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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승엽, 이대로라면 국내에서도 경쟁력 없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11.

국민타자이승엽(35)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이제는 일본무대에서 명예회복을 하느냐의 차원 정도가 아니라, 더 이상 프로 야구선수로서의 경쟁력이 있느냐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정도다.

 

이승엽의 2군 강등은 처음 경험해본 일이 아니지만, 오릭스에서의 2군행은 요미우리나 지바 롯데 시절과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일본 진출 초창기였던 지바 롯데 시절은 한마디로 적응기였다. 20대 후반의 한창 나이였던 이승엽에게는 생애 처음 겪어보는 일본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훈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일본 최고의 구단이었던 요미우리는 워낙 우수한 선수들이 넘쳐났던 만큼 스타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조금만 부진하면 가차없이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오릭스는 사정이 다르다. 오릭스는 2000년대에만 5번이나 꼴찌를 기록했을 만큼 일본 내에서도 위상이 높지 않은 만년 하위팀이다. 오릭스는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던 외국인 강타자 알렉스 카브레라가 떠난 중심타선의 공백을 이승엽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박찬호와 함께 야구 한류열풍의 중심으로 관중몰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됐다. 이승엽도 입단식에서 최소 30홈런-100타점 이상이 목표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이처럼 부활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황 속에서도 개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주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플래툰 시스템으로 밀려나더니, 이젠 2군행까지 선고 받았다. 이번엔 몸 상태에 큰 이상이 있거나, 같은 포지션에 뛰어난 경쟁자가 등장했던 것도 아니다. 요미우리 시절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변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21경기에서 타율 0.145에 홈런은 고작 1, 타점도 5개에 그치고 있다. 무려 27번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겨우 7개를 얻어내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선구안이 바닥이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치욕적인 성적표다. 이 정도면 사실 2군 정도가 아니라 당장 퇴출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개막 이튿날 대형 3점 홈런을 뽑아내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활의 청신호를 쏘아 올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오카다 감독은 이승엽이 초반 부진할 때도 믿음을 가지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 코칭스태프들을 동원하여 이승엽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특별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승엽 본인도 수시로 특타를 자원하여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하여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노력과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차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오릭스 구단의 인내도 한계에 부딪혔다.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하고 공을 따라 맞추기에 급급한데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면 여지없이 나쁜 공에 헛방망이가 돌아가기 일쑤다. 상대팀 투수들에게는 이승엽보다 좋은 삼진 적립 보증수표가 없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이승엽은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승엽의 타격폼이나 매커니즘의 문제를 지적한다. 과거 이승엽을 지도했던 김성근 SK 감독의 지적처럼, 무리해서 공을 당겨 치려다 보니 어깨가 일찍 열리고 낮게 제구되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이승엽을 상대하는 팀의 투수들은 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낙차 큰 유인구로 이승엽에게 삼진을 유도하는 패턴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마음만 급하다 보니 나쁜 볼에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정작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한 해설가는 사실 언론에서 지적하는 문제들은 이승엽 본인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실행해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야구는 의욕이나 근성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승엽은 현재 냉정하고 침착한 멘탈 싸움에서 일본 투수들에게 밀리고 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이승엽의 부진이 더 이상 경기감각이나 슬럼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본격적인 노쇠화와 기량하락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승엽도 벌써 우리나이로 36세다. 최근 3년간은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출전기회가 줄어들며 예전의 폼을 잃은 지 오래됐다. 한번 하락세에 접어든 노장 타자가 예전의 위용을 회복하기란 20대 시절보다 훨씬 어렵다.

 

오릭스에서의 2군행이 이승엽의 실추된 자신감을 더욱 위축시키는 게 아닌가도 우려스럽다. 오릭스는 이승엽에게 거는 기대가 컸고, 충분한 대우와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릭스 역시 성적에 따라 평가 받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이고, 이승엽은 외국인 선수다. 처음 선을 넘는 게 어렵지, 한번 2군행을 통고받고 나면 두 번 세 번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승엽은 이제 더 이상 야구선수로서의 경쟁력이 없다. 한때 아시아 최고타자란 평가를 받던 이승엽의 야구인생 자체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오릭스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면 이승엽은 일본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남은 것은 기껏해야 국내 복귀뿐인데, 이승엽으로서는 자존심이 용납할지도 의문일뿐더러, 현재의 모습이라면 국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그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내복귀도 힘들어질 수 있다. 결국은 이승엽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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