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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비디오 판독’이 힘들면 ‘홈 어드벤티지’는 어떤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4. 5. 3.

오심과 관련된 각종 논란 속에 프로야구가 병 들어 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결정적인 순간의 오심이 터져 나오면서 KBO 게시판은 이를 성토하는 팬들의 항의로 가득 차 있다. 하도 오심이 많이 나오다 보니 리플레이를 통해 오심임을 확인한 캐스터와 해설자들 조차도 쉽게오심이란 말을 내뱉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사람도 심판인 이상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다 보니 문제가 된 것이다. 오심은 팬들을 자극하는 가장 위험한 장애물이며, 팬들은 이제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구차한 변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디오 판독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팬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홈런 판정에 한하여 실시하고 있는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부터 오심이 벌어질 수 있는 12개 민감한 사항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비디오 판독 범위를 확대했다가는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 현재의 TV 중계 화면으로는 모든 장면을 다 잡지 못한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도 해당 장면을 정확히 잡지 못한다면,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어 논란만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무려 3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기존의 방송 중계 카메라 외에 순수하게 판정을 돕기 위한 용도로 각 구장마다 12개의 카메라를 따로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장비를 갖추려면 최소 수십 억원의 비용이 요구된다. 현재로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디오 판독만이 오심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그렇진 않다. 어쩌면 좀 더 현명하면서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굉장히 일반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오심은 존재한다. 오심이 나오는 확률도 우리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 아니, 엄밀히 따져 보면 훨씬 더 높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야구 해설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보다 우리나라 심판의 수준이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심판의 오심과 우리나라 심판의 오심을 동일 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사업이며, 심판 판정에 있어서도 그러한 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체 판정 중에 오심이 나오는 비중은 한국 프로야구보다 높을지 모르지만, 판정에 대한 반감이 훨씬 덜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14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홈팀의 승률은 54.1%였다. 이 기간 중에 2010시즌의 55.9%가 가장 높았고, 가장 낮았을 때인 2001년에도 52.4%를 기록했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90 72패의 성적으로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했던 신시내티 레즈의 시즌 승률이 55.6%였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홈경기 성적은 50 1 59, 승률로 따지면 45.9%밖에 되지 않는다. 작년에는 49.9%였고, 2012년에는 50.7%였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해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야구는 9회 말이나 연장전에서끝내기찬스를 가진 홈팀이 심리적으로 조금 더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스포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5할 미만의 홈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팀 수만 해도 우리나라의 3배가 넘고, 그런 만큼 선수들이 원정경기에서 느끼는 생소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홈구장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홈팀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것이 홈승률이 유독 높은 것에 대한 완벽한 답이 될 순 없다.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있으며, 그것은 바로 심판의 판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심판 판정에 있어홈 어드벤티지가 분명히 적용된다. 대놓고 오심을 범해 홈팀을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다. 태그와 동시에 주자의 발이 베이스에 닿는 등 판정하기 매우 애매할 때, 100% 확신할 수 없는 경우라면 심판들은 대부분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곤 한다. 이것은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NBA NHL 등 미국의 프로 스포츠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런 판정을 일일이 슬로 비디오로 돌려보면 오심인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리플레이 화면을 봐야 간신히 알아챌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시 말해 찰나의 순간 육안으로는 도저히 알아챌 수 없을 정도라면, 홈팀에 유리하게 판정했다고 하여 그것을 두고 오심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런 실수가 많다고 하여 메이저리그의 심판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팀이든 홈경기에서 더 많이 이겨야 지역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 마련이다. 원정에서는 형편 없는 승률을 기록하더라도, 홈에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팀이라면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고, 그것이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의 상업 리그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20개 팀이 홈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이야 어떻든 응원해주는 팬들 앞에서 많이 이긴다면, 자연히 관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승부에 임하는 자세가 엄격하다. 마치 결벽증을 앓는 환자처럼공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스포츠에서 판정의 공정함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공정성 제일주의가 결과적으로 심각한 오심을 불러오고, 팬들의 반발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메이저리그의 경우홈 어드벤티지를 반영한 판정은 하나의 암묵적인 룰이며, 오히려 그것이 일관성 있는 판정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팀이 동일하게 홈경기에서는 조금의 이득을 보고, 원정에서는 조금의 손해를 본다. 원정에서는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경기를 놓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홈에서는 같은 이유로 놓칠 뻔한 경기를 잡을 때도 있다. 하나하나의 판정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시즌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이것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이공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나라의 오심은 홈팀과 원정팀을 가리지 않는다.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심판은 그때마다 다른 판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울고 웃는 팀이 매번 달라진다. 확률상으로는 모든 팀들이 오심에 대한 피해(?)를 동일하게 입었다고 봐야겠지만, 팬들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대중 없이 오심이 나오다 보면 8개 구단 팬들 전부가내가 응원하는 팀은 심판 판정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홈 어드벤티지에 의한 암묵적으로 동의된 오심이 일관성 있게 나오는 것보다 훨씬 못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쩌면홈 어드벤티지에 의한 판정을 모두의 동의 하에 받아들이는 것이 오심에 관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비디오 판독만이 능사는 아니다 또, 굳이 그렇게정확한 판정에 목 매달 이유도 없지 않을까.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흥행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관계자는 물론, 팬들의 대승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홈에서는 조금의 이득을 보는 대신, 원정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승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공정함을 내세우는 우리나라 정서상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홈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심판이 정확하고도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불가능한 해결책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오심에 멍들어가는 프로야구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홈경기 승률은 현재까지 51.2%. 예년에 비해 매우 낮아진 수치다. 메이저리그에서 홈팀의 승률이 51%대로 떨어진 건 지난 1971(51.9%) 이후 무려 43년만의 일.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올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의 범위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으로 인한 판정 번복이 늘어나면서 심판들이 홈팀에게 유리한 콜을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 됐고, 그것이 홈경기 승률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까지 유독 높았던 메이저리그의 홈경기 승률이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으로 인해 나타난 홈 어드벤티지였음을 역으로 증명해준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마냥 좋은 결과로 나타날까? 비디오 판독의 확대 덕분에 공정성은 잡았지만, 홈경기 승률이 낮아지면서 관중몰이에는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약 3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해 시작한 비디오 판독이 흥행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