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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의 거물급 외국인 선수 카림 가르시아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4.
카림 가르시아는 지금껏 들어왔던 수많은 외국인 선수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았던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겼던 선수는 훌리오 플랑코와 펠릭스 호세, 그리고 카를로스 바에르가 정도다. 하지만 이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르시아만큼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선수는 없었다.

 

가르시아와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최희섭이다. 1979년 생인 최희섭은 21살 때인 2000년에 시즌이 시작되기 전 베이스볼아메리카(BA)의 유망주 평가에서 전체 77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에는 22위로 수직상승했고, 이듬해는 40위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3년에는 다시 22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으는 신인으로 차근차근 성장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쉽게 고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으나 그는 탑 수준의 유망주 출신이었음에 분명하다.


카림 가르시아는 최희섭보다도 한수 위로 볼 수 있는 수준의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그야말로 황금빛 앞날이 예상되었으나, 데뷔 당시의 소속팀의 상황과 맞물려 안타깝게 성공시대를 열어가지 못한 비운의 선수다.



1975년생인 가르시아는 17살 때인 1992년 한창 중남미 선수 찾기에 열중이던 LA 다저스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맞이한 상위 싱글 A에서 19홈런을, 이듬해는 21홈런을 때리며 1995년 BA 선정 유망주 랭킹에서 98위에 올랐다. 그해 트리플 A로 승격된 가르시아는 124경기에서 20홈런 91타점 .319/.369/.542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트리플 A 전체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듬해인 1996년 그의 BA 랭킹은 7위로 올라갔고, 그런 가르시아의 성공가도는 너무나도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당시 라울 몬데시, 토드 홀랜스워드, 브렛 버틀러, 로저 세네뇨 등이 지키고 있던 다저스의 외야는 그야말로 만원이라 가르시아에게 내줄 자리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경기 경험으로는 타자에게 지옥과도 같은 다저스타디움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웠다. 황금빛 미래가 쪽빛으로 변해가는 징조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1997년에도 20위에 랭크되어 있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71경기 만에 20홈런 66타점 .305/.361/.645의 괴물 같은 성적을 뽐냈지만 그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너무나도 적었다. 결국 특급 유망주 가르시아는 다저스 소속으로 29경기만을 출장한 채 그해 겨울 신생팀 애리조나로 옮겨가게 된다.


488경기에 달하는 가르시아의 메이저리그 경력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출장했던 것이 신생팀 애리조나의 주전 외야수로서 뛰었던 1998년이다. 마이너리그에서 27경기 만에 10홈런 27타점(.311/.397/.670)을 기록한 가르시아는 당당히 빅리그에 입성한다. 하지만 승격된 이후 113경기에 나선 가르시아는 그 특유의 장타력과 정교함을 상실한 채 .222의 빈타에 허덕이며 9홈런 43타점에 그쳤다. 시즌이 종료된 후 애리조나는 트레이드를 통해 가르시아를 디트로이트로 보낸다. 그 트레이드에서 애리조나가 받아온 선수가 이후 팀의 기둥이 되는 루이스 곤잘래스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펄펄 날아다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재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 그렇게 만년 유망주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선수가 바로 카림 가르시아다. 메이저리그 굴지의 거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던 이 선수는 이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던 가르시아는 200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깜짝 활약을 펼친다. 51경기에서 1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52타점을 기록한 것이다. 타율(.299)이나 장타율(.584)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A학점의 맹활약이었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내세울 수 있는 시즌이라고는 그 2개월 남짓한 시간이 전부다.


2004년을 끝으로 더 이상 가르시아의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통산 488경기에 출장해 66홈런 212타점 .241의 타율과 4할대 초반의 장타율을 기록한 것이 카림 가르시아라는 특급 유망주 출신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가르시아가 마이너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그야말로 가공하다. 마이너리그에서 11년을 뛰는 동안 가르시아는 940경기에 출장해 182홈런 660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281이며 장타율은 .522로 매우 수준급이다.(어디서 잘못된 기록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의 각 언론에서는 가르시아의 마이너리그 시절 기록을 잘못 보도하고 있다.)


미숙했던 10대 시절의 기록을 제외한 채 트리플 A에서 거둔 성적만 놓고 본다면 더욱 좋다. 658경기에서 137홈런 497타점 타율은 .294 장타율은 .544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기준인 162경기로 환산하면 34홈런 122타점이다. 왜 이정도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는지가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런 가르시아가 한국 땅을 밟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활약했었던 가르시아는 지난해 맥시칸 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76경기에서 기록한 20홈런 63타점 73득점의 스탯도 놀랍지만 .374/.437/.680으로 이어지는 배팅라인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일본에서의 기록(191경기 34홈런 97타점)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현 시점에서 가르시아의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꽤나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 보다 한 단계 아래의 리그에서 가르시아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 어쩌면 지금까지도 여전히 ‘호세의 향수’에 젖어있는 롯데의 수많은 팬들도 카림 가르시아를 통해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에는 이대호가 있다. 일부 팬들로부터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던 빈약한 타선이지만, 가르시아의 합류로 인해 그 컬러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선수가 연계해서 이루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예전 마해영과 호세가 이루었던 최강의 타격 원투펀치를 재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