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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SK는 ‘야신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2. 28.

다가오는 2012시즌을 앞두고 팬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팀 중 하나가 바로 SK 와이번스다. SK는 올 시즌까지 무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수립했다. 비록 삼성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선전은 역시 SK라는 평가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SK는 지난 시즌 후반기 성적과 별개로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구단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SK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야신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이 구단과 재계약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은 끝에 경질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곧이어 2군 수석코치였던 이만수가 감독대행이 선임되었지만 여론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 경질에 항의하는 팬들은 구단의 행태는 물론, 이만수 감독의 처신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며 비난을 퍼부었다. 감독대행 초기에는 일부 폭도들이 김성근 감독 경질에 항의하며 그라운드에 불을 지르는 불상사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SK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단기전에서 KIA와 롯데를 물리치며 5년 연속 한국시리즈 행에 성공했다. 과연 김성근 감독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겠냐는 의문부호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만수 감독으로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SK는 시즌이 끝나고 이만수에게 대행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하지만 아직 SK나 이만수 감독모두 야신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만수 감독이 한국시리즈행이라는 성과를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김성근 감독이 만들어놓은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김성근과 이만수의 야구는 전혀 다르다. 일본식 야구의 영향을 받은 김성근 감독은 선수기용에서부터 전술에 이르기까지 경기의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컨트롤하는관리야구에 가깝다. 스타보다는 팀을 중시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는다.

 

반면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배운 이만수 감독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메이저리그식 야구관에 충실하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고, 승부만큼이나 프로는 팬들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훈련방식에서부터 선수관리, 지휘스타일에 있어서까지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르다.

 

김성근 감독이 SK에서 쌓아온 업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전까지 평범한 팀에 불과했던 SK를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넘어 2000년대를 대표하는 최강팀의 반열에 까지 끌어올렸다. 해태나 현대 같은 역대 왕조들이 화려한 스타군단이나 막강한 자금력으로 강팀을 구축한 것과 달리, SK는 역대급 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것도 아니고 돈으로 선수를 끌어 모으지 않고 오직 훈련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투자의 한계 속에 김성근 감독 임기말에 이미 SK는 우승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존 선수들은 지쳐가고, 새로운 전력보강이나 세대교체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 끊임없이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도 구단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는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이만수 감독으로서는 김성근 감독이 구축해놓은 팀을 물려받아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미 김성근 감독 시절에도 성적에 비하면 사실 SK의 선수구성이 그리 화려하거나 탄탄하지 않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전력을 유지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스토브리그에서 이미 SK는 불펜 전력의 핵심인 정대현과 이승호를 모두 놓쳤다. 물론 조인성, 임경완 같은 외부 영입도 있었지만 다음 시즌 SK를 바라보는 시선이 영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김성근 감독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다.

 

공교롭게도 그 동안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팀들은, 모두 김성근 감독이 떠나고 난 후 급격한 추락을 맞이했다는 징크스가 있다. 프로 초창기 첫 감독을 맡았던 OB(현 두산)에서부터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등 모두 이런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LG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이후, 무려 9년간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야신의 저주라는 달갑지 않은 징크스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LG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SK로서는 내심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간의 사적인 악연도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야구철학이나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던 두 사람은 이미 SK 감독과 수석코치로서 호흡을 맞출 때부터 물과 기름 같은 사이였다. 특히 감독교체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감독에서 경질되던 시기에 이만수 감독의 처신을 지적하며예의를 모르는 놈이라고 비난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만수 감독은웃어른의 말씀으로 알아듣겠다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성근 감독이 프로 1군이 아닌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당분간 두 사람이 감독으로서 그라운드에서 맞대결할 기회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과 SK에게 야신의 그림자는 다음 시즌에도 내내 따라다닐 숙명과도 같다. 과연 그들은 야신의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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