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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김경문 매직, 신생 구단에서도 가능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19.

불과 3개월전만 하더라도 김경문 감독이 두산이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을 거라고 상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두산에서 이룬 업적이 강렬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곰을 상징하는 두산의 유니폼이 잘 어울리고, 베어스맨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했던 김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을 떠난지 석달도 되지않아 그는 이제 NC소프트의 초대 사령탑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게됐다. 김경문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지만 과연 모든 것이 척박한 신생구단에서도 두산 시절만큼의 매직을 보여줄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는 엇갈린다.

 

김경문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다.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원년 우승멤버였으나 화려한 선수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산 감독직에 오른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었다.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2003년 두산의 신임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던 선동열 감독이 삼성행이 결정되면서, 공석이 되어버린 감독직에 롯데 코치로 내정되어있던 김경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누가봐도 땜빵인사라는 모양이 짙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그가 이끌었던 7년동안 팀은 올시즌을 제외하고 한차례도 5할 승률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2006년 이외에는 매해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했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두산은 가을잔치마다 명승부를 펼치며 저력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뚝심' '화수분 야구'으로 정의되는 김경문식 감성야구는, 김성근이나 선동열같은 스몰볼과는 차별화되는 빅볼야구로서 큰 매력을 자아냈다. 베이징올림픽 전승우승이라는 업적도 김경문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빼놓을수 없다.

 

김경문 감독이 NC사령탑으로 확정되면서 받는 경제적 대우나 기대감은 두산 시절과는 비교할수 없다. NC 다이노스는 김경문 감독을 영입하는데 3년간 총액 14억원을 투자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을 처음 맡을 당시에도 리빌딩이 절실하던 팀이었다. 두산은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노쇠화로 하향세를 겪던 팀이었고, 김경문 감독은 과감히 노장들을 제외하는 대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화수분야구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이종욱이나 김현수, 고영민같은 선수들이 빛을 발할수 있었던데는 선수의 잠재력을 꿰뜷어보는 김경문 감독의 혜안과, 재능있는 선수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는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두산의 유망주 육성시스템이나 체계화된 인프라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신생구단인 NC의 팀운영 시스템이자 선수층은 두산과는 견줄수 없다. 신생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역시 선수 발굴과 육성이다. NC 다이노스는 내년 2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뒤 2013 시즌에야 1군 진입을 노리는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지난 달 25일 신인드래프트에서 유망주들을 뽑았고 시즌 종료 후 8개 구단으로부터 선수들을 받을 예정이지만 출범 후 1~2년 사이에 기존 8개구단들과 어깨를 나란히할만한 전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과 그 선수를 체계적인 키워내는 것은 또다른 분야의 일이다. 사실 김경문 감독은 전술적 결단력은 단호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카리스마로 강하게 휘어잡는 스타일은 아니다. 또한 두산 시절 초기에는 김경문 감독이 굳이 하나에서 열까지 선수들을 단속하고 훈련시키지 않아도 체계화된 코칭시스템이 존재했다. 이로 인하여 경쟁구도가 느슨해진 두산 시절 후반기에는 선수 장악력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NC에서는 김경문 감독이 관여해야할 분야가 두산 시절보다 월등히 많을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NC의 신임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훈련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가 있는 김성근 감독이었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유능한 리더에게도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줄 뛰어난 보좌진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이로 인하여 두산 시절 코치진이 올시즌 이후 대거 NC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두산 감독을 사임한지 몇 달 되지않아 시즌이 끝나기도전에 NC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산 팬들로부터 도의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던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이 역시 다소 부담스러울수있는 대목이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당장의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수없고, 세대교체나 리빌딩을 마냥 기다려줄 수는 없는 법이다. 역대 프로야구 사상 창단 감독들의 운명이 그리 좋지못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두산에서 김경문 감독은 리빌딩와 성적,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능숙한 지도자였다. NC에서도 김경문 감독의 매직이 빛을 발할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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