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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테오 엡스타인과 레드삭스 네이션((Red Sox Nation)의 역습이 시작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0.

‘야구스페셜’을 통해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메이저리그는 단장(GM)의 야구다. ‘감독의 야구’가 행해지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단장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뜻이다.


그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고 유능한 단장은 단연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오 엡스타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28살의 어린 나이에 보스턴이라는 명문 구단의 총사령관이 된 엡스타인은 2년 만에 86년이나 이어져 온 지긋지긋한 ‘밤비노의 저주’를 깨드리고 레드삭스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물 했다. 그리고 2007년의 두 번째 우승까지. 그는 이제 레드삭스를 상징하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드디어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두 달 가까이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잠자던 사자’가 깨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그는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실속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최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토브리그의 제1라운드는 뉴욕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맨 당장이 주도했다면, 이제부터는 테오 엡스타인과 레드삭스 네이션의 반격이 시작되는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 양키스는 정말 엄청나게 강해진 것일까?

이번 겨울 최대의 화두는 8000만 달러의 페이롤 여유가 생긴 뉴욕 양키스의 FA 시장 습격이었다. 양키스는 두둑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수 최대어인 좌완 에이스 C.C. 싸바시아(7년 1억 6100만), 2선발 A.J. 버넷(5년 8250만) 그리고 타자 가운데 최상품이랄 수 있는 마크 테세이라(8년 1억 8000만)까지 죄다 자신들의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엡스타인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던 요한 산타나를 놓쳤던 브라이언 캐시맨 양키스 단장은 이번 겨울에는 맘껏 돈다발을 뿌리며 필요한 선수들을 모조리 붙잡는 데 성공했다. 새로이 구단주로 취임한 할 스타인브레너와 캐시맨은 이들의 영입에 무척이나 만족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그들을 영입할 목적으로 지난해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마이크 무시나와 앤디 페티트에게는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았다. 결국 무시나는 은퇴를 선택했고, 페티트는 양키스의 1년 1000만 달러 제의를 거절하고 다른 팀을 물색 중이다.


그들이 없이도 양키스는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전문가들 중에도 2009년에 양키스에 대적할 만한 팀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세 명의 영입으로 인해 양키스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만큼 높은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일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선수 4명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양키스가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지구 1위인 템파베이보다 8승, 2위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한 보스턴보다는 6승이 모자란 지구 3위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키스는 새로운 3명의 선수를 영입하기에 앞서 20승에 빛나는 에이스(무시나)와 14승을 거뒀던 준수한 선발(페티트), 그리고 타율은 별로였지만 32홈런 96타점을 기록한 중심타자(지암비)를 떠나보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평균자책점은 더욱 좋아질지 모르나 승수만 놓고 본다면 34승은 2009년에 싸바시아와 버넷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와 비슷하다. 테세이라가 공수 양면에서 지암비보다 좋은 타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차이가 보스턴과의 차이인 6승을 더해줄 정도인 지는 미지수다.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왕첸밍과 마쓰이 히데키, 호르헤 포사다 등이 복귀하고 조바 챔벌린이 풀타임 선발로 뛰게 되었다는 점도 전력강화 요인임에 분명하지만, 주력 선수들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과 챔벌린의 이탈로 인한 불펜 약화도 무시할 수 없다.


3명의 거물급 FA 영입으로 인해 최소 6승, 나아가 8승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1,2위인 템파베이와 보스턴이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템파베이와 보스턴이 더욱 강해진다면 비교의 출발점부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2000만 달러 가량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또 다른 선수 영입에 나선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템파베이와 보스턴을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이제야 겨우 밀리지 않는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뿐이다.


▶ 테오 엡스타인이 움직이다

하나. 브래드 페니

두 달 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엡스타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말 브래드 페니(30)를 잡으면서부터였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고 LA 다저스로부터 버림받은 페니를 연봉 500만불과 이닝에 따른 인센티브 300만불에 붙잡은 것이다.


