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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길 잃은 롯데, 실속 없는 트레이드 왜 했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21.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이틀 동안 두 건의 커다란 사고
(?)를 쳤다. 하나는 새 외국인 선수로 브라이언 코리(Bryan Corey)를 영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넥센과의 2:1 트레이드를 통해 영건고원준을 영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움직임은 모두 적잖은 여파를 몰고 왔다. 야구팬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롯데의 새 외국인 선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향해서는 뒷돈이 오갔음이 분명하다는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체 롯데 자이언츠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 브라이언 코리, 대체 그게 누구야?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난 15년 동안 메이저리그 골수팬으로 살아왔다. 그런 필자에게도 브라이언 코리라는 이름은 아주 생소하다. 별달리 주목을 받아본 적도, 그럴 만한 사건을 일으킨 적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선수라는 뜻이다. 적어도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표현을 붙일 만한 선수는 아니다.

 

1973년생인 코리는 1993년에 디트로이트에 입단했으나, 그가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건 5년이나 지난 1998년이었다. 그것도 고작 4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고,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98.1이닝의 대부분은 30대 중반이 된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3년 동안 기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은 4 4패 방어율 5.13으로 지극히 평범하다. 15년을 뛴 마이너리그에서의 통산성적도 64 64패 방어율 4.12로 그저 그렇다.

 

올해에는 일본 프로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으로 14경기에 등판해 4 4패 방어율 4.87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한 마디로 메이저리그급도 아니고 일본에서도 실패한 선수라는 뜻이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줄 알지만, 직구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스터프도 없는 내년에 만 38세가 되는 노장 투수, 그의 제구력이 손민한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코리는 지난 3년 동안 부산의 야구팬들에게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르시아를 대신해 영입한 선수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레벨이 가르시아가 그립지 않을 정도는 됐어야 했다. , 올 시즌의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사도스키처럼 좋은 스터프를 지닌 젊은 나이의 투수여야 했다는 뜻이다.

 

사실 외야에서 전준우와 손아섭이 동시에 기량을 꽃 피운 이상, 가르시아의 퇴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새 외국인 선수로 마무리 투수 요원을 영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전준우가 그대로 외야를 지킨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전준우는 현재 3루수 수업을 받고 있다. 그것은 문규현이 아닌 황재균이 유격수를 본다는 뜻이다. 그러면 외야 라인은 일단 김주찬-손아섭-정보명(황성용)이 될 전망이며, 이것은 도저히 프로 1군 급이라 볼 수 없는 최악의 외야 수비진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황재균이 3루를 맡고 외야가 김주찬-전준우-손아섭으로 꾸려진다는 전제 하에선 가르시아의 퇴출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수비 포지션이라면 가르시아의 이탈은 롯데 수비 라인의 완전한 붕괴를 가져올 뿐이다.

 

게다가 롯데는 코리를 일단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팬들이 그토록 기대했던 마무리 투수가 아닌 선발투수 요원을 영입한 것이다. 대체 롯데 프런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이래서야 가르시아를 떠나 보낸 의미가 전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 영입 소식이 들려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들려온 트레이드 소식은 또 한 번 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 고원준 트레이드, 정말 뒷돈이 없었을까?

 

20일 오후, 롯데와 넥센은 나란히 보도자료를 통해 고원준(20)=이정훈(33)+박정준(26)’ 1:2 트레이드가 성사되었음을 알려왔다. 넥센 측은 보도자료의 상당 부분을 김시진 감독의 멘트로 구성했다. 마치 이번 트레이드는 김시진 감독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또한 수긍했으며 뒷돈이 전혀 오가지 않은 전력보강용 트레이드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걸로 대충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면, 그건 팬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본 것이다.

 

14년차 베테랑인 이정훈은 커리어를 통틀어 평균 이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즌이 2009년 한 해가 전부인 평균 이하의 불펜요원이다. 23 38 14세이브 방어율 4.89라는 그의 통산성적이 그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 그나마 롯데니까 필승계투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일 뿐, 다른 팀이라면 패전처리가 어울리는 선수다.

 

경남고 출신의 외야수 박정준은 2002년 당시 롯데의 1차 지명자였지만, 프로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타자 중 한 명이다. 2009년에 반짝 활약을 선보였지만, 올해는 대부분을 2군에 머물렀고, 퓨쳐스리그에서도 타율 .248의 부진한 기록을 남겼다. 두 명 모두 롯데에서도 딱히 아쉬울 것이 없는 카드들이다.

 

그런데 롯데는 그런 둘을 내주고 한창 싱싱한 어깨를 자랑하는 고원준이라는 20살의 영건을 데려왔다. 이를 두고 넥센은 전력보강이라 말하고, 롯데는 뒷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그보다 웃긴 코미디가 또 있을까?

 

정말 이 트레이드가 양쪽의 주장대로 뒷돈 없는 전력보강용 트레이드가 되려면 롯데가 꺼내든 카드가 최소한 좌완 허준혁+박종윤(혹은 김주현)’ 정도는 되어야 했다. 허준혁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매우 좋은 구위를 지닌 20살의 좌완 불펜요원(2010시즌 1 8홀드 1세이브 방어율 4.28)이다. 박종윤(28)은 모두가 알고 있듯 수비에 강점이 있는 1루수고, 김주현(22)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5할대의 장타율과 13홈런 15도루를 동시에 기록한 호타준족의 내야수다.

