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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고원준의 선발전환은 탁월한 결정!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4.



롯데 자이언츠가
3일 펼쳐진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5-1로 승리,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연승을 거뒀다. 송승준의 호투가 빛났고, 득점 찬스에서 보여준 타선의 집중력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삼성은 수비와 주루에서의 어설픈 플레이가 거듭되며 자멸했고, 롯데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또 한가지 주목할 장면이 경기 막바지에 있었다. 그 동안 선발로 활약해 온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코리가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승부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코리는 8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 1사 후 1루수 박종윤의 실책 때문에 주자를 한 명 내보냈을 뿐, 안타나 볼넷도 없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4일 경기 선발로 고원준을 예고했다. 원래대로라면 코리가 등판할 차례였다. , 고원준과 코리의 보직을 맞바꾼 것이다. 이는 양승호 감독이 던진 승부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이 판단은 굉장히 좋아 보인다. 어쩌면 이 자그마한 변화가 롯데의 약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리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가 적격!

 

롯데가 코리를 처음 데리고 왔을 당시, 롯데 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일단 그가 73년생의 노장이라는 점이 달갑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를 선발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구단의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롯데에 필요한 것은 선발이 아닌 마무리투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원준이 불펜에 합류한 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았다.

 

이후 코리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면서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 했다.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아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코리의 한계였다.

 

코리는 지금까지 6경기에 선발등판 했는데, 타력이 약한 한화(2경기)-넥센과 상대한 3경기에서는 19이닝 동안 5실점(4자책)하며 1.86의 평균자책을 기록했으나, 두산-SK-KIA와 싸운 3경기에서는 15이닝 동안 15실점(13자책)하며 7.47의 평균자책을 마크했다. , 한화-넥센과의 3경기에서는 1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3경기에서는 4개의 삼진을 잡아내는데 그쳤다.

 

쉽게 말해 타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는 좋은 피칭을 보여줄 수 있지만, 강타선을 보유한 팀을 상대로는 통하지 않는 투수였던 것이다. 제구력은 좋지만 피안타율(.288)이 높은 편이고, 위기상황에서 유독 약했다. 투구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시타를 허용하니 실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리의 체력이었다. 투구수가 70개를 넘어가는 5회만 되면 구위의 저하가 뚜렷했고, 그때부터 상대 타선에게 많은 점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리는 4회까지 .256의 안정된 피안타율과 2.25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5회 이후로는 피안타율이 .348로 급상승하면서 평균자책점도 6.60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코리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코리를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관리만 잘 해준다면 코리는 구원투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1~4회까지의 피칭 내용이 좋았다는 것은 마무리투수로 1~2이닝을 던진다면 얼마든지 좋은 피칭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코리의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보직이 바로 마무리투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코리가 마무리로 정착하게 된다면, 롯데의 오랜 고민이 자연스레 해소된다. 임경완은 7~8회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 중 한 명이며, 김사율도 좋은 투수다. 적어도 이기는 경기를 지킬 수 있는 힘은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고원준은 선발 유망주!

 

지난해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꼽힌 고원준을 불펜으로 기용하는 것은 롯데의 사치라고 할 수 있다. 선발진이 두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불펜이 약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다행히 고원준(평균자책 1.80)은 불펜에서도 잘 적응하면서 단숨에 롯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고원준은 이미 1년 동안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아온 선수다. 올해도 구원으로 등판하여 3이닝을 소화한 경기가 3번이나 있었는데, 오히려 이닝이 거듭될수록 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자신이 선발 체질임을 증명했다. 이만한 재능을 지닌 투수를 고정된 1이닝 마무리도 아닌, 전천후 계투로 활용한다는 것은 낭비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선발진의 강화를 위해 코리와 고원준의 보직을 맞바꿨다. 선발진이 강점이었던 롯데는 사도스키가 늦게 합류하고 이재곤-김수완이 예상 밖의 부진으로 고전하면서 오히려 4~5선발 자리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송승준(2 1 3.58)과 장원준(3 1 2.78)이 선발진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사도스키가 나름 성공적으로 복귀를 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선발이 한 명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이 일단 고원준에게 주어졌다. 이제는 고원준의 활약 여부에 롯데의 올 시즌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선이 제 모습을 찾은 상황이니, 1~4선발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하다. 롯데 타선은 충분히 그만한 힘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원준 개인으로도 불펜에서 양승호 감독의 원칙 없는 투수운용에 희생되느니,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으며 일정 간격을 두고 선발로 등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이미 구위에 대한 검증은 끝난 상황이니, 좋은 피칭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양승호 감독의 판짜기 능력은 낙제에 가까웠다. 시즌을 앞두고 5개월간 준비한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것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의 원인이었다. 그런데 소를 잃은 후 외양간을 고치는 능력은 나름 괜찮아 보인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재빨리 전준우를 중견수로 복귀시킨 것도 그렇고, 롯데 타선이 깨어난 것도 전준우에게 1번의 역할을 맡기면서부터였다. 아주 간단한 해법이었지만, 어쨌든 그걸로 타선과 수비는 작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남은 문제는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는 투수진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고원준의 선발전향과 코리의 마무리 투입이 또 하나의 좋은 해법이 된다면, 롯데의 투수력은 작년보다 나은 상황이 될 수 있다. 롯데라는 팀을 위해서, 그리고 양승호 감독을 위해서도 이번 보직변경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개막 이전까지 해온 5개월의 노력이 전부 무위로 되돌아간 상황이기에, 시즌을 치르면서 시행착오를 수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성공시킨다면 양승호 감독에 대한 평가가 지금과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워낙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아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양승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던 터라, 아직은 좀 더 믿어보고 싶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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