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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 월드시리즈 전망 - 하멜스와 릿지가 필리스를 챔피언으로 이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21.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주관 방송사인 FOX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시리즈의 흥행과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는 전국구 인기팀이기도 하며, ‘매니 라미레즈를 버린 보스턴’ vs ‘매니 라미레즈를 얻은 다저스’라는 흥미로운 구도를 지니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이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았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


하지만 매니가 없는 보스턴도, 매니를 얻은 다저스도 월드시리즈에 올라오지 못했다. 이들을 제압하고 최종전에 오른 주인공은 창단 10년 만에 ‘만년 꼴찌’의 오명을 벗고 챔피언에 도전하는 템파베이 레이스와, 28년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다.


서로 리그가 달랐고, 인터리그 일정조차 없었기에 올 시즌 맞대결 전적이 없는 두 팀. 이들이 맞붙은 건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나, 두 팀 모두 당시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팀이 된 터라 의미가 없다. 어떠한 상대전적이나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두 팀이 치르는 월드시리즈. 사무국과 방송사의 배가 아프든 말든 관계없이 야구팬들이 보고 즐기기에는 최고의 매치업이다.


▶ ‘특급 에이스’ 콜 하멜스 vs 든든한 4인 로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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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 모두 디비즌 시리즈부터 줄곧 이어져왔던 선발 로테이션을 그대로 가동할 예정이다.(음영으로 표시된 쪽이 홈경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를 치른 필라델피아는 에이스 하멜스만이 3경기에 등판했고, 11경기를 치른 템파베이는 소넨스타인(2경기)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전부 3번씩 등판했다.


템파베이는 카즈미어(1승 4.02)를 비롯해 쉴즈(1승 2패 3.72)와 가르자(2승 1패 3.32), 소낸스타인(2승 3.46)까지 4명의 선발 투수가 모두 포스트시즌에 일정 기준 이상의 피칭을 해왔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챔피언십 시리즈가 끝난 후 이틀 밖에 쉬지 못했기 때문에, 정규시즌부터 계속 이어져 온 피로를 충분히 풀 만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다. 이들은 쉬지도 못하고 6개월이 아닌 7개월의 정규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3선발 모이어(2패 13.50)가 포스트시즌 들어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2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2선발 마이어스(5.25)도 다저스와의 시합(5이닝 5실점)에서는 좋지 않았다. 그나마 4선발 조 블랜튼(1승 3.27)이 제 몫을 해줬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이자 3번의 등판에서 22이닝 동안 고작 3실점하며 1.23의 평균자책점으로 3승 무패를 기록한 ‘이제는 특급 에이스’ 콜 하멜스가 버티고 있다. 마치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견인한 자쉬 베켓이 연상되는 빼어난 피칭.


하멜스가 버티고 있는 한 필라델피아가 선발 싸움에서 템파베이에 밀릴 이유는 전혀 없다. 좌완 에이스 간의 맞대결인 1,5차전에서 두 번 모두 승리하게 된다면 시리즈를 매우 쉽게 풀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게 지워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하멜스는 그러한 기대를 걸어도 될 만큼의 훌륭한 투수다.


▶ ‘최강 마무리’ 릿지 vs 상처 입은 TB 불펜

2008년 최고의 마무리는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62세이브 7블론)가 아니라 41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100%의 성공률을 보인 필리스의 마무리 브래드 릿지다. 그리고 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7번 등판해 5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최종 마무리 싸움에서는 필리스가 월등히 앞선다.


템파베이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안정적인 불펜이었다. 하지만 그 튼튼하던 계투진은 보스턴과의 7차전을 치르는 동안 쉽게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말았다. 정규 시즌 동안 팀의 승리를 책임져왔던 그랜트 발포어(6승 2패 4세이브 1.54)와 댄 휠러(5승 6패 13세이브 3.12)가 보스턴과의 5차전에서 각각 4점과 3점을 허용하며 기적 같은 역전패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것은 J.P. 하웰(6승 1패 3세이브 2.22)이었으며, 팀의 마무리인 휠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만 두 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릿지를 비롯한 필라델피아 불펜은 9경기에서 28.2이닝 동안 6점(평균자책점 1.88)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템파베이(3.31)의 불펜 평균자책점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대역전패의 기억은 곧바로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살아나는 PHI 타선 vs 활활 타오르는 TB 타선

