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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 메이저리그 시즌 전망(1)-아메리칸 리그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8.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 스포츠의 진리지만, ‘예상’만큼 스포츠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도 드물다. 특히 야구라는 스포츠는 더더욱 그렇다. 숫자놀음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야구는 통계와 분석을 통해 다음 시즌의 성적을 미리 점쳐볼 수 있기 때문.

매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무수히 쏟아지는 ‘시즌 전망’은 일견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예상과 예측이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에 대한 나름대로의 식견을 가진 팬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시즌 전망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시즌이 끝난 후 당초 자신의 예상이 얼마나 맞아들어갔는 지를 다시 돌아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메이저리그에 대한 전망을 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아메리칸 리그 각 팀들에 대한 전망을 해보고, 다음에는 내셔널 리그를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각종 타이틀 수상이 예상되는 선수들까지 둘러보려고 한다.(아래의 팀 순서는 알파벳 순이며, 괄호 안의 성적은 2007년 기준이다)

▷ 동부지구

○ 볼티모어 오리올스(69승 93패, 동부지구 4위)

의외성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100% 확실한 순위 예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예측을 굳이 해본다면 ‘볼티모어=2008시즌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라는 것이 아닐까. 에이스 에릭 베다드와 주포 미겔 테하다까지 트레이드해버린 이 팀에 더 이상 희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3할 23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최고 타자로 떠오른 닉 마카키스(25)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만이 유일한 낙이다.

○ 보스턴 레드삭스(96승 66패, 동부지구 1위)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지난해의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듯 했으나, 부상이 모든 것을 뒤바꾸어 버릴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전반기를 날린 커트 쉴링을 비롯해 20승 투수 자쉬 베켓과 J.D. 드류가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에 불참했다. 그 덕에 현지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의 순위 예상에서는 대부분 뉴욕 양키스에게 밀려 지구 2위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클랜드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기복심한 피칭을 보였던 마쓰자카와, 홈런포를 가동하며 2경기에서 5타점을 쓸어담은 매니 라미레즈의 시즌 성적에 따라 팀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아무리 앞날이 기대된다 하더라도 클레이 벅홀츠와 존 레스터는 경험이 일천한 신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커트 쉴링이 후반기에도 나오지 못한다면,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를 보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 뉴욕 양키스(94승 68패, 동부지구 2위)

지난해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한데다가 레드삭스와는 달리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도 없다. 타격은 여전히 리그 최강. 스포츠 전문지인 SI.com과 세이버매트리션들의 PECOTA 예상순위에서는 모두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PECOTA 예상순위에서는 보스턴은 와일드카드조차도 확정짓지 못했다.

보스턴과 마찬가지로 선발진에 신인이 두 명이나 포함되었지만, 타격에서 불안요소가 없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바비 어브레유와 제이슨 지암비는 스테로이드보다도 더 무섭다는 ‘FA로이드’ 주사를 맞았다.(올해를 끝으로 FA가 됨) 필 휴즈와 이안 케네디 둘 중 하나가 실패해도 조바 쳄벌린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도 양키스가 나아보이는 이유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또다시 어이없게 주저앉을지 몰라도, 페넌트레이스에서만큼은 레드삭스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 템파베이 레이스(66승 96패, 동부지구 5위)

젊은 패기와 재능으로 똘똘 뭉친 템파베이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팀 가운데 하나다. 1998년 팀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90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지만, 올해는 5할 승률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27일)까지의 시범경기에서 레이스는 17승 6패(.739)의 압도적인 승률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스캇 카즈미어와 제임스 쉴즈를 필두로 한 선발진에 카를로스 페냐와 칼 크로포드 등이 이끄는 타선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거기다 시즌 중반이면 투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에반 롱고리아(3루수)와 데이빗 프라이스(선발)까지 빅리그로 올라올 예정. 이 팀의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83승 79패, 동부지구 3위)

토론토의 선발 5명이 모두 3점대 방어율에 두 자리 승수를 챙긴다 하더라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암운을 그들을 떠날 줄을 모른다. 이미 마무리 B.J. 라이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통째로 날려버릴 징조가 보여 노심초사하고 있고, 트로이 글로스와 바꾼 ‘유리몸’ 스캇 롤렌은 4월 한 달을 쉬고 시작할 예정이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지켜왔던 지구 3위 자리마저 템파베이에게 내줄 가능성이 크다.

▷ 중부지구

○ 시카고 화이트삭스(72승 90패, 중부지구 4위)

지난해 기록한 .444의 승률은 1989년 이후 최저였다. 3년 전 99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를 재패한 이후 쇄락의 길을 걸었던 것이 사실. 거포 닉 스위셔와 공수가 뛰어난 유격수 올랜도 카브레라, 쿠바 홈런왕 알렉세이 라미레즈 등을 영입해 타격면에서는 한층 강해졌다. 하지만 마크 벌리와 하비어 바즈케즈를 제외하곤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타격으로 극복하기엔 같은 지구에 속한 아래의 두 팀이 너무나 강하다. 올해 당장은 5할 승률로의 복귀가 현실적인 목표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96승 66패, 중부지구 1위)

