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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행복한 선발투수 & 불행한 선발투수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4.



선발 투수에게
승리는 마운드에 오를 때 가장 먼저 추구하는 목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피칭을 해도 동료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고, 불펜 투수가 후반을 막아주지 못하면, 승리를 챙길 수 없는 것이 선발 투수이기도 하다. 반대로, 좋은 투구를 보이지 못하더라도 타자들이 많은 득점을 올려주고 불펜 투수들이 추가 실점을 막으면승리기록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또 야구다.

 

그래서 어떤 선발 투수는 좋은 피칭을 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해 불행한 투수가 되고, 어떤 선발 투수는 많은 점수를 허용하고도 팀 타선과 후속 투수들 덕분에 행복한 투수가 되기도 한다. 시즌이 50% 이상 진행된 현재, 리그에서 가장 행복한 투수와 불행한 투수는 누구일까?

 

▲ 득점지원, 트레비스-윤석민이 최고

 

선발 투수의 행복도를 측정하는데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자료는, 타자들의득점지원이다. 승리 기록을 챙기려면, 동료 타자들이 자신이 상대팀 타자를 막아내는 동안 이기는 데 충분한 득점을 뽑아줘야 한다. 여기에 승부가 팽팽하게 흘러가면, 1점도 주면 안 된다는 부담감 탓에 밸런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료 타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료 타자들이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며, 마운드에서 가장 어깨를 가볍게 하고 투구를 한 선수는 누구일까? 올 시즌 현재까지 마운드에 있는 동안 가장 높은 득점지원을 받는 선수는 KIA의 트레비스다. 트레비스는 현재 9이닝 당 7.37점의 높은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트레비스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타선이 14점이나 뽑아주며 화끈하게 도와주기도 했다.

 

규정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들 가운데 트레비스 다음으로 높은 득점지원을 받고 있는 투수는 같은 팀의 윤석민(7.16)이다. 강력한 타선의 지원 속에 마운드에 오르는 윤석민은 올해 9승으로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8승으로 다승 2위인 장원준이 6.82점으로 3, 차우찬(6.16)과 로페즈(6.14)도 경기당 6점이 넘는 득점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득점지원이 가장 낮은 선수는 누구일까? 넥센의 나이트는 올해 3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득점지원(2.80)을 받고 있다. 그 다음이 한화의 양훈(3.19)이다. 양훈과 나이트의 선발 승수는 나란히 2승씩에 불과하다. 특히 나이트는 7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2번 밖에 이기지 못했고, 그 중 네 번은 7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았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 퀄리티스타트 패전, 불펜이 지켜주지 못한 승리

 

퀄리티스타트(QS)로 행복함의 기준을 나누면 어떨까?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6이닝 이상 던지며 3자책점 이하의 좋은 투구를 보이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퀄리티스타트가 승리의 보증수표일 수는 없겠지만, QS를 달성하고도 패전투수가 된다면 그건 좀 억울한 일일 것이다.

 

KIA의 서재응은 올 시즌 7번의 QS를 기록했지만, 그 중 승리한 것은 고작 3번뿐, 오히려 3번은 패전을 기록해 이 부문 최다를 기록 중이다. 그 외에 나이트, 리즈, 트레비스, 양훈, 카도쿠라, 윤성환, 안승민, 김성현이 2번씩의 ‘QS 패전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높은 득점지원을 받은 트레비스의 이름이 여기에 있다는 점이다.

 

퀄리티스타트 횟수보다 승수가 많은 선발 투수로는 박현준(7QS, 8)과 양현종(5QS, 6)이 있다. 장원준은 QS 횟수와 승수(8)가 같다. 이들 세 명의 투수는 QS를 성공하지 못하고도 승리투수가 된 경기가 모두 3번씩 있었을 정도로 강력한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자들만 투수들의 승수 쌓기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 불펜 투수도 자신의 승리를 날려먹곤 한다. 올 시즌 구원투수가 승수를 날려버린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LG의 주키치, 롯데의 고원준과 장원준, 삼성 카도쿠라, 그리고 한화의 안승민이다. 이들은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마운드를 물려줬지만, 구원투수들의 방화로 승리가 날아간 적이 3번씩이나 된다. 장원준은 타자들의 도움을 받아 QS에 실패하고도 승리를 거둔 경기가 3번이나 있었지만, 구원투수들의 도움은 얻지 못해 똑같이 3승을 손해 본 특이한 케이스다.

 

반대로 불펜이나 타선 덕분에 패전을 면한 경험이 가장 많은 투수는 누구일까? 재미있게도 주키치의 이름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주키치를 비롯해 한화의 양훈과 장민제, SK의 고효준과 글로버, 삼성 장원삼은 패전투수가 될 위기 속에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타선과 구원투수의 힘으로 패전을 면한 경우가 3번씩이나 된다. 결국 주키치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셈이다.

 

▲ 구원 투수가 선발 투수의 평균자책도 망가뜨리는 경우

 

승리와 패전의 기록만 구원 투수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평균자책점도 구원투수들을 잘 만나야 좋은 기록을 유지할 수 있다. 주자를 남긴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러줬을 때, 후속 투수들이 잘 막아내면 더 이상의 자책점이 늘어나지 않지만, 구원 투수가 적시타를 허용하면 그 점수는 고스란히 앞선 투수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이 부분에 있어 가장 운이 나쁜 투수는 넥센의 나이트다. 나이트는 지금까지 14명의 주자를 남겨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는데, 그를 구원한 투수들은 그 중 무려 10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나이트는 득점지원도 낮고, 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도 2승밖에 챙기지 못했는데, 불펜투수들마저 자신이 남겨놓은 주자를 꼬박꼬박 자책점으로 만들어주니가장 불행한 투수라 할만하다.

 

그 뒤를 이어 박현준과 안승민(이상 11명 중 7), 김성태(13명 중 7), 김광삼(18명 중 9) 등이 불펜 투수의 덕을 보지 못했다. 반대로, 자신이 남겨놓은 주자를 불펜 투수들이 가장 잘 막아준 선발 투수는 류현진(4명 모두 무득점)과 니퍼트(3명 모두 무득점), 송은범(10명 중 1), 주키치(6명 중 1), 리즈(11명 중 2) 등이 있다. LG의 불펜이 좋지 못한 와중에도 불펜 투수들은 선발 투수의 평균자책점만은 잘 관리해준 편이다.

 

소속팀의 타선과 불펜진이 강하면 선발 투수도 자신의 기록 향상에 더 유리한 환경에서 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기록으로 시즌을 마치면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고자세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동료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려 많은 연봉으로 보상 받은 투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동료에게 한 턱 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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