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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불안한 보스턴과 미소 띤 양키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12.

보스턴 레드삭스는 점점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 뉴욕 양키스는 속으로 웃음 짓고 있다.


지난 주말 이들 두 팀의 명암을 가른 두 가지 뉴스가 거의 동시에 전해졌다. 하나는 볼티모어의 에이스 에릭 베다드의 시애틀행이고, 다른 하나는 보스턴의 선발 투수 커트 쉴링의 부상 소식이다.


덕분에 양키스는 웃고 있고, 보스턴은 울고 있다. 경쟁을 해야만 하는 스포츠에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과 같기 때문이다.


믿음직한 선발 요원인 쉴링이 오른 어깨 부상으로 인해 최소한 전반기 출장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은 보스턴 관계자와 팬들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애당초 6선발 체제를 구상했던 보스턴이기에 쉴링이 빠진다 하더라도 괜찮은 수준의 5선발 체제를 꾸려갈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선발 자원이 남아서 여유 있게 로테이션을 가져가는 것과, 어쩔 수 없어 5선발 체제를 꾸려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2자리를 꿰차게 될 클레이 벅홀츠와 존 레스터는 올해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풀타임이다. 예기치 못한 부상이나 부진 등이 문제로 나타났을 때의 대비책이 전혀 없다.


이는 타력에서는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투수진의 비교에서 열세를 보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이 보스턴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양키스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에릭 베다드가 동부지구를 떠나 서부지구로 갔다는 점도 양키스로서는 환영할만한 사건이다. 베다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양키스 킬러’이기 때문. 지난 2년 동안 양키스 전에 5번 선발 등판한 베다드는 3승 무패 1.44의 철벽 방어율을 자랑했다. 33이닝을 던지는 동안 35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양키스 타선도 베다드 앞에서는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같은 지구에 속해있다면 보통 4~5차례의 맞대결을 펼치기 마련인데, 그러한 투수가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마주치는 서부지구로 떠났으니 ‘손도 데지 않고 코를 푼 격’이나 다름없다. 이미 현지의 양키스 팬들은 베다드의 시애틀 행을 기뻐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이번 스토브 리그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매년 F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던 두 팀이, 새로운 얼굴을 물색하기 보단 기존의 전력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한 것.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마리아노 리베라, 호르헤 포사다와 재계약에 성공했고, 레드삭스도 마이크 로웰과 커트 쉴링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전력 누수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적은 바로 부상이다. 이번 쉴링의 부상은 보스턴 입장에서 볼 때 양키스와의 순위 대결에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주변 상황까지 양키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격전이 예상되는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와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를 비롯해, 6개 지구가 모두 관심을 가질만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지만, 역시나 전통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빅 마켓을 무대로 펼쳐지는 뉴욕과 보스턴의 경쟁이 가장 흥미진진하다.


지난해 최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던 보스턴의 수성이냐, 여러 가지 호재 속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양키스의 반격이냐. 이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메이저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을 즐겁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