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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메이저리그 감독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2.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들은 스타급 선수들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대우를 받는다. 초년생 감독이라 하더라도 억대 연봉은 물론이고, 계약금까지 합치면 연평균 3억을 훌쩍 넘어가곤 한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감독은 김재박 감독으로 LG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3년간 15억 5천만 원을 약속받았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이 3년간 14억 원, SK의 김성근 감독은 2년간 8억 원을 받게 되어있다. 이 정도면 특급 스타 선수들이 받는 수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메이저리그의 감독들은 어느 정도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우위가 아닌 비교우위의 개념에서 바라봤을 때 메이저리그 감독들의 연봉수준은 한국에 비해 매우 영세하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들은 평균 282만 달러 정도를 연봉으로 받았다.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는 선수와 최저연봉인 38만 달러를 받는 선수들이 공존하는 리그에서의 평균으로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30개 구단의 감독들 중에 선수들의 평균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단 3명(조 토레, 루 피넬라, 바비 칵스)뿐이었다.


작년까지 뉴욕 양키스의 감독이었던 조 토레는 7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서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세웠지만 나머지 감독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다지 넉넉지 않았다. 최저인 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감독도 4명이나 되었고, 그들을 포함해 14명이 100만 불 이하의 연봉을 받았다.


2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감독은 단 6명, 모두들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감독으로 활약하며 ‘명장’으로 이름이 높은 이들이다. 조 토레를 비록해 루 피넬라(컵스, 350만), 바비 칵스(브레이브스, 300만), 토니 라루사(카디널스, 280만), 마이크 소시아(엔젤스, 200만), 짐 릴랜드(타이거스, 200만)까지가 그 주인공들이다.


올해의 상황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토레 감독은 양키스의 500만+300만 옵션의 조건을 거절하고 3년간 1300만 달러의 비교적 헐값(?)으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워낙에 2위와의 격차가 컸던 터라 여전히 최고 연봉 감독의 위치를 지키게 되었다.


토니 라루사는 2년간 850만 달러의 연장계약에 합의하며 토레의 뒤를 이어 연평균 400만 달러의 고지를 돌파했고, 그 뒤를 이어 루 피넬라 컵스 감독과 새로이 신시네티 레즈의 사령탑을 맡은 더스티 베이커(이상 350만)가 올라 있다. 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3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감독은 바비 칵스(300만)까지 5명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300만 달러 고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상을 보장 받고 있는 감독은 5명에 불과하다. 이것이 메이저리그의 현실이다.


이후 다시금 750만 달러를 받는 감독이 나오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다. 양키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당장 감독 연봉 순위 6위로 급부상한 조 지라디(3년 750만)가 성공가도를 달린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 3년 후 다시금 경신을 노려볼 수는 있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감독들의 연봉을 살펴봐도 구단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여실히 드러난다. 선수 연봉 총액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은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능력 있는 감독들을 거액을 투자해 영입하고 있고, 그다지 경력이 없는 감독이라 하더라도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의 예에서 보듯이 어느 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느냐에 따라 꽤나 큰 연봉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이런 연봉 구조는 한국 야구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크 하그로브 감독은 팀이 연승가도를 달리며 5할 이상의 승률(.577)로 잘 나가는 와중에 구단으로부터 해고되고 말았다. 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인 이치로와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마이크 하그로브는 1991년부터 16시즌이나 메이저리그 팀을 지휘한 인물이었다. 월드 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어 ‘명장’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이치로와의 갈등은 130만 달러(11위)의 연봉을 받는 그 자신의 퇴임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처럼 특급 선수 한 명과 갈등이 빚어지면 보통은 감독의 목이 날아간다. 연봉과 인기가 월등히 높은 선수를 트레이드 하는 것보다 감독을 해고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천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무리 없이 통솔할 수 있는 감독은 앞서 언급한, 조 토레, 토니 라루사, 루 피넬라, 바비 칵스, 짐 릴랜드(타이거스) 정도의 소수의 감독들뿐이다.


감독이 선수단을 완전히 장악한 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에서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벌어지곤 한다. 감독들이 받고 있는 대우와도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작전 수행능력이나 경기를 읽는 감각 이상으로 감독이 가지고 있어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높은 친화력을 꼽는다.


선수들과의 관계, 성적에 대한 압박과 그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나날이 늙어간다는 감독이라는 직업. 어쩌면 메이저리그의 감독은 한국의 감독보다 훨씬 더 불쌍하고 힘든 직업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