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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KIA의 ‘브렛 필’ 딜레마, 어떻게 풀어야 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4. 6. 3.

KIA 타이거즈가 브렛 필딜레마에 빠졌다. 필이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잘하고 있는데도, 5경기마다 한 번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팀의 우완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 내 최고 타자를 대타로나 기용할 수 있다는 건 무척 아쉬운 일이다.

 

브렛 필은 45경기에 출장해 13홈런 39타점 35득점 4도루 타율 .320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도 6할대(.610)를 유지하고 있다. 홈런 4, 타점 10, 장타율 9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 좋은 타자가 5일마다 한 번씩은 강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경기에 외국인 선수는 두 명만 출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보직을 정하면서 어센시오를 마무리로 결정했다. 여기서부터 필의 운명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 홀튼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어센시오를 마무리로 등판시키기 위해서는 필을 선발로 출장시킬 수 없다. 결국 홀튼이 선발일 때는 경기에 지고 있을 때나 필이 대타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팀으로서나 개인으로서나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필은 다른 팀의 중심타자들에 비해 20~30 정도 적은 타석을 기록하고 있고, 그로 인해 타점과 홈런에서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필이 다른 선수들처럼 전경기를 출장했다면 홈런-타점 레이스가 좀 더 흥미로워졌을 수도 있다.

 

홀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팀 내 최고 타자를 빼고 싸워야 한다. 11번의 선발등판에서 9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음에도 4 5패를 기록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홀튼이 등판한 11경기에서 KIA의 평균득점은 4.5점으로 나머지 39경기에서 기록한 5.4점에 비해 1점 가량 적다. 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다.

 

양현종과 더불어 원투펀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홀튼이 등판한 경기에서 KIA 4 7패를 기록, 오히려 다른 투수들이 등판했을 때보다 더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KIA 팬들은 답답함을 토로할 수밖에.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지난 5 28일 두산전에서는 홀튼이 등판하는 경기임에도 필을 선발 3번 타자로 출장시켰다. 필은 6이닝 1실점을 호투했고, 타자들도 힘을 내며 6회까지 6-1의 리드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KIA의 부실한 불펜진은 7 2실점하며 위기의 전조를 드러내더니, 등판할 수 없는 어센시오를 대신해 9회 마무리로 등판한 김태영이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실점, 이어 김병현까지 3실점하며 어이없이 패하고 말았다.

 

그때의 교훈인지 3일 삼성전에서는 필이 또 다시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상대는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하는 1위 삼성. ‘를 떼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KIA 1-4로 패했고, 필은 경기 후반 대타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홀튼은 이번에도 6.1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 포수로 호흡을 맞춘 백용환은 높이 뜬 파울 플라이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잡아내 이날의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는 등 홀튼의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답답한 모습이 계속됐고, 팬들은 머리 속에서 브렛 필이란 이름을 자꾸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8개 구단이 2명의 외국인 투수를 전부 선발로 활용하는 것은 바로 이런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다른 선택을 했고, 필연적으로 예상되었던 딜레마에 갇히고 말았다.

 

사실 KIA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팀이라 할 수 있다. 홀튼과 필은 말할 것도 없고, 어센시오도 20경기에서 2 1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의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221밖에 되지 않고, 제구도 뛰어나다. 일각에서 불안하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의 어센시오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 세 명의 특출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KIA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또 하나의 기가 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선동열 감독은 팀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그러한 선택을 했겠지만, 지금의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끝나는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이 브렛 필 딜레마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