지난해 37승을 합작한 원투펀치는 올해도 건재하다. 2005년부터 2년 연속 15승을 거뒀던 제이크 웨스트브룩은 시범경기에서 3승 무패 방어율 ‘제로(14이닝 무실점)’를 기록하며 부활을 신고했다. 안정된 선발진과 믿을만한 불펜, 그리고 짜임새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타선까지. 전력 보강에 성공한 디트로이트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지난해 5점대 방어율과 8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도 리그 세이브 1위(45세이브)에 오른 마무리 조 보로스키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올해도 지구 1위가 유력하다.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88승 74패, 중부지구 2위)

‘이반 로드리게스가 8번을 치는 팀’이라는 인식 때문에 엄청난 전력 보강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작정 그들의 타선에 현혹되어선 곤란하다. 션 캐이시와 채드 더빈이 에드가 렌테리아와 돈트렐 윌리스로 바뀌었고, 브랜든 인지 대신 미겔 카브레라가 3루수를 맡게 되었지만, 이것이 지난해 클리블랜드와의 8승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시범경기에서 16.2이닝 동안 25안타 15볼넷을 허용한 윌리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신인시절이던 2006년부터 2년 연속 200이닝(포스트시즌 포함)을 소화한 에이스 저스틴 벌렌더가 데드암 증상이라도 겪게 된다면, 그들의 야망은 한낮의 꿈으로 사라져 버릴 가능성도 있다.

○ 캔자스시티 로열스(69승 93패, 중부지구 5위)

괜찮은 중장거리 타자 호세 기옌(23홈런 99타점)의 영입은 괜찮았지만, 그 결과로 얻게 된 건 이제 100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다. 그래도 에이스 길 메쉬를 비롯해 브라이언 베니스터, 잭 그라인키, 알렉스 고든, 빌리 버틀러, 호아킴 소리아 등의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신임 트레이 힐먼 감독의 지도력 여하에 따라, 미네소타를 밀어내고 5년만의 탈 꼴지를 노려볼 만하다.

○ 미네소타 트윈스(79승 83패, 중부지구 3위)

팀 관계자들로서는 다소 충격이겠지만, SI.com과 PECOTA는 중부지구 최하위로 로열스가 아닌 트윈스를 예상했다. 그만큼 요한 산타나와 토리 헌터를 떠나보낸 이 팀의 앞날은 어둡다. 저스틴 모노와 조 마우어가 분발하고 막강한 마무리 조 네이선이 활약한다고 해도, 선발 투수진은 답이 없다. 슬라이더를 봉인했다도 해도, 수술 후 겨우 복귀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가 150이닝 이상을 던진다면, 그는 제 2의 마크 프라이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나마 리리아노를 보호하고 아끼는 것이 내년을 위한 길이다.

▷ 서부지구

○ LA 에인절스(94승 68패, 서부지구 1위)

결국은 2선발 켈빔 에스코바가 시즌 아웃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에이스인 존 랙키도 한 달 이상 결장할 예정. 이로써 무게의 추는 오히려 시애틀로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유망주들이 넘쳐나는 터라 당장 투수자원이 모자라진 않겠지만, 지구 1위 자리를 지켜야하는 에인절스의 입장에서는 속이 탄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토리 헌터의 영입으로 인한 타격 보강은 아무런 위로가 될 수 없다. 지난해 화이트삭스가 보여줬던 몰락을 올해 에인절스가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 시애틀 매리너스(88승 74패, 서부지구 2위)

지구 내 유일한 라이벌 팀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고, 자신들은 알찬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2001년 이후 7년 만에 지구 1위를 탈환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절호의 찬스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 5명이 모두 지난해 10승 투수로 꾸려진 팀은 시애틀뿐이며, 철벽 마무리 J.J. 풋츠도 건재하다. 타격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지난해 2할의 타율(.205)을 기록한 리치 섹슨이 그보다 못할 리는 없기에 그 자체로 상승효과나 마찬가지. 빌 바바시 단장은 알 수 없는 팀 운영으로 2004년 63승의 팀을 3년 만에 88승으로 이끌었고, 올 시즌 후엔 영웅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76승 86패, 서부지구 3위)

오클랜드의 선수들 개개인은 전혀 무섭지 않다. 하지만 빌리 빈 단장과 타자들의 참을성은 무섭다. 생소한 선수들이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특유의 볼넷신공은 보스턴과의 개막전에서 여전한 위력을 발휘했다. 부상만 없다면 요한 산타나와도 견줄 수 있다는 에이스 리치 하든이 25경기만 등판해 준다면 5할 승률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하든은 지난 3년 동안 모두 합쳐서 14번 선발 등판했다.

○ 텍사스 레인저스(75승 87패, 서부지구 4위)

대충 보면 투타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레인저스는 그러한 상태로 지난해 후반기 5할 승률(37승 37패)을 기록했었다. 워낙에 부실한 선발진이라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자쉬 해밀턴과 밀튼 브래들리라는 두 명의 말썽꾸러기가 더해진 이 팀의 타선이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과 어우러진다면, 상위 팀에게 한 방 먹일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각자가 자신이 예상한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을 댓글로 남겨준다면, 그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조금 둘러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필자의 예상은 동부지구는 양키스, 중부와 서부는 인디언스와 매리너스, 그리고 와일드카드 레드삭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