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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조금은 이상한 마쓰자카의 변화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5.

마쓰자카가 달라졌다.


메이저리그 데뷔 2년 차를 맞이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확실히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정확하게 어떠한 면이 변하였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일본인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지난 4일(한국시간) 경기에서 6이닝 2실점 8탈삼진으로 호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올 시즌 19번의 선발 등판에서 12승을 거둔 마쓰자카는 앞으로 10~11번 정도의 등판을 남겨두고 있으며,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18승 이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2년 연속 15승은 시간문제이며, 승운이 따라준다면 왕첸밍의 19승 기록을 넘어선 아시아 출신 최초의 20승 투수로 등극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마쓰자카 본인으로선 부상으로 건너뛴 4번의 등판이 다소 아쉬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첫 선을 보인 지난해 15승 12패 방어율 4.40의 괜찮은 성적으로 합격점을 받았던 그는 올 시즌 현재까지 12승 2패 방어율 3.04의 다소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승은 아메리칸리그 5위에 올라 있으며, 규정이닝에 조금 모자라 순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방어율도 리그 4위권 수준이다.


사실 올 시즌 현재까지 마쓰자카가 보여주고 있는 성적은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면이 있다. 자신이 지닌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것을 ‘변화’라고 봐야하는 지도 사실은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마쓰자카 본인이 마운드 위에서 생각하는 바가 지난해와는 달라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투구에 임하는 마인드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180도 달라진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자카는 지난해 204이닝을 소화하면서 25개의 홈런을 허용했고 80개의 볼넷을 내줬다. 둘 다 약간씩 많다고 할 수 있었지만, 흠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랬던 마쓰자카는 올 시즌 지난해에 비해 큰 비율로 줄어든 8개의 홈런만을 허용하는 한편, 볼넷은 무려 64개나 내줬다. 피홈런은 상당수 줄었지만, 볼넷 개수가 저 정도라면 남발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피안타율이 지난해 .246에서 .209로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개수)은 1.36으로 작년(1.32)보다 높아졌다.


보통 저 정도의 볼넷 개수라면 스스로 자멸하게 마련인데도, 지난해 보다 훨씬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올 시즌 마쓰자카는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안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듯 보인다. 매 경기마다 3~4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낮은 피안타율 덕에 단 2패밖에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주자를 내보내 위기를 자초하더라도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지 않는 피칭.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안타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대량실점은 막을 수 있다. 또한 전체 득점의 3분의 1이 홈런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현대 야구에서 피홈런이 적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다.


문제는 그러한 피칭의 결과로 투수구가 많아져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볼넷 때문에 마쓰자카가 한 이닝을 마치는 데 필요한 공은 17.6개. 이는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메이저리그의 선발 투수 가운데 7번째로 나쁜 수치다. 지난해 6.4이닝이었던 경기당 투구이닝도 올해는 5.6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것은 겨우 4번,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것은 전체 등판의 절반이 넘는 10번이다. 퀄리티 스타트가 9회에 불과한데도 12승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스턴은 막강한 선발진과 더불어 수준급의 불펜을 겸비한 팀이라는 점이다. 보스턴은 5회까지만 승리를 지켜준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특히 조나단 파펠본(4승 3패 31세이브 2.05)이 버티고 있는 뒷문은 철옹성이나 다름없다.


경기당 투구이닝이 6이닝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마쓰자카가 많은 승수를 거둘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불펜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구원 투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 이것이 결국 시즌 막바지에 보스턴의 발목을 붙잡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방어율은 낮아지고 투구이닝을 줄어든 마쓰자카. 이것을 ‘변신’이라 부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과연 이것은 일보 전진일까, 아니면 일보 후퇴일까? 그 답은 시즌 막바지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