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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다저스 시네즈 방출, 박찬호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 매우 높아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6.

LA 다저스의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39살의 노장 투수 루디 시네즈가 팀으로부터 방출이 결정되었다고 26일자 LA 타임즈가 보도했다.


아직 다저스 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고, 조 토레 감독과 시네즈 본인이 그에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LA 타임즈의 다저스 관련 보도라면 신뢰할 수 있는 뉴스다.


그리고 시네즈의 방출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이는 박찬호가 25명의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진입할 가능성이 무척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시네즈의 방출 자체가 박찬호를 염두에 둔 결정일 수도 있다.


지난 시즌이 종료된 후 시네즈는 55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다져스와 1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내용에는 시범경기에서 부진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하면 연봉의 4분의 1만 지급하고 방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시네즈가 시범경기에서 4.2이닝 동안 4실점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방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네즈는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선발 등판한 적 없이 오로지 불펜 투수로만 활약한 베테랑이고, 작년을 포함해 3시즌을 다저스에서 보냈다. 502경기에서 36승 26패 12세이브 방어율 4.15의 통산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도 76이닝을 던지며 3.79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지만, 68년생인 그의 나이(만 39세)가 팀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시네즈와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된 계약이 아니었고, 결국은 방출되고만 것이다.


핵심 셋업맨까지는 아니지만 우완 불펜투수로서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던 시네즈의 방출은 박찬호에게는 절호의 찬스나 다름없다. 이제는 에스테반 로아이자와의 선발 경쟁에서 밀린다 하더라도, 궈홍즈의 마이너리그 옵션이 모두 소진되는 바람에 그를 밀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기 때문.


원래 다저스는 박찬호를 제외한다면, 로아이자까지 5명의 선발투수와 마무리 다카시 사이토, 셋업맨 조나단 블랙스턴, 조 베이멀, 궈홍즈, 스캇 프록터 그리고 루디 시네즈까지 모두 11명으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다저스가 투수진을 12명으로 꾸리면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이 생긴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사실 경기 일정이 느슨한 4월에 12명으로 투수진을 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5선발조차도 등판 기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두 세 번씩 생기는 시즌 초에 투수를 그렇게 많이 기용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시네즈가 빠졌기에 문제는 달라진다. 시범경기에서 16이닝 동안 단 3개의 자책점만을 허용하며 1.69의 철벽 방어율을 자랑한 박찬호는 당당히 11명의 투수진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 충분히 실력을 보여주자, 그 결과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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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25명의 명단은 28일에 결정된다는 현지의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박찬호는 30일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그 말을 뒤집어서 본다면 30일 경기에 뛰는 선수는 25인 로스터에 들어갔거나, 그게 아니면 최소한 그 경기가 끝난 뒤 부담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 있는 다저스 팜 출신의 유망주이어야만 한다.


박찬호 같은 베터랑 초청선수에게는 로스터 제출 시기 이전에 방출이냐 잔류냐를 결정해서 통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분의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들은 그 운명이 결정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찬호의 최종 행보는 결정되지 않았고, 30일 등판까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아직 정식 발표는 없기 때문에 100%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저스 프런트 진이 완전히 예상 밖으로 마이너리그의 유망주를 올리지 않는 한 박찬호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이면에는 확실할 것이라 믿었던 선발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한 몫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깨가 거의 망가지다시피 한 제이슨 슈미트는 돌아온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투구가 가능할지 조차 의문인 상황. 그렇다면 그 보험으로 궈홍즈와 박찬호를 함께 데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일단 매우 어둡던 상황에서 빛이 비취기 시작했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지도 몰랐던 다저스의 초청선수 신분에서 실력으로 메이저리거가 될 찬스다. 앞으로 이틀. 그 안에 모든 것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