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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걱정하지마라, 매덕스와 글래빈이 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7.

로저 클레멘스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내던져짐으로서 그는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 등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08년도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결정될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마크 맥과이어의 입성 가능성을 제기하는 설문이 줄을 잇고 있으나, 여전히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다. 이 추세대로라면 클레멘스 역시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할 확률이 크다.


무엇보다 데드볼 시대(공의 반발력이 적어서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지 않던 시절)가 막을 내리면서 열렸던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로저 클레멘스의 약물 사용은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 보유자인 배리 본즈 만큼이나 크나큰 파장을 불러왔고 많은 팬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실망할 일은 아니다. ESPN의 유명한 칼럼니스트인 피터 개먼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Appreciating Maddux, Glavine’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팬들의 뇌리 속에 최고 투수로 각인 되어 있는 클레멘스의 자리는 매덕스와 글래빈이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개먼스의 생각이다.


실제로 347승(역대 9위)을 거두고 있는 매덕스는 내년 시즌 8승만 추가하면 클레멘스(354승-8위)를 넘어선다. 혹시나 승운이 따라 17승을 거두게 되면, 그는 워렌 스판(363승-6위)을 넘어 라이브볼 시대의 최다승 투수가 된다. 즉, 역대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통산 303승을 거두고 있는 탐 글래빈도 역대 다승랭킹 21위에 올라 있다. 특히 좌완 투수 중 그보다 더 많은 승을 거둔 선수는 워렌 스판을 비롯하여 사이영상 4회 수상에 빛나는 스티브 칼튼(329승)과 데드볼 시대에 활약했던 에디 플랭크(326승) 뿐이다.


클레멘스에 비하면 그 승수가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로 글래빈이 데뷔한 이후로만 따지면 303-302로 글래빈이 오히려 1승을 더 거두었다. 두 번의 사이영상을 비롯해 2위와 3위에도 각각 두 번씩 오른 글래빈이 7번 중 4번의 사이영상이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클레멘스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굳이 클레멘스와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이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투수들임에 틀림없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5마일이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무브먼트와 완벽한 제구력(매덕스) 그리고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과 내외곽을 파고드는 코너웍(글래빈)으로 여전히 수준급의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피칭’이 무엇인지 아는 선수들이 때문이다. 이들의 피칭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알 수없는 희열을 느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1966년생으로 동갑인 이들은 내년 시즌에 만으로 42세가 된다. 자신의 친정팀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돌아간 글래빈과 샌디에이고에서 또 한 시즌을 맞이하는 매덕스. 이들의 투구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크나큰 기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