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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롯데 자이언츠의 ‘최강 불펜’을 말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15.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보여주고 있는 야구는 불펜 중심의 야구.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 몰라도 결과로 드러나는 바는 분명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리그 최강의 강타선을 앞세워 속 시원한 야구를 하던 롯데가 올해는 한 점을 지키기 위한 세밀한 야구를 구사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의 색깔과 능력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매우 개성이 강한 인물이었고, 롯데 야구에도 뚜렷한 색깔을 만들어주고 떠났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양승호 감독은 지난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은 그 색깔을 이어받아 화끈한 공격야구로 2011년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해, 마침내 양승호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이 보여주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의 야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로이스터 시절의 롯데 야구는 강한 선발진과 위력적인 타선을 앞세운 야구였다. 그러나 이대호가 떠나간 롯데 타선은 리그 최약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장원준이 입대한 선발진 역시 전체적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롯데가 3위를 지키고 있는 건 강력한 불펜때문이다.

 

지난 4년간 롯데가 보여준 야구 스타일을 생각하면 불펜이란 단어 앞에 강력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한 현실이고, 롯데는 올 시즌 8개 구단을 통틀어 1~2위를 다툴 정도의 막강 불펜진을 구축했으며, 현재 그들을 중심으로 지키는 야구를 해나가고 있다. 작년까지는 타선의 롤러코스터 속에 짜릿함을 맛봤던 팬들도 올해는 1점을 지켜내는 불펜 운용을 보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현재 롯데는 경기당 3.49명의 구원투수를 등판시키고 있다. 이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로 구원투수를 가장 적게 기용하는 넥센(2.64)보다 거의 1명 가까이 많다. 로이스터 시절의 롯데는 구원투수를 가장 적게 기용하는 팀이었으나, 팀의 체질이 바뀌면서 야구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이런 불펜의 맹활약 속에 롯데는 삼성(3.52)에 이어 팀 평균자책점 2(3.59)에 올라 있다.

 

양승호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불펜 중심의 야구인지는 확실치 않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미 조짐이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부인하긴 힘들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양승호 감독이 이 지키는 야구를 실현하는데 있어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2년 만에 전혀 다른 야구를 하고 있으면서도 롯데가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양승호 감독의 능력은 증명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롯데는 시즌 초부터 구원투수들의 혹산 논란이 끊이지 않던 팀이다. 지난해 고원준의 예가 있었기에 팬들로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상이 되었던 선수들은 현재까지 별 탈 없이 좋은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해의 고원준 역시 보직 변경으로 인한 부담감이 컸을 뿐, 연투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어쩌면 양승호 감독은 구원투수들의 등판 간격과 투구수, 투구이닝 등을 토대로 한 불펜 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불펜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을 데리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보여줬다면 의문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 시즌 롯데 불펜 야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3인방(이명우, 김성배, 최대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투수들이다. 감독의 투수운용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우-김성배-최대성, 그리고 김사율과 정대현

 

8 15일 현재 등판경기수 1~3위가 모두 롯데 투수들이다. 이명우가 58경기로 1, 최대성과 김성배가 각각 54경기와 53경기에 출장하여 2~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투구수는 많지 않다. 이명우는 셋 중 가장 적은 41이닝을 던졌고, 최대성은 51이닝, 김성배는 43이닝을 소화했다.

 

셋 다 경기당 1이닝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들의 등판 횟수가 많다 해도 유원상(49경기 64⅓이닝)이나 안승민(45경기 58⅓이닝), 박희수(44경기 56⅓이닝), 우규민(40경기 70⅔이닝) 등보다 혹사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투구수 관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이들 3명의 셋업맨이야말로 올 시즌 롯데 야구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환골탈태하게 된 이유다. 좌완 이명우와 우완 정통파인 최대성, 그리고 사이드암인 김성배가 순서를 바꿔 연달아 등판하니 상대 타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 세 명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각각의 전혀 다른 스타일이 시너지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명우(2 1 8홀드 2.61)는 지난해부터 좋은 셋업맨의 자질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그 동안 팀에 없었던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으며, 8월 들어서는 8경기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이닝을 책임지는 셋업맨의 역할은 물론, 상대의 핵심 좌타자만 상대하는 원포인트의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유명우의 카스포인트(Cass Point) 483점으로 전체 투수 가운데 53위에 불과하지만, 그의 공헌도는 단순한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예비역이 되어 돌아온 최대성(5 4 1세이브 13홀드 3.31)은 시즌 개막 직후부터 롯데 불펜이 달라졌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후 5월 들어 14이닝 동안 14실점(12자책)하며 평균자책점이 치솟았으나, 6월 이후 다시 월간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내려갔고, 8월에는 8⅓이닝 1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다시 4월의 활약을 재현하고 있다. 롯데 팬들 중에는 아직도 5월의 불안했던 모습 때문에 최대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5월만 제외한 최대성의 평균자책점은 1.67로 언터쳐블급이다. 구원승을 많이 쌓은 덕분에 카스포인트에 있어서도 812점으로 투수 전체 30, 셋업맨 중에서는 박희수와 유원상, 홍상삼, 엄정욱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오프시즌 동안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데려온 김성배(2 3 2세이브 13홀드 2.91)가 이처럼 대단한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우-최대성과 또 다른 스타일의 김성배는 롯데 불펜진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피안타율이 2할에 불과하고 WHIP 1.06으로 매우 좋다. 투구내용만 보면 롯데의 구원진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768점의 카스포인트는 셋업맨 가운데 7.

 

지난 몇 년간 롯데는 7~9회가 항상 불안했다. 하지만 위의 3인방이 7~8회를 막아주고, 지난해부터 팀의 마무리를 맡은 김사율(1 2 25세이브 3.15) 9회를 책임지면서 롯데의 지키는 야구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김사율은 마무리치고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세이브 3, 세이브 성공률 2위에 올라 있는 안정적인 마무리다.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1,568점으로 전체 투수 가운데 10위에 올라 있을 정도.

 

그리고 이들이 지키던 롯데 불펜에 최근 또 한 명의 든든한 수호신이 합류했다.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여왕벌정대현이 마침내 1군에 올라와 한팔 거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3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지만, 정대현을 바라보는 롯데 팬들의 기대치는 매우 높다. 정규시즌에서의 활약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용도가 누구보다 높은 투수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먼이라는 리그 최고수준의 에이스가 선두에 서고, 올 시즌 페이스가 좋은 이용훈과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송승준이 2~3선발로 그 뒤를 받친다. 그리고 그들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에는 이명우-최대성-김성배-김사율-정대현이 차례로 등장해 경기를 마무리하는 시나리오. 현재 롯데 팬들이 포스트시즌에서의 승리를 상상할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림이다. 최고의 타격을 보유하고 있던 지난해보다 올 시즌의 롯데가 더 강해보이는 이유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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