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템파베이 레이스가 메이저리그에 정식으로 참여하기 시작한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 동안 템파베이를 따라다녔던 꼬리표는 다름 아닌 ‘패배’라는 두 글자였다. 70승으로 팀 최다승 기록을 세운 2004년에 디비즌 4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9시즌을 지구 최하위로 마감했다. 100패를 당한 적도 3번이나 되며, 통산 645승 972패의 성적으로 .399의 승률에 그치고 있는 팀이 바로 템파베이다.
함께 리그에 가입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창단 2년째인 1999년에 100승을 거두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에 성공했고, 4년째인 2001년에는 역대 최단기간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4년)을 세우며 신흥 명문 팀으로 거듭난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발자취다.
11년째를 맞이하는 내년 시즌에는 템파베이가 사상 첫 5할 승률을 달성하며 ‘이기는 팀’으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올 한해 그들이 보였던 모습과, 스토브리그에서의 행보는 상당히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만든다.
지난 2월 그들은 단돈 80만 달러에 갈 곳 없는 선수 한 명을 그들의 로스터에 포함시켰고, 그 선수는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 역대 팀 기록을 죄다 갈아 치우며 팀내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바로 아메리칸 리그 홈런 2위에 오른 카를로스 페냐(46홈런 121타점)다.
5년 연속으로 타율과 출루율에서 오름세를 기록한 칼 크로포드(93득점 50도루 .315) 홀로 지키고 있던 테파베이의 타선은 페냐의 가세와 B.J. 업튼(24홈런 .300), 델몬 영(13홈런 93타점) 등의 성장으로 인해 리그 중위권 수준의 타력(14개 팀 중 득점 8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막강한 원투 펀치도 탄생했다. 팀 창단 이후 최초로 200이닝-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며 아메리칸리그 탈삼진왕에 등극한 스캇 캐즈미어(13승 239탈삼진 3.48)를 비롯해, 내년 시즌을 대비해 마지막 3경기를 과감하게 포기한 제임스 쉴즈(12승 184탈삼진 3.85)의 성장은 코칭스태프의 기쁨이다.
스토브리그의 행보도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템파베이는 얼마 전 기대주 델몬 영과 3루수 브랜든 해리스 등을 내어주고 미네소타로부터 특급 투수 유망주인 맷 가자와 유격수 제이슨 바틀렛, 차세대 마무리 후보인 에두아르도 몰란을 받아왔다.
맷 가자는 지난해 싱글 A부터 트리플 A까지 단숨에 평정하며 메이저리그로 입성한 뛰어난 스터프를 지닌 우완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302이닝을 던지는 동안 338개의 삼진을 잡고 방어율 2.88을 기록한 그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6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방어율 3.69의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당장 내년시즌 캐즈미어-쉴즈-가자로 이어지는 젊은 1~3선발의 위력은 리그 내의 어느 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전망이다.
마무리로 활약한 알 레예스를 옵션 행사를 통해 잡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통산 32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트로이 퍼시벌을 FA 계약을 통해 영입했다. 여기에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선수인 데이빗 프라이스도 호시탐탐 빅리그 입성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델몬 영의 빈자리가 크기는 하지만 템파베이에는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만한 20대 초중반의 젊은 유망주 타자들이 즐비하다. 부상만 피하고 올시즌 폭발적인 타격을 과시한 페냐가 타선의 중심축 역할을 해준다면 타력에서도 올해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템파베이의 꿈은 소박하다. 상대팀에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숱한 선수들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양키스와 레드삭스와는 그 입장이 전혀 다르다. 단지 그들이 바라는 것은 5할 승률이다. 팀 이름까지 정식으로 ‘레이스(Rays)’로 바꾸며 새단장을 한 템파베이가 2008년을 소원 성취의 해로 만들 수 있을지, 그들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