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기록으로 알아보는 올 시즌 박병호의 위대함

by 카이져 김홍석 2014. 6. 7.

박병호의 홈런포가 정말 심상치 않다. 6 6일 두산전에서 4경기 만에 다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것도 2개씩이나. 팀 동료인 강정호가 3, 유한준이 2개씩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중심타선이 7개의 홈런을 때려낸 넥센은 두산과의 난타전에서 15-10으로 이겼다.

 

박병호는 1회 초 경기 시작과 동시에 민병현의 파울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플레이는 최고의 수비를 가리는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었다. 9개 구단의 4번 타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주루와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박병호다.

 

박병호는 올 시즌 팀이 치른 53경기에 모두 출장해 23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128경기로 환산하면 산술적으로 55.5개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타점도 4개를 보태면서 리그 공동 7위로 올라섰다. 이 역시 풀 시즌을 소화한다면 106.3개가 된다.

 

올 시즌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는 이승엽이 국민타자라 불리던 지난 2003년 기록한 한국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개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KBO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선 박병호가 또 한 번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엽의 기록을 논하기에 앞서 3년 연속 30홈런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예기치 못한 사고만 아니라면 100타점 역시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3명밖에 없다. 이승엽이 98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해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타이론 우즈(98~01) 4년 연속 기록한바 있고, 마해영(01~03)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 100타점도 3명뿐이다. 최초 달성자는 97년부터 99년까지 3년 연속 10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이다. 우즈는 4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해 최장 기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3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2009~11시즌의 이대호다. 3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건 이승엽과 우즈 뿐, 박병호는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50홈런 달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박병호가 올 시즌 40홈런에 도달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토종 타자의 40홈런 기록은 92년의 장종훈을 시작으로 이승엽(99, 02~03), 박경완(00), 심정수(02~03), 그리고 이대호(10)까지 총 5명에 의해 8번 작성되었다. 박병호가 40홈런에 도달하게 되면 역대 6번째 선수가 된다.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선수도 32년 역사 가운데 딱 3명만 존재했다. SK 이만수 감독이 83년부터 85년까지 홈런왕을 독식하며 80년대 최고의 거포로 이름을 날렸고, 90년대 들어서는 장종훈(90~92)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00년대에는 역시 이승엽(01~03)이 그 명맥을 이었다. 박병호가 올해 홈런왕에 오른다면 이들 세 명의 뒤를 이어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2010년대를 대표하는 타자가 된다.

 

아직은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박병호가 5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오른다면 팀 성적과 관계 없이 시즌 MVP 수상이 유력하다. 만약 성공한다면 3년 연속 MVP를 수상하게 되는 것. 역대 프로야구에서 이 영역에 도달한 선수는 역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VP를 싹쓸이 한 이승엽뿐이다.

 

명실공히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강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박병호는 올 시즌을 통해 이만수-장종훈-이승엽-이대호로 이어지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의 계보를 잇는 역대급 타자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것이 박병호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는 크리스 데이비스가, 일본에서는 블라드미르 발렌티엔이 나란히 50개 이상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발렌티엔은 60홈런을 기록하며 일본 기록은 물론 이승엽의 아시아 신기록까지 깨뜨렸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홈런 레이스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었다.

 

작년 시즌 말미에 박병호를 만나 그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Q) 미국에는 크리스 데이비스, 일본에는 블라드미르 발렌티엔이란 50홈런 타자가 탄생해서 각 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홈런 레이스에 대한 열기가 약간 식은 것이 사실이다. 팬들은 그 갈증을 해소시켜 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박병호 선수 당신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병호 : 나도 이승엽 선배가 56호 홈런을 치고, 관중석에 잠자리채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그 기록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가 언젠가는 나와서 팬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Q) 너무 조심스런 대답이다. 그냥 '내년에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큰 소리 한 번 쳐주면 어디가 덧나나?

 

박병호 : 난 그런 말 안 한다.(웃음)

 

당시에는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아 야속했던 박병호였지만, 정작 새 시즌이 되자 실력과 기록으로 그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다. 박병호의 2014시즌은 장종훈의 92시즌과 이종범의 94시즌, 그리고 이승엽의 2003시즌과 이대호의 2010시즌 만큼이나 특별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