 

넥센이 고원준을 팔아서 불펜요원+타자를 얻고 싶었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요구했어야 했다. 롯데 역시 손아섭과 전준우를 아끼면서 고원준을 영입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카드는 내놔야 했다. 그런데 뭐, 이정훈과 박정준? 이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 롯데는 고원준을 대체 왜 데려왔을까?

 

앞선 단락의 내용은 일반적인 시각, 그리고 넥센의 입장에서 바라본 고원준에 대한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그럼 이번에는 조금 주관적인 시각, 그리고 롯데의 입장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바라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롯데 프런트가 고원준을 데려온 건 또 하나의 멍청한 짓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7, 황재균의 트레이드가 있었을 당시 이 블로그를 통해 그와 관련한 의견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http://mlbspecial.net/1514) 당시 포스팅의 핵심 내용은 그 트레이드는 넥센은 굳이 해야할 이유가 없었고, 롯데 역시 딱히 이득 본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황재균 정도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뒷돈이 오갔다면, 그건 롯데의 삽질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적어도 올해만 놓고 봤을 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황재균은 2009 4월의 딱 한 달을 제외하곤 평균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 적이 없는 선수다. 롯데로 이적한 후 황재균이 기록한 성적은 .226/.289/.423(타율/출루율/장타율)이었고, 트레이드 직전까지 김민성이 롯데에서 기록한 성적은 .256/.360/.361이었다김민성이 황재균으로 바뀐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며, 수비는 김민성이 더 뛰어나다. 황재균을 영입하기 위해 롯데가 거액의 현금(일설에 의하면 약 20~30)을 얹어줬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원준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가장 주목 받은 신인 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건 그 주목을 받게 된 5월 한 달간의 성적이 유난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고원준은 5월에 4번의 선발 등판에서 매우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0.84의 월간 방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5월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3점대 이하의 월간방어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5월을 뺀 나머지 기간의 방어율은 5.20으로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

 

SK를 상대로 노히트를 기록할 뻔 했던 시합과 이상하게도 거듭되는 류현진과의 맞대결이 고원준의 이름값을 높이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이스라 불릴 만큼의 실속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7월 이후의 마지막 3개월 동안은 13경기에 등판했지만, 경기당 평균 5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었다.

 

팬들에게 이름은 확실히 각인시켰으나, 그 유명세에 비해 기량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한 달만 잘한 선수라는 면에서 황재균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롯데가 고원준을 영입하기 위해 또 다시 거액의 뒷돈을 투자했다면,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롯데에는 이미 선발 투수가 넘쳐난다. 사도스키-송승준-장원준의 주축 3인방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준 이재곤과 김수완, 그리고 트레이드 하루 전에 영입을 결정한 브라이언 코리도 있다.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손민한도 내년 시즌 중에는 복귀할 전망이다.

 

고원준에 비하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이재곤은 고원준이 보여주지 못한 꾸준함과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이미 보여준 선수다. 김수완 역시 SK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는 등 단기간에 보여준 임팩트는 고원준 못지 않았다. 8개 구단 가운데 고원준이 가장 아쉽지 않은 구단이 바로 롯데다. 롯데에서는 고원준이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는 상황이다.

 

롯데가 필요한 건 좋은 스터프를 지닌 마무리다. 그게 정 불가능하다면 좀 더 효율적인 집단 마무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경험 많은 불펜요원을 데려왔어야 했다. 선발 요원들 중 몇 명을 불펜으로 돌린다 해도 그건 또 다른 물음표를 떠안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코리의 영입이나 고원준의 트레이드나, 그 내용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팀의 필요를 전혀 채우지 못한 쓸 데 없는 움직임이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왕 투자를 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더 화끈한 배팅으로 어떻게든 손승락을 데려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엄청난 비난 여론에 휩싸이겠지만, 적어도 전력보강에는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롯데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됐다. 욕은 욕대로 먹고, 전력보강에 있어서도 별다른 실속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투자를 하고도 실속은 없으니, 이보다 손해 보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반대로 넥센은 이제 진정한 선수장사의 달인으로 등극했다. 지난 겨울에는 2009년 전반기에만 반짝한 이현승을 팔았고, 올 시즌 중에는 황재균을, 그리고 이번에는 현재 실력 이상으로 가치가 부풀려져 있는 고원준을 또 다시 롯데에 넘겼다. 팬들의 추측대로 뒷돈이 오갔다면, 이 보다 더 적절한 타이밍에서의 트레이드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롯데는 그런 넥센의 으로 전락하기 직전이다.

 

(뒷돈이 오갔다는 가정 하에) 넥센이야 워낙 구단 사정이 안 좋으니 그렇다 치자. 그러나 롯데는 다르다. 바로 며칠 전에 롯데 장병수 사장이 9,10 구단의 창단을 논하기에 앞서 넥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롯데가 뒷돈이 의심되는 수준의 트레이드로 고원준을 영입했으니 이보다 더 한 표리부동이 또 어디 있을까? 이왕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마음 먹었다면 제대로 된 실속이라도 챙겼어야 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완전히 길을 잃은 듯한 롯데의 행보, 다른 구단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동시에 롯데 팬들조차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이래저래 지탄 받아 마땅한 것이 롯데 자이언츠의 현 상황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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