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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기아의 새 외국인 선수 윌슨 발데스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4.

기아 타이거즈가 최희섭과 서재응에 이어 또 한 명의 현역 메이저리거인 윌슨 발데스를 그들의 로스터에 추가할 전망이다.


물론 발데스를 메이저리거 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석연찮은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는 올시즌 LA 다저스의 시즌을 마감하는 최종전에서 선발 2루수 겸 2번 타자로 출장한 빅리거 출신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1978년생인 윌슨 발데스는 1997년에 당시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했고, 그 뒤로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4년과 2005년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장하면서 111번의 시합경험이 있지만, 빅리그 통산 성적은 256타수 54안타 1홈런 20타점 29득점 4도루 .216/.263/.270(타율/출루율/장타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을 뿐이다. 나쁘지 않은 수비 실력을 자랑하지만 타격에서 워낙 부족한 터라 안정적인 백업 내야수도 되지 못하는, 딱 잘라 말해서 부상 등으로 선수 자원이 너무나도 부족한 팀에서 불러다가 잠시 쓰고 버리는 그런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그다지 긴 선수생활이라 할 수 없음에도, 4번이나 웨이버로 공시되거나 조건 없이 풀렸고, 3번 트레이드 되었다. 지난 2004년 6월 플로리다 말린스가 클로저 빌리 카치를 영입하기 위해 현금과 함께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냈던 선수가 발데스다.


그런 발데스에게 있어 2007년은 나름대로 최고의 해였다. 스프링 캠프에서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는 등 .353/.373/.548의 좋은 배팅 라인을 기록한 것. 주전 유격수 라파엘 퍼칼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터라 다저스는 타격감이 좋은 발데스를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퍼칼은 2주도 지나지 않아 복귀했고, 4월 한때 반짝한 이후 원래의 빈타로 돌아선 발데스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었다. 팀은 그를 지명할당 조치했으나 원하는 팀이 없었고, 결국 발데스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트리플 A로 내려간 발데스는 다시금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기 시작한다. 90경기에 출장한 그는 .343/.413/.435라는 그 답지 않은 불같은 타격을 자랑했고, 무려 81득점을 기록한다. 경기수를 감안해 봤을 때 그 정도의 득점은 다소 놀라운 것이다. 간단하게 발데스의 마이너시절 배팅라인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년도

      경기

 타율

출루율

장타율

99

58

.264

.304

.321

00

80

.263

.307

.313

01

123

.251

.281

.324

02

114

.261

.290

.347

03

127

.295

.341

.357

04

136

.311

.343

.382

05

51

.239

.303

.327

06

137

.297

.366

.381

07

90

.343

.413

.435

916

.286

.333

.360



우타자인 발데스는 올시즌 타율왕인 이현곤을 테이블 세터로 둔 상황에서 좌타자인 최희섭과 장성호의 가운데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즉, 4번 타자다.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때는 적어도 20개 이상의 홈런과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사실 발데스는 ‘유망주’라 불렸던 선수는 아니다. 올시즌 기록이 가장 뛰어나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에서는 .216의 빈약한 타율을 기록하고 말았다. 게다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1027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21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력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통산 3할 대의 장타율을 가진 선수가 과연 4번 타자의 중책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실 최희섭의 경우는 마이너리그 성적이 매우 준수한 편이다. 507경기에 출장해 96 홈런 350타점 335득점 .275/.379/.511의 배팅 라인을 보인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의 거포 유망주였다. 하지만 발데스는 그러한 최희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그저 그런 선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발데스와 비교할 만한 선수가 한 명 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마이너리그의 523경기에서 기록한 11홈런 .284/.312/.364의 성적은 발데스와 매우 흡사하다. 오히려 50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34번의 도루 실패를 기록한 이 선수보다는 275번 시도해 193번 성공한 발데스의 주루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할 수 있다.


이 선수는 한국에서 7년간 뛰며 통산 타율 .313에 167홈런 591타점 538득점 108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진출 첫 해였던 1999년에는 30홈런 35도루를 기록하며 30-30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바로 한화 이글스에서 활동했던 제이 데이비스다. 한국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한 선수이며, 공수주에서 두루 뛰어난 모습을 선보이며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던 바로 그 제이 데이비스다.


메이저리그 경력이라고는 단 1경기도 없는 데이비스는 한국 무대에서 잘 적응하며 최고의 한국형 외국인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어중간한 거포형 선수들에 비해 트리플 A에서 2할 8푼대의 타격을 기록하며 좋은 주루 플레이를 보였던 데이비스가 가장 한국 프로야구에 어울리는 선수였던 것이다.


데이비스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던 당시 그의 나이가 29살이었으며, 발데스는 내년에 30살이 된다는 점도 비슷하며 약간의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격조건도 비슷하다(데이비스는 한국에 있는 동안 몸집이 많이 불었지만, 진출 초장기에는 매우 날씬했다). 기아로서는 발데스가 데이비스만큼의 성적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 된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요소는,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가 최근에 뛰었던 경기가 메이저리그 시합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발데스가 내야수라는 것, 그것도 가장 타격이 취약한 포지션인 유격수나 2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요소다.


보통의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강점만큼이나 약점이 뚜렷했다. 막강한 홈런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준이하의 수비와 느린 발로 애간장을 태우거나, 수비가 뛰어나면 타격에 문제를 노출하곤 했다. 하지만 발데스는 다르다. 장타력에서는 의문부호를 그릴 수 있겠지만, 정확도 자체는 준수한 편이며, 수비 실력은 수준급이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보여줄 수 있으며 좋은 주루 플레이까지 보여줄 수 있는 공-수-주를 겸비한 선수인 것이다.


발데스가 굳이 홈런포를 가동해야할 이유도 없다. 기아에는 최희섭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52경기에서 17개의 2루타와 7홈런으로 46타점 .337/.386/.528를 기록했다. 경기수를 감안해 봤을때, 올시즌 타점 1위 심정수(124경기 101타점) 보다도 뛰어난 타점 생산 능력을 보여주며 전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년 시즌 풀타임을 소화해 낸다면 팀의 기둥이 될 거포역할을 톡톡히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비록 올 시즌 8개 구단 중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긴 했지만, 4위 삼성과의 승차는 13.5경기였다. 최희섭이 건강하게 풀시즌을 뛰어주고 서재응이 에이스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기만 한다면, 발데스까지 영입한 기아가 4강권으로 도약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현역 메이저리거를 영입한 기아 타이거즈의 내년 시즌 성적이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