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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성적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11.

얼마 전 이 칼럼란을 통해 ‘MLB.com 선정 2008년 판타지 베이스볼 랭킹’을 소개했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com은 2008년 판타지 베이스볼을 오픈하면서 ‘프리뷰(preview)’ 자료를 함께 서비스했고, 그 속에는 메이저리거들의 올 시즌 예상 성적과 그에 따른 선수별 순위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현지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 선수가 미국 현지에서는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쉽게도 현재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김병현마저 아직까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 이번 오프시즌 기간 동안에도 거물급 선수들이 대거 진출한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들은 여전한 강세를 자랑한다.

이제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들은 여타 중남미 국가 선수들에 비해 그 양과 질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그런 그들이 현지에서는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 지 간략하게 알아보자.


▷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역시나 이치로다. 외야수 가운데 10위,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매긴 전체 랭킹에서도 25위에 올라 있다. 한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부족함이 없다.

MLB.com은 올해도 이치로가 최소한 3할 타율에 100득점 30도루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로 35살이 되지만 그의 타격 스타일상 3할을 훨씬 상회하는 타율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매리너스의 타선도 지난해 보다 업그레이드되었으니 1번 타자로서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치로를 통해 최근에 새로이 등장한 리드오프 타자들이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 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존의 관점에서 최고라고 평가할 만한 이치로이지만 이 순위에서는 1번 타자들 가운데 7위에 그치고 있다. 그의 앞에는 호세 레예스, 헨리 라미레즈, 지미 롤린스, 칼 크로포드, 알폰소 소리아노, 그래디 사에즈모어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랭킹에서도 모두 14위 안에 올라 있어, 최근에 메이저리그에 거세게 불고 있는 ‘파워 있는 1번 타자’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이번 오프시즌 동안 현지 전문가들의 마쓰자카를 향한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었고, 이는 MLB.com의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무난하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마쓰자카가 올해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다. 그런 마쓰자카의 랭킹은 투수 부문 19위, 한 팀의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MLB.com은 마쓰자카의 올 시즌 성적을 17승 10패 방어율 3.65로 예상했다. 200이닝-200탈삼진 또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40에 그쳤던 방어율 부문에서의 큰 향상이 눈에 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도 2008년판 핸드북에서 마쓰자카의 방어율을 3.54로 예상했었다. 현지 전문가들의 마쓰자카에 대한 기대와 평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고질라’ 마쓰이는 외야수 부문 32위에 올라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30팀이 존재하고, 주전 외야수만 모두 90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낮은 순위가 아니다. 게다가 전망하고 있는 성적도 나쁘지 않다.

MLB.com은 올해 마쓰이가 26홈런 105타점 102득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보다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마쓰이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평균 성적과 비슷한 수치이며, 항상 꾸준하게 이 정도의 활약을 해주었던 그에게 올해도 동일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3할 언저리의 타율과 25홈런 100타점, 이는 어느 순간부터 마쓰이에 대한 표준치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그가 성공한 메이저리거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 사이토 다카시(LA 다저스)

지난해 팬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다름 아닌 사이토였을 것이다. 1.40의 방어율로 39세이브를 거둔 사이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최고의 마무리였다. 그 성과를 인정한 MLB.com은 사이토를 구원투수 8위(NL에서는 빌리와그너에 이은 2위)에 올려놓았다.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예상치도 못한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는 사이토는 38살의 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피안타율은 .151에 불과했고, 이러한 투구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LB.com을 비롯한 각종 시즌 예상에서도 사이토는 2점대 안팎의 방어율로 35개 이상의 세이브를 성공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후쿠도메 코스케(시카고 컵스)

사실 올해는 다른 선수들보다 시카고 컵스 팬들의 많은 기대와 성원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딛은 후쿠도메의 성적이 기대가 된다. 하지만 현지의 예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12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그보다 한 발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출신 거포들의 부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02년에 36홈런을 기록하고 메이저에 진출한 가즈오 마쓰이는 5년 동안 통산 17홈런에 그치고 있고, 3년 동안 106개의 홈런을 기록한 뒤 템파베이에 입성한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지난해 단 7홈런에 머물렀다. 후쿠도메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현지에서 전망하고 있는 후쿠도메의 올 시즌 성적은 3할 13홈런 80개의 타점과 득점 그리고 15도루다. 이 정도만 기록해줘도 ‘성공’이라는 것이 현지의 시선이다. 사실 마쓰이 히데키 이후 일본 출신 거포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평가다. 후쿠도메가 이러한 시각을 날려버리며 자신도 ‘고질라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구로다 히로키(LA 다저스)

후쿠도메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비슷한 금액(3년 3530만)을 받고 LA 다저스에 입단한 구로다 히로키다. 그리고 당장 현지의 평가는 후쿠도메 보다는 긍정적이다. MLB.com은 구로다를 선발 투수 가운데 78위, 즉 무난한 3선발 요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승 7패 4.28의 방어율, 이것이 공식 사이트에서 예상한 구로다의 올 시즌 성적이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에 무난하게 적응해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통산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1.6개에 불과할 정도로 좋은 커맨드를 지니고 있는 투수라 적응에 그다지 애를 먹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가 몇 년만 더 빨리 다저타운에 입성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탑 25위 안에 들어가는 에이스급 투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는 평가가 특히나 눈에 띈다.


▷ 기타

이 외에도 지난해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크게 공헌했던 오카지마 히데키는 올해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부진(방어율 4.56)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무리 투수인 조나단 파펠본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진했던 이구치 타다히토(센디에이고 파드레스)와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마쓰이 가즈오(휴스턴 에스트로스), 이 두 명의 2루수는 크게 튀지는 않아도 메이저리그의 주전 선수로서 부족함이 없는 무난한 성적이 예상된다. 7홈런에 그치며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던 이와무라는 올해 2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하며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포수 부문 6위에 랭크되어 있는 조지마 겐지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형 포수로 평가되고 있다. 올 시즌에도 15개가량의 홈런과 3할에 조금 못 미치는 타율로 시애틀의 하위타선에서 영양가 있는 타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키스의 이가와 게이와 필라델피아의 소 다구치는 그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일단 25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가능성은 꽤나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