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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7. 5.
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컴퓨터를 제일 먼저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여느 때처럼 각 구단에서 보내온 보도자료가 도착해있었다. 헌데 그 메일의 제목은 기분 좋았어야할 토요일 오전의 내 기분을 완전히 잡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 메일의 제목은 '부고(조성옥감독 본인상)'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서 조성옥이라는 사람은 그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12년이나 선수생활을 했지만, 기록이나 팀 공헌도 면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기억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두 번의 우승을 함께 한 몇 안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계속해서 부산을 지켜온 '진정한 부산 토박이'였다. 은퇴 후에는 부산고등학교의 감독으로 있었고, 현재는 김민호 감독과 자리를 바꾸어 동의대 감독으로 재직 중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장효조, 김민호, 김응국, 이종운, 전준호, 박정태 등과 함께 롯데 타선을 지켜온 익숙한 이름이고, 한 때 목청 높여 응원했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48세의 나이게 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바빴던 하루를 뒤로한 채 쉬기 위해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다보니, MBC에서 갑자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얼마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이다. 팝의 황제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기 시작했는데...

젠장... 들려오는 노래 중에 내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어디선가 들어봤던 곡이고, 가사도 모르면서 한 번쯤은 흥얼거려봤던 노래들이다. 어떤 영화의 주제곡이었거나, 내가 자주 가던 곳에서 틀어주던 노래를 '살아있던' 마이클이 라이브로 무대 위에서 부르고 있다.

관객들 중에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고, 실신해서 실려 나가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지금 내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항상 그렇다. 곁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다. 상실감이란 그것이 내 곁을 떠난 후에야 더욱 절절한 감정으로 엄습해온다. 그 상실감이 '죽음'이라는 것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의 라이브를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2007년 봄, 내 사춘기 시절의 이상형이었던 그룹 '자드'의 리드 보컬이자 아시아 최고의 여자 싱어송 라이터인 이즈미 사카이가 4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교 시절, 앨범 자켓의 얼굴만 보고 한 눈에 반했고, 그녀의 음악을 듣고 난 후 난 진심으로 반하고 말았었다. 내가 락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순전히 넥스트와 자드 때문이다.

이즈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쯤 전에는 내 어린시절의 영웅이었던 박동희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날 밤 내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 누가 뭐라건 그는 내 영웅이었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천재투수였으니까...

작년에는 부산국제 영화제가 개막하던 날 최진실이 세상을 떠났다. 특별히 그녀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앞서 세상을 떠났던 어린 여배우들의 죽음과는 그 느낌이 달랐다.


죽음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그리고 추억이라는 것...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이런 날 우리집 냉장고에 맥주가 비어버린 것일까...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