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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새 단장 취임한 필라델피아, ‘길릭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1. 3.


2008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팻 길릭 단장의 뛰어난 수완을 가장 먼저 꼽는다.


실제로 71세의 길릭은 3년 전 부임해 정체되어 있던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더니, 부임 3년 만인 올해 28년 만의 우승을 필라델피아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노령의 길릭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오래 전부터 밝혀왔었고, 10월 31일부로 계약 기간이 종료된 팀은 그를 대신할 신임 단장을 찾아야 했다. 당초 새로운 인물을 물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는 구단 운영진이 그 동안 부단장으로 길릭을 보좌해왔던 루벤 아마로 주니어(43)를 내부 승격시키기로 결정했으며, 한국시간으로 4일 공식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은퇴하는 길릭은 지난 1977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창단과 더불어 단장의 중책을 맡은 이후 29년간의 메이저리그 단장 생활을 뒤로한 채 일단은 야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만 그를 떠나보낸 필리스의 내년 시즌은 다소 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리스 이전에 길릭이 맡았던 팀들은 그를 떠난 보낸 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길릭의 첫 부임지로 무려 18년간이나 몸 담았던 토론토는 창단 8년 만에 첫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등, 92년과 93년에는 연거푸 월드시리즈를 재패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94년 길릭이 팀을 떠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을 잔치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두 번째였던 볼티모어(95~98)에서도 길릭은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며 두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96~97)을 일구어냈다. 하지만 길릭은 4년 만에 떠났고, 97년은 아직까지도 볼티모어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으로 기억되고 있다.


길릭은 시애틀(00~03)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켄 그리피 주니어라는 팀 내 최고 스타의 트레이드라는 난관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잘 추스르며 2년 연속으로 매리너스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치로의 영입과 그 효과로 인한 2001년의 116승이라는 성적을 포함해 4년 연속 90승 이상을 거두는 등, 4년 통산 393승이라는 승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매리너스는 그 이후 포스트시즌과는 너무나도 먼 팀이 되고 말았다.


길릭은 빅 마켓 팀에 어울리는 단장이다. 없는 돈을 효과적으로 쓰기 보다는 필요한 곳에 과감한 투자를 할 줄 아는 인물인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일각으로부터 팜 시스템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유망주를 주고 좋은 선수를 얻어오는 트레이드는 잘하지만, 자신의 팀에서 좋은 선수를 내주면서 상대 팀의 유망주를 얻어오는 트레이드에서는 곧잘 손해를 보곤 했다. 덕분에 그가 떠난 팀은 강한 메이저리그 선수단과 황폐해진 팜 시스템만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그것은 현재의 필리스(BA 선정 팜 랭킹 22위)도 마찬가지다.


길릭을 떠나보내고 초보 단장고 함께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내년 시즌을 맞이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과연 그들은 이러한 ‘팻 길릭의 저주’에서 예외로 기록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로 신임 단장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