프로야구 구단들 가운데 마지막 우승의 기억이 가장 희미한 팀이 바로 롯데다.

 

8 27일 현재 롯데는 55 4 46패의 성적(승률 .545)으로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3 SK에 반 게임 차 앞선 불안한 2위지만,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하리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지독한 암흑기를 보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지금 롯데의 위상은 놀랄 만큼 달라져 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롯데의 가을잔치는 아쉬운 기억으로 가득하다. 2008년 준플레이오프 3패 탈락, 2009년 준플레이오프 1승 후 3연패 탈락, 2010년 준플레이오프 2연승 후 3연패 탈락, 그리고 SK와 만난 2011년 플레이오프에서도 접전 끝에 3 4패로 고배를 마셨다.

 

롯데는 이렇게 앞선 4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999년 한국시리즈와 2000년 준플레이오프를 포함하면 6연속이다. 가을만 되면 롯데의 강타선은 침묵했고, 투수들은 상대의 정교한 야구에 뚫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올해의 롯데는 다르다. 일단 지난 몇 년간, 아니 아주 오랫동안 롯데라는 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생겼다. 리그 최정상급의 에이스와 안정적인 불펜, 그리고 믿을만한 마무리의 존재가 그렇다.

 

▲ 최고의 에이스, 강력한 허리 라인, 신뢰할 수 있는 마무리

 

다승(12), 평균자책점(2.30), 탈삼진(123), 퀄리티스타트 회수(17), 투구이닝(160이닝), 피안타율(.228), WHIP(1.10) 등 투수 부문 대부분의 기록에서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쉐인 유먼은 롯데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이자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이기도 하다. 나이트를 보유한 넥센이 이대로 4강에서 탈락한다면, 적어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유먼과 견줄 수 있는 에이스를 보유한 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전에서 1승을 확신할 수 있는 에이스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떠올린다면, 유먼의 등장은 롯데 팬들에게 축복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토종 에이스 송승준이 8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고, 이용훈과 사도스키도 건재하다. 이렇게 구성된 롯데의 선발진은 어느 팀과 붙어도 경쟁력이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허리를 담당하는 불펜이다. 롯데 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펜에 믿을맨 하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즌 내내 롯데의 불펜을 지켜왔던 김성배-이명우-최대성을 비롯해 SK 출신의 정대현과 이승호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5명의 허리라인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준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롯데의 양떼 야구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사율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의 팀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는 지난 1994 31세이브(평균자책 3.01)를 기록한 박동희였다. 그런데 김사율이 올 시즌 그의 기록을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29세이브를 기록해 리그 공동 2위에 올라 있으며, 평균자책점도 7~8월 연달아 1점대 기록을 유지하면서 2.82로 끌어내렸다. 김사율은 현재까지 90.6%의 세이브 성공률(29세이브 3블론)을 기록 중이며, 20세이브 이상을 기록 중인 5명 가운데 이보다 성공률이 높은 선수는 오승환(29세이브 1블론)이 유일하다.

 

지난 4년 동안 가을잔치에서 롯데에게 패배를 안겨준 두산, 삼성, SK는 모두 당대에서 가장 강력한 불펜을 보유한 팀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는 불펜의 힘에서 롯데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8개 구단 중 질과 양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강력한 허리라인을 보유한 팀이 바로 롯데다.

 

이런 투수들을 데리고 있는 롯데는 올 시즌 현재 3.49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며, 이는 삼성(3.44)에 근소하게 뒤진 리그 2위의 기록이다. 그만큼 투수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최근 들어 투수들의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롯데는 최근 7경기에서 5 2패를 기록했는데, 7경기에서 상대에게 허용한 점수는 14점에 불과했다. 롯데의 지키는 야구가 제대로 먹히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타력이다. 7경기에서 롯데가 얻은 점수는 19점으로 경기당 평균 3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수들의 호투 덕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시원스레 터지지 않는 타선의 힘은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하다.

 

후반기 들어 더욱 약해진 공격력은 문제

 

롯데는 전반기까지 경기당 평균 4.12점이었던 실점을 후반기 들어 3.41점으로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비단 투수진만 잘 던지는 것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자들의 타격감은 수비력과 엇박자를 그리고 있다. 롯데의 후반기 경기당 평균득점은 3.37점으로 전반기의 4.23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롯데보다 후반기 득점력이 나쁜 팀은 넥센(3.12)뿐이다.

 

강민호(17홈런 61타점)를 제외하면 홈런-타점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가 없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도 강민호 혼자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27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터뜨렸는데, 그 중 6개를 강민호가 기록했다. 전반기까지 강민호와 함께 팀의 장타력을 책임졌던 박종윤은 후반기 들어 25경기에서 1홈런 3타점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나머지 타자들도 대부분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김주찬(.304)과 손아섭(.308)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무리 많은 안타를 때려도 장타가 나오지 않으면 득점과 연결되기 힘든 것이 현대 야구다. 홍성흔(8홈런)이 예년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고, 손아섭-전준우-황재균의 홈런 개수가 나란히 3개에 불과하다는 것에서 롯데 타선의 현 주소가 잘 나타난다.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선 지난 26일 경기에서처럼 한 이닝 두 번의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는 세밀한 야구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시원한 공격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롯데 타선은 그 힘을 잃어버렸다.

 

롯데가 가을에 만날 가능성이 큰 삼성, SK, 두산 등의 구단은 모두 투수력이 좋은 팀들이다. 이런 팀과의 싸움에선 투수력도 중요하지만, 타력에서 밀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롯데 타선은 리그 최강을 자랑했던 지난 몇 년 간에도 가을만 되면 잘 안 풀리기 일쑤였다.

 

롯데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성급한 공격이다. 롯데는 지금까지의 105경기에서 307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690번의 삼진을 당했다. 삼진/볼넷 비율이 2.25로 리그 최하위다. 볼넷은 적게 얻으면서 삼진은 많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이대호가 빠지고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자 ‘No Fear’ 타격의 약점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가 올 가을에 진정 대권을 노리고 있다면, 적어도 득점력을 전반기 수준으로는 올려 놓을 필요가 있다. 롯데가 우승을 하기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가 득점력과 투수력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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