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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마쓰자카를 향한 오해와 딜레마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28.

2006년 11월 메이저리그의 모든 관심사는 일본을 향해 있었다. 노모 히데오 이후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인정받는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쓰자카가 아직 FA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 덕분에 많은 팀들이 메이저리그의 룰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 구단에 주어지는 독점 교섭권을 획득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당초 3000만 달러 선에서 결정 될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최고 금액을 써내 독점 교섭권을 획득한 보스턴이 적어낸 공개 입찰 금액은 무려 5111만 1111달러 11센트였다. 그 외에도 뉴욕 메츠와 양키스 그리고 시카고 컵스 등도 300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배팅 했다는 후문이다.


그 후 한 달 이상의 줄다리기 끝에 보스턴은 마쓰자카와 6년간 5200만 달러의 장기계약에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보스턴은 마쓰자카를 6년 동안 기용하기 위해 총액 1억 불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각각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보스턴 구단과 마쓰자카 사이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아니, 보스턴 구단이라기보다는 팬들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어쨌거나 보스턴은 마쓰자카에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720만 달러. 당시만 하더라도 배리 지토(7년간 연평균 1800만)가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상황이었다. 투자 금액만 본다면 마쓰자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였던 것이다.


당연히 보스턴의 팬들은 마쓰자카에게 그러한 수준의 활약을 요구했다. 구단의 입장에서 본다면 투자한 금액만큼 선수가 활약해 주길 바라는 것이 당연지사.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쓰자카가 당장 사이영상에 근접하는 특급 에이스로서의 활약을 해야만 그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일 뿐, 마쓰자카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포스팅 금액은 그가 받는 것이 아니라 전 소속팀인 세이브 라이온즈가 가져가는 것이다. 마쓰자카 자신이 보스턴으로부터 받게 되는 연봉은 6년간 5200만 달러, 연평균 87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는 자신이 받는 만큼만 해주면 된다. 그 이상을 책임져야할 이유는 사실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마쓰자카의 성적은 15승 12패 그리고 4.40의 방어율을 마크했다. 그다지 뛰어난 방어율은 아니었지만 204이닝을 소화했고 201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선수들의 몸값 추이로 봤을 때 자신이 받는 연봉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팬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다.
팬들이 보기에 마쓰자카는 17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이고, 그런 선수라면 승패에 관계없이 4점대 방어율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해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도 다르다. 사실 책임을 따지자면 처음부터 마쓰자카를 잡기 위해 세이브 라이온스 구단에 너무나도 많은 돈을 안겨준 보스턴 단장 테오 엡스타인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쓰자카다. 실상 그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이러한 면은 보스턴 팬들이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스턴 외에도 기존의 예상을 벗어난 큰 금액을 포스팅 금액으로 제시한 팀들이 있었다. 그것은 마쓰자카가 가진 상품성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마쓰자카의 보스턴행이 결정된 후 미국의 한 경제 기관에서는 그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산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마쓰자카 단 한 명을 보기 위해 예년보다 2만 명이 넘는 일본 관광객들이 보스턴을 찾을 것이고, 그들이 관광을 하며 쓰는 돈만 수천만 달러(당시 예상은 연간 약 7000만 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마쓰자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일본의 팬들이 보스턴을 찾았다. 정확한 결과를 산정해 낼 순 없지만, 당초 예상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한 경제적 효과는 이미 노모와 박찬호 그리고 이치로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또한 마쓰자카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보스턴은 아시아 시장까지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2008년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은 한국시간으로 3월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 중 한 팀의 주인공은 바로 보스턴으로 결정되었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마쓰자카 때문이다.


보스턴의 포스팅 금액 정도는 마쓰자카를 통한 마케팅만으로도 충분히 충당이 가능하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의 영웅이었고, 지금도 이치로와 함께 모국인 일본에서 너무나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선수다. 그러한 상품성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젊고 유능하며 특히나 이러한 계산에 능한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이 마쓰자카를 잡았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맞이한 첫 시즌에 200이닝-200탈삼진을 달성한 마쓰자카를 향한 미국 내의 여론은 매우 긍정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의 방어율을 3점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다승과 탈삼진 부문에서도 리그 탑 클래스에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마쓰자카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사이닝 보너스를 합쳐서 800만 달러, 올해도 동일한 금액을 받게 된다. 작년만큼만 한다 하더라도 결코 연봉이 아깝지 않으며,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그 이상을 해준다면 그는 팀의 보배와 다름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그의 지난해 성적을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이미 마쓰자카는 보스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비록 포스트 시즌에서는 큰 활약을 못했지만, 주력 투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했던 정규시즌에 든든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며 200이닝 이상을 소화해준 그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애당초 보스턴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마쓰자카. 이래저래 마쓰자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며, 국내에서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층이 두터운 터라 그 관심도는 여느 메이저리그 스타들보다도 더 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다른 시선 속에서 본의 아니게 딜레마에 빠져 버린 그가 올 10월에 받게 될 2008시즌의 성적표가 무척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