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스포인트 이야기

양승호 떠난 롯데, 김시진 감독이 좋은 대안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2. 10. 31.

롯데 자이언츠가 또 다시 나쁜 버릇을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2,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일궈낸 양승호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말이 자진사퇴일 뿐, 그 속내가 해고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그의 후임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은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과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김성근 감독 야구를 가장 싫어하고 경멸했던 롯데 팬들이 우승 한 번 해보겠다며 김성근 감독을 원하고 있는 현실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20년째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다 보니 그 절박한 심정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다.

 

그리고 또 한 명, 바로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시진 감독을 원하는 팬들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31일 오전, 한 매체는 롯데의 차기 사령탑으로 김시진 감독이 가장 유력하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그리고 내심 김시진 감독을 원하던 팬들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김시진 감독이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양승호 감독이 해고된 이유는 딱 하나, ‘우승을 하지 못해서였다. 성적이 나빠서도, 선수단이나 프런트와의 불화도 아니었고, 오직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사퇴의 이유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신임 감독은 우승 경험이 있는 인물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시진 감독은 투수코치로 명성을 날리다 지난 2007시즌에 현대의 마지막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이후 2007 6, 2009 6, 2010 7, 20118, 2012 6위에 이르기까지, 5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하면서 최고 성적이 6위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도 없는 인물이 바로 김시진 감독이다.

 

김시진 감독의 인격과 성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흠 잡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인물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프로야구판에서 성적과 관계 없이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그가 흔히 볼 수 없었던 좋은 품성을 지닌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능력 있는 감독인가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물론, 김시진 감독이 사령탑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현대-넥센은 모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선수 팔기 후유증으로 인해 정상 전력일 때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5년 동안 최고 성적이 6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리 마련된 변명 속에 잘 감춰져 있었을 뿐, 김시진 감독은 한 번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적이 없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반신반의했던 선수들이 갑자기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최대성, 김성배, 이명우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들이 불펜에서 그만큼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세 명의 투수는 시즌 초반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고, 이후 롯데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그들의 초반 호성적은 일 수도 있다. 모든 스포츠는 운칠기삼의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 아무리 못하는 선수라도 쥐구멍에 볕 뜰 날이 있고, 아무리 잘하던 선수라도 넘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최대성과 김성배, 이명우의 경우도 일시적인 반짝일 수도 있었고, 실제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팬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바지까지 롯데의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중간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어려움도 잘 이겨내고 롯데의 정규시즌 4위와 포스트시즌 3위의 성적에 큰 보탬이 됐다.

 

이것은 감독의 능력이다. 우연이라 하더라도 선수의 능력이 발휘되었을 때, 그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능력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양승호 감독의 올 시즌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넥센은 올 시즌 초반 선두권을 위협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타력이었다. 강정호와 박병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고, 그 외의 선수들이 힘을 보태면서 넥센은 삼성과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그 결과 넥센은 전반기를 3위로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넥센의 타력이 두드러졌던 건 딱 전반기까지였다. 후반기가 시작하자 넥센 타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하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침묵이 아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지 2달 동안 치른 43경기에서 넥센은 경기당 평균 3.28득점에 그쳤다. 전반기만 해도 경기당 평균 4.71점으로 삼성(4.94)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득점력을 자랑했던 팀의 득점력이 30% 이상 떨어진 리그 꼴찌의 타격 팀으로 전락한 것이다.

 

넥센이 전반기에 좋은 득점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강정호가 예상치 못한 좋은 홈런 페이스를 보여줬고, FA가 되어 돌아온 이택근이 좋은 타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인 서건창도 3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했고, -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뜬금 없는 홈런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또한 운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김시진 감독이 그렇게 찾아온 행운꾸준한 실력으로 유지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병호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의 타격감이 한꺼번에 곤두박질쳤다. 김시진 감독이 아무리 투수조련 쪽에 좀 더 특화된 인물이라 해도, 타력에 있어 한 순간에 이렇게까지 전혀 다른 팀이 되어버린다면, 그의 능력에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양승호 감독과 김시진 감독. 두 감독 모두 올 시즌 초반 행운에 가까운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양승호 감독은 그 부분을 잘 담금질하고 지켜내면서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그러지 못하고 낙마했다. 두 감독의 능력 차이가 명백히 드러난 올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투수조련의 대가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게 김시진 감독이 최근 키워내고 있는 젊은 투수들은 하나 같이 볼넷 공장에 가깝다. 투수조련사로서의 이미지도 많이 퇴색된 지금이다. 넥센이 김시진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이 워낙 꼴사나워서 그렇지, 김시진 감독의 능력자체만 놓고 본다면 해임당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롯데는 성공한양승호 감독을 해임하고 실패한김시진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과연 이것이 잘하는 일일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양승호 감독을 내치고 김시진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지금 롯데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선택 가운데 하나일 것 같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카스포인트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