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자질이 의심되는 기사, 욕 먹는데는 이유가 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1. 4.

오늘(3) 올라온 스포츠조선의2010시즌 결산 LG 트윈스 편은 그야말로 독자들이 기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글이었다. 물론 현장에서 선수들과 부대끼면서 활동하는 기자들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보다야 한 가지라도 주워듣는 게 많은 것이 사실이겠지만, 그럼에도 이정도 수준의 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오늘 네이버 뉴스 야구 섹션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 기사는 제목부터 독자들을 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LG, 마무리 보강 위해 손승락을 잡아라

 

누가 보면 LG가 일찌감치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을 영입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걸로 오해하기에 충분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제목은 그저떡밥에 불과했고 내용은 올 시즌 또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비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엄청난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그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도 8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분명 언론의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 역시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제시한 근거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사실을 토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

 

초보감독의 오판?

 

리빌딩을 선언한 박종훈 감독이 거물 이적생이택근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팀을 재건하는 리빌딩이 아닌 4강에 목숨을 걸게 되었고, 그 결과 당초 계획이 헝클어졌다. 그리고 LG는 내년 시즌에도 리빌딩이 아닌 당장 눈앞의 성적에 목을 메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물론 이택근의 영입이 리빌딩을 선언한 팀의 행보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 영입은 프런트의 몫이다. 코칭스태프는 프런트가 데려다 주는 선수들로 최상의 라인업을 짜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종훈 감독은 이택근의 영입을 마다할 힘도 이유도 없다. 팀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다 주겠다는데 리빌딩을 하겠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외야수의 영입을 반대할 멍청한 감독이 대체 어디 있을까?

 

더불어 LG의 리빌딩을 실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 많은 외야수, ‘5’라 불리는 막강한 외야진 속에서도 이미 지난 수년간 유망주 껍질을 벗지 못하던 작은 이병규를 발굴해내는데 성공했다. 이택근의 영입으로 유망주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 것이고, 그렇기에 이택근의 영입을 초보감독의 오판이라 표현한 것 같다. 그러나 한 시즌에 한 명의 선수를 발굴해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 와중에 이병규는 충분히 많은 기회를 제공 받았다. 그 동안 이병규가 전도유망한 선수라는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많은 출장 기회를 보장해준 감독은 박종훈 감독이 유일하다.

 

수비형 포수를 키워라?

 

만약 작년에 이 기사를 썼다면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조인성을 못 잡아 먹어 안달 나있던 LG팬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왔던 김재박 감독 시절과 비교해 조인성에게 전적으로 리드를 맡기고 있는 올 시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기사는 이러한 이유로 조인성이 아닌 다른 수비형 포수로 대체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투수는 포수가 요구하는 리드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다. 투수가 원한다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고개를 젓는 것으로 포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아무리 포수가 좋은 리드를 이끌어냈다 한들 투수가 거절했다거나 당초 노리던 코스가 아닌 실투성의 공이 들어가서 처참한 결과를 맞아도 모두 포수 탓으로 돌려야 한단 말인가?

 

지난해 롯데는 10승 투수를 무려 세 명이나 배출해냈다. 정말 강민호는 대단한 포수임에 틀림이 없다. ? 그런데 올 시즌 롯데는 10승 투수를 단 두 명 배출해내는데 그쳤고, 불펜은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게 다 강민호 탓이다. 그런데 지난 해에는 괜찮은 수준이었던 걸로 봐서 아마 지난해까지는 강민호가 수비형 포수였다가 올해 공격형 포수로 변신한 모양이다. 뭐 기자 말대로라면 대략 이런 식의 주장도 성립이 가능하다.

 

투수가 부진한 이유를 포수의 탓으로 돌려선 곤란하다. 그것은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책임져야 할 몫이지 포수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아니다. 좋은 기량을 갖춘 투수라면 어떤 배터리와의 호흡에서도 제 기량을 뽐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LG 투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은 이전까지 LG의 코칭스태프들이 계속해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해 왔던 것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조인성이 포수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포수의 수비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아니라 블로킹과 같은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조인성의 블로킹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분명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되었다고 감히 확신한다.

 

기사의 마지막은 독자들을 현혹시켰던손승락 떡밥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광수는 마무리를 맡기기엔 구속이 느리고 넥센의 손승락을 데려와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김광수는 최고구속 150km에 평균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패스트볼을 지닌 선수다. 이런 선수를 두고 구속이 느리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의 대안으로 제시한 손승락 역시 비슷한 수준의 구속을 유지하는 선수라는 것을 그 기자는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손승락이 구위적인 측면에서 김광수를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나, 사실상 구속은 양 선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대체 이 기사는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부분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네티즌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이런 기사 하나하나에 쉽사리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준이 낮은 기사에는 기자를 폄하하는 댓글로 도배가 된다. 기자들은 이러한 것들은 쉽사리 지나쳐선 안 된다. 그들은 분명 문제가 있기에 그러한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꼭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기 바란다. 왜 이러한 댓글들이 달렸는지, 그리고 왜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알게 될 것이다.

 

// 버닝곰 김성현[사진=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추천 한 방
(아래 손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