그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다저스가 675만 달러가 아까워서 포기해버린 선수인지라 다소 불안한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자쉬 베켓-마쓰자카-존 레스터-팀 웨이크필드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된 마당이라 페니는 5선발 자리에 들어갈 훌륭한 옵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부활에 성공해 2007년(16승 4패 3.03) 같은 피칭을 선보인다면 당장 베켓이 두 명이 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 존 스몰츠

엡스타인의 선발 보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놀랍게도 영원한 애틀란타맨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존 스몰츠(41)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건은 연봉 500만불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500만불, 재활 중인 스몰츠가 5월말이나 6월초에 복귀할 것임을 감안해도 그다지 많은 금액이 아니다.


스몰츠는 선발과 마무리가 다 가능한 선수다. 특히 무엇보다 그는 ‘애틀란타 3인방’ 가운데 가장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던 선수다. 포스트시즌 통산 40경기에 등판(27선발)해 207이닝을 던졌고 15승 4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65라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시작을 함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에만 성공한다면 베켓과 더불어 막강 원투펀치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 로코 발델리

마지막으로 엡스타인은 스몰츠와 계약한 그날 또 한 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이번에는 타자였다. 그 이름은 로코 발델리(28). 한 때 불치병의 일종인 ‘미토콘드리아 근병증((Mitochondrial myopathy)’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은퇴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던 선수다. 하지만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그 병이 오진이었던 것으로 판명되는 드라마 같은 기적이 최근에 벌어졌다.


발델리는 이번 FA 시장에서 ‘숨겨진 보물’이랄 수 있는 선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도 어려운 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미래의 30홈런-30도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부상과 오랜 재활로 인해 현재까지 쌓아 놓은 커리어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발델리는 공수주에서 재능을 인정받아온 최고의 유망주였다.


발델리는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째로 템파베이에 뽑혔으며, 2003년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던 선수다. 당시 1위는 마크 테세이라였으며, 발델리의 아래로 호세 례예스(3위), 조 마우어(4위), 브랜든 필립스(7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10위), 스캇 카즈미어(11위), 미겔 카브레라(12위), 저스틴 모노(14위), 헨리 라미레즈(19위) 등 지금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특급 스타가 된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참고-요한 산타나 51위)


메이저리그의 세대교체 주역이랄 수 있는 당시의 유망주들 가운데서 당당히 2번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선수. 30-30은 기본이며 나아가 40-40까지도 가능한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했던 뛰어난 재능을 가진 타자가 바로 발델리다.


엡스타인은 그런 발델리를 고작 50만 달러만이 보장된 연봉으로 붙잡았다. 물론 로스터 포함과 타석수에 따른 인센티브가 무려 700만불이나 된다. 발델리가 건강하게 풀타임 출장하게 된다면 75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건강하게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해지면 자코비 엘스버리나 J.D. 드류 둘 중 한 명이 포지션을 빼앗겨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재능은 위협적이다.


▶ 아직 3라운드가 남았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양키스는 아직도 2000만 달러의 여유가 있고, 레드삭스는 FA 자격을 획득한 주전 포수 제이슨 베리텍을 붙잡아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한 지난해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템파베이와의 경쟁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인 템파베이는 팻 버렐을 비교적 헐값(2년 1600만)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무엇보다도 ‘젊음’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점점 더 강해지는 무서운 팀이다.


양키스와 캐시맨 단장이 이대로 안심하고 있다가는 또 다시 2008년의 치욕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분명히 양키스는 강한 팀이지만, 메이저리그 최대 격전 지구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압도할 수 있을 만한 전력은 결코 아니다.


엡스타인과 레드삭스 네이션(Red Sox Nation)의 역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젊고 영리한 테오는 지난 몇 년 동안 큰 틀의 변화 없이 부족한 곳을 보강하는 데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해왔고 그것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캐시맨이 돈다발로 선수들을 유혹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마음을 졸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은 그들의 단장이 움직이기 시작함과 더불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싸바시아와 테세이라, 스몰츠, 버렐 등이 가세한 덕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정규시즌 내내 팬들의 시선이 고정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그 1차적인 대답은 남은 스토브리그 기간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사진출처 : MLB.com]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