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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한국의 '데릭지터'(?) 최준석,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3. 16.

외형만 놓고 본다면 못쳐도 족히 30홈런을 칠 것 같이 생긴 그는 의외로 그리 많은 홈런을 쳐내지는 않는다. 흡사 프린스 필더를 연상케 하는 체형을 갖춘 그 이지만 그의 타격 스타일은 프린스 필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분명 거포 체형을 갖춘 그지만 사실 그를 두고 ‘거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물론 두산 홈경기가 있을 때 잠실구장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긴 하지만) 거포라기보다는 오히려 교타자에 가까운, 바로 두산의 최준석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준석보다 더 큰 체구를 지닌 거구는 이대호 정도뿐이다. 이 정도면 그의 덩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최준석의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는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타자가 되어있었다.

국내의 상당수의 거포 유망주들의 지향점은 컨택트 능력보다는 파워에 맞춰져 있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분명 올바른 선택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정답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유망주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갈포가 되고, 또 만년유망주로 지내다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런 면에서 최준석은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빛을 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건너올 때만 하더라도 그가 이만큼이나 성장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거포 유망주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홈런을 많이 쳐내기 위한 스윙. 즉, 당겨치는 스윙으로 일관할 때 최준석은 간결하게 밀어치는 능력을 터득했다. 그 결과, 다소 미흡하지만 분명한 스프레이 히터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밀어치는 타격이 절정에 달했었던 09시즌에는 우전안타 비율이 무려 37.7%에 달했다.(좌전안타 40.9%) 좌우 상당히 균등하게 안타를 때려낸 것이다. 물론 지난해에는 우전안타 비율이 다소 하락(31.1%)했으나 여전히 적정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최준석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양키스의 캡틴 데릭지터다.


[최준석은 묘하게 지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선수다. 외모나 체형은 철저히 배제한 체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장, 체중, 체형, 포지션 등, 단 한 개의 공통분모도 없을 것 같은 두 선수는 묘하게 닮아있다. 밀어치는 타격 스타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데릭지터는 연평균 20개에 조금 못 미치는 홈런 개수에 16년 프로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5번만을 제외하고는 매해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한번은 루키시즌이었고, 세 번은 2할 9푼 이상의 성적을 기록, 데뷔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은 지난해에만 .270의 타율을 기록했을 뿐,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 줄 수 있는 타자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준석 역시 마찬가지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타격 스타일을 체형만 보고 판단했다가는 깜놀하게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정말 그 큰 덩치에서 어찌나 잘 밀어치는지 놀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여타 거구의 체형의 타자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지닌 선수가 바로 최준석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최준석을 지터에게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자 넌센스로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명백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듯 묘하게 닮아있다.

두 선수의 타격 스타일 자체에서는 사실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타격 스타일보다는 여성팬을 몰고다니는 훈남이라는 점이 더 닮아있지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준석은 국내 무대에서 만큼은 데릭지터에 견줘도 될 만큼 뛰어난 타자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만년 2인자에서 만년 3인자로 한걸음 물러난 두산이 올 시즌 우승을 거머쥐기 위해선 ‘ 국의 데릭지터‘ 최준석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 마치 데릭 지터가 양키스의 우승에 공헌한 것처럼 말이다.

만약 나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최준석이 두산을 우승으로 이끄는 날이 오게 된다면, 120kg의 거구인 그이지만 그를 업어주면서라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