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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팬들과 함께한' 박찬호의 훌륭했던 2009시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1. 6.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많은 용기와 마음의 힘 덕분에 훌륭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소망하던 우승 반지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자신을 응원해준 고국의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는 뜻을 전달한 박찬호. 국내의 수많은 팬들 역시 그러한 박찬호의 모습에 언제나 변함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 패배 속에서도 빛난 박찬호의 피칭

‘제국’의 모습을 회복한 뉴욕 양키스는 과연 강했다.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MVP에 오른 마쓰이 히데키의 3안타(1홈런) 6타점의 ‘원맨쇼’에 힘입은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7-3으로 제압하고 팀 통산 27번째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 가던 상황에서 단 한 번도 7차전을 치르지 않고 일찌감치 시리즈를 끝냈던 양키스의 전통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6차전 9회말, 시리즈를 끝내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 주인공은 이번에도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렸던 필라델피아의 선수들은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매운 관중들과 양키스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 중에는 우리의 주인공 박찬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박찬호의 피칭은 결코 패배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위기 상황마다 등판한 박찬호는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의 깔끔한 투구로 평균자책 ‘0.00’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11명의 필리스 투수 가운데, 실점이 없는 투수는 스캇 아이어(2이닝 무실점)와 박찬호뿐이다.

또한, 박찬호는 라이언 매드슨(5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1~2경기 출장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찰리 매뉴얼 감독을 비롯한 필리스 코칭 스태프가 박찬호를 얼마나 신뢰했는가를 알 수 있다. 비록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박찬호는 ‘불펜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해낸 것이다.

▶ 만족할만한 2009년의 마무리

‘소의 해’인 2009년에 ‘소띠’인 박찬호(73년생)는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동안 7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모두 45경기에 등판해 83⅓이닝을 던졌고, 3승 3패 13홀드 평균자책 4.43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총 6⅔이닝을 던져 3실점(4.05)했다.

개막 당시 팀의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선발로써의 부활은 실패로 끝났다. 박찬호는 7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7.29를 기록하며 불펜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하지만 박찬호는 거기에 절망하지 않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구원투수로 38경기에 등판한 박찬호는 50이닝을 소화하면서 2.52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경기수를 감안하면 그가 기록한 13개의 홀드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LA 다저스가 아닌 다른 구단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 250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로 하고 필리스와 1년간 계약했다. 선발투수로 꾸준히 등판했다면 최대 250만 달러에 달하는 옵션도 따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했다. 그러나 출장 경기수에 따른 8만 달러의 보너스를 확보했고, 2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포스트시즌 배당금도 받게 될 전망이라 올 시즌 총 수익은 28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60만 달러가량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하면 수익 면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다.

▶ 2010년의 박찬호는?

내년이면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7년차이자 만 37세가 된다. 몸 관리를 충실히 해왔고, 지난 2년 동안 불펜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이제는 월드시리즈 출장 경험까지 자신의 스펙에 추가했다.

지금의 박찬호는 2년 연속 일류 셋업맨으로 활약한 월드시리즈 등판 경험이 있는 베테랑 우완투수다. 덕분에 지난해보다도 더욱 좋은 조건으로 FA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얼마 전 “내년에도 박찬호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필리스에는 우완 셋업맨이 부족한 상황이고, 여차하면 시즌 내내 불안했던 브래드 릿지를 대체할 선수도 필요하다. 박찬호도 그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다.

필리스에 남든 떠나든 간에 올 시즌 보다는 좋은 조건의 계약이 예상된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제프 보리스는 우선 2년간 총액 600만 달러 이상, 혹은 3년 간 1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명예 회복에 성공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박찬호가 여전히 선발투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약 조건을 까다롭게 가져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으로 팬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박찬호는 홈페이지에 남긴 10줄 가량의 짧은 글 속에 4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팬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했다. 팬들 역시 오히려 박찬호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얻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팬들에게 사랑받고, 또한 팬들을 위할 줄 아는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야구팬들의 큰 기쁨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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