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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득점 꼴찌 롯데, 이제는 ‘No Fear’ 타격을 버려야 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8.

롯데 자이언츠는 타력이 약한 팀이다. 지난 2년 간의 롯데를 떠올리면 어색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롯데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4.08점으로 8개 구단 중 꼴찌다. 팀 타율은 .270로 삼성과 공동 1위지만, 타율이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최근의 타력 부진 때문에 갑자기 순위가 내려간 것이 아니다. 사실 롯데는 시즌 중반 이후 줄곧 득점력에서 5~6위 이하를 맴돌았다. 팀 타율에서 꾸준히 1~2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의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뿐이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경기당 평균 4.78점으로 공격력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과 넥센(4.53)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득점력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지만, 롯데가 타율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팀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득점력을 기록 중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야구에서 타율이란 기록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득점과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출루율장타율이 타율보다 훨씬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득점과의 연관성도 타율보다 훨씬 높다.

 

롯데의 경우 타율은 1위지만 출루율(.333) 6위다. 장타율(.370) 5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롯데 타자들의 선구안이 떨어지고 장타력도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팀 타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이것이 롯데 타선의 현주소다.

 

지난해의 롯데는 팀 타율(.288)뿐 아니라 출루율(.358)과 장타율(.422)에서도 독보적인 1위였다. 타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았기 때문에 독보적인 득점력 1(평균 5.36)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올 시즌 롯데 타자들은 91경기에서 264개의 볼넷을 얻었고, 593번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은 가장 적게 얻었고 삼진은 가장 많이 당했다. 삼진/볼넷 비율이 2.25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쁘다. 롯데보다 경기당 볼넷이 적은 두산은 삼진(436)도 적게 당해 1.64의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롯데 다음으로 삼진을 많이 당한 LG는 볼넷(359)도 많이 얻어 두산과 같이 1.64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유독 롯데만 볼넷은 적고 삼진은 많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현상이 롯데 타자들의 선구안이 나빠서 벌어지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볼넷을 적게 얻기로 유명한 팀이었다. 팀 타율은 2위 두산과 17리 차의 독보적인 1위였지만, 출루율은 2위에 고작 1리 차로 간신히 앞섰을 뿐이다.

 

이는 모두 롯데 타자들의 타격에 임하는 자세에서 기인한 것이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타석에서 주저하지 말고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주문했고, 그렇게 시작된 ‘No Fear’ 타격은 롯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 효과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 이면에 숨은 약점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 타자들은 볼넷을 골라 나가기 보단 안타를 치는 쪽을 선호했다. 타격감이 좋아 계속해서 안타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문제가 된다. 뛰어난 구위에 비해 컨트롤이 나빠 고생인 투수들도 롯데를 만나면 좋은 피칭을 하곤 했다. 그리고 롯데 타자들의 성급한 배팅은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절약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류현진이나 윤석민도 무섭지 않았지만, 성급한 배팅이 독이 되어 돌아올 때는 무명의 투수에게 속수 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것은 지난 2년 동안에도 롯데 타선의 딜레마였지만 평균득점 1라는 결과에 묻혀 있었고, 득점력이 떨어진 올해가 되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작년까지의 롯데에는 높은 타율과 많은 장타를 동시에 기록하며 팀 타선의 중심을 지켜줄 수 있는 리그 최고의 강타자 이대호가 있었다. 이대호가 떠난 올해도 롯데는 팀 타율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이대호의 출루능력과 장타력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현대 야구에서 타율이란 기록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출루율이 동반되지 않는 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장타 비중이 낮은 안타는 아무리 많이 때려도 실속이 없다. 이대호의 이탈로 장타력이 크게 하락한 롯데는 ‘No Fear’ 타격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타석에서 좀 더 끈질기게 버티며 공을 오래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No Fear’ 정신을 잠시 버리는 것이 이대호 없는 롯데 타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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