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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김연아 편’보다 재미있었던 개표방송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3.

오후에 투표를 하고, 개인적인 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리모컨을 잡고 11번을 틀었죠.

 

이유는 단 하나, 김연아가 나오는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주에 한 시간 내내 보여주던 여신의 웃음이 너무나 상쾌했던 터라, 이번주에도 꼭 본방사수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 황금어장이 아니라 선거 개표방송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겁니다. 예년에 비해 개표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유독 초접전 지역이 많았던 터라 결국 이번주 황금어장은 결방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 개표방송이 이처럼 재미있다고 느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김연아의 웃는 모습보다도 진행되고 있는 개표 상황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기대했던 김연아의 스캔들 이야기보다도 훨씬 더 스릴 넘치고 흥미 진진한 소식들이 개표방송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구박받던 20, 그들의 참여로 이루어낸 이번 결과. 심각한 취직난에 시달리며 현재 이 나라에서 가장 살기 힘든 세대가 되어버린 20대가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들의 언론통제와 여론조작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얼마 전에 20대를 졸업한 30대 초반의 한 국민으로서, 여러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2010 6 2~3일의 개표방송은 그 어떤 예능프로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고, 뿌듯함이 느껴지는 그런 방송이었습니다. 김연아의 상쾌한 웃음 소리보다도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군요.(^^)

 

// 카이져 김홍석[이미지=선관위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