현 시점에서 양 팀 타선의 비교는 단연 템파베이의 우세다.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무려 7홈런 15타점을 기록한 공포의 2번 타자 B.J. 업튼(.304)을 비롯해 에반 롱고리아(6홈런 11타점 .262), 카를로스 페냐(3홈런 8타점 .333), 윌리 아이바(2홈런 7타점 .367), 칼 크로포드(6도루 .302) 등의 젊은 타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고 있다. 특히 정규시즌 내내 9홈런에 그쳤던 업튼의 계속되는 홈런포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인 만큼 상대 투수의 컨디션과 피칭에 따라 큰 기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11경기 가운데 7번은 6점 이상을 뽑으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지만, 나머지 4번의 시합은 모두 3득점 이하에 머물렀다. 필라델피아의 에이스인 하멜스가 지금의 컨디션으로 등판한다면 많은 점수를 주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11경기에서 64점(평균 5.82점)을 뽑은 템파베이에 비하면 9경기에서 40득점(4.44점)에 그친 필라델피아의 타선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경기였기에 9번 타자로 투수가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필리스에도 쉐인 빅토리노(2홈런 11타점 .281)와 팻 버렐(3홈런 7타점 .300) 같이 좋은 타겨감으로 팀 타선을 주도해 온 선수들이 있다. 또한 48홈런 146타점으로 정규시즌 홈런-타점 1위를 차지한 라이언 하워드가 LA 다저스와의 마지막 3경기에서 6안타를 몰아치며 타격감 조율을 끝냈다. 채이스 어틀리(1홈런 5타점)는 언제든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선수.


매니 라미레즈가 5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는 등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만 2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했음에도 필리스의 타선은 그 이상의 위력을 과시하며 상대를 제압했다. 타격 전 양상이 펼쳐진다면 정규시즌에서 214홈런 799득점(NL 2위)을 기록한 필라델피아가 지명타자를 기용하고도 180홈런 774득점(AL 9위)에 머문 템파베이에게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 최강 내야 수비 vs 균형 잡힌 수비

수비의 경우는 두 팀 모두 정규시즌 내내 90개의 실책만 범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한다. 채이스 어틀리(2루수)-지미 롤린스(유격수)-페드로 펠리즈(3루수)라는 골드 글러브급 수비수로 내야를 구축한 필리스와 특별한 구멍 없이 전반적인 수준이 높은 템파베이의 수비력은 서로 박빙이라 할 수 있다.


단, 템파베이의 신인 3루수 에반 롱고리아가 보스턴과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개의 에러를 범하며 수비리듬이 흐트러졌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5차전에서의 실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었다. 또한 그 경기 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6,7차전에서는 6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부족한 경험이 약점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투구나 타격보다는 수비에서일 가능성이 더 크다. 과연 롱고리아가 정신적으로 극복하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다.


▶ 승리 팀 예상

필라델피아는 난적 밀워키 브루어스를 시리즈 스코어 3-1로 일축하더니,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매니 라미레즈가 버틴 LA 다저스마저도 4-1로 가볍게 따돌리고 월드시리즈에 선착했다. 7차전까지 치르느라 이틀 밖에 쉬지 못한 템파베이와는 달리, 일주일 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덕에 투수진의 피로도가 전혀 없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크나큰 이점이다. 투수진에서는 하멜스-릿지가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어틀리-하워드의 방망이만 힘차게 돌아가면 승부의 추는 생각보다 쉽게 필리스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템파베이가 본인의 예상을 두 번이나 연거푸 깨고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왔지만, 필라델피아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두 번 모두 상대를 손쉽게 제압하고 올라왔다. 필라델피아가 2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두 손 높이 들어 올리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본 칼럼은 2008시즌 MLB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김홍석의 야구스페셜][야구라의 뻬이쓰볼]이 공동으로 기획한 것으로, 각자가 맡은 팀의 장점만을 부각시켜 해당 팀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전망하는 새로운 형식의 글이다. 본문 중에는 글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약간의 과장과 거친 표현을 사용했음을 밝혀둔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