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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과연 타율 1위를 ‘타격왕’이라 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3.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정규시즌 타율 1위에 오른 선수를 ‘타격왕’이라 부르며 그 명예를 드높인다.


타격왕이란 말 그대로 타격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홈런이나 타점 부문의 타이틀 수상자가 아닌 타율 1위에 오른 선수에게 그러한 영예로운 호칭을 허락하고 있다.


하지만 타자들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홈런 수가 늘어남에 따라, ‘타율이 과연 타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율만으로 선수를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타율이 보여주는 것으로는 타력을 설명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메이저리그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타율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전문가들의 대표 주자는 통계 야구의 대명사인 세이버매트리션들이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팬들은 타율이 높은 선수를 좋은 타자라고 평가하며, 한 팀의 타력을 논할 때도 팀 타율을 최우선시 한다. 그러한 점은 각 스포츠 신문들이 팀 순위를 표기하면서 해당 팀의 타율과 방어율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어율과 달리 타율은 개인이나 팀이 보유하고 있는 정확한 ‘타격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적절하지 못하다.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득점과 타격 스탯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해 보면(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기록 기준), 한 팀의 총득점과 타율은 약 72.4%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꽤나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83.3%, 84.3%로 더욱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를 대입한 분석결과는 무려 92.4%로 타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OPS만으로도 득점에 필요한 요소를 92.4%나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타율이 높은 팀이 아니라 OPS가 높은 팀이 득점을 많이 하며, 더 강한 타력을 지닌 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팀 타율에 비해 득점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면, 장타율이나 출루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선수 개개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타율보다 OPS가 더욱 중요한 척도임을 말해준다. 타율이 낮더라도 OPS가 높은 선수가 좋은 선수이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아무리 타율이 높아도 볼넷을 얻어낼 능력이 없다거나, 파워가 부족해 장타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타율이라는 지표가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에게 익숙하고, 또한 널리 알려져 있는 평가기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이상 ‘타율 1위=타격왕’이라는 논리는 현대 야구에서 통하지 않는다. 야구계의 혁명과도 같았던 베이브 루스의 등장 이후 가장 뛰어난 타자라는 평가는 주로 홈런을 잘 치는 거포들에게 주어졌으며, 그것이 당연한 결과다.


한국 프로야구도 기술적인 면과 통계를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팬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타격왕’이라는 용어는 이제 사라져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타격왕이라고 불릴 만한 선수를 찾아본다면, 그 대상은 타율 1위인 KIA 타이거즈의 이현곤이 아니라 장타율과 OPS에서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