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뉴스를 보면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때문에 야구계를 떠났던 김진우가 다시금 컴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하고 있다. 도대체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뭔지는 알고 하는 소리일까?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가장 최근에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시달린 선수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릭 엔키엘이다. 2000년 21살의 주목받는 신인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엔키엘은 시즌 막판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그를 디비즌 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내보낸다. 정신적으로 약했던 엔키엘은 자신을 향한 과도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서 갑자기 폭투와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고, 그 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게 되었다.
데릭 지터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양키스의 4회 우승을 이끌었던 2루수 척 노블락은 야수로서는 드물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시달리다 은퇴한 케이스다. 로베르토 알로마라는 희대의 2루 수비수에게 밀려 골드 글러브 수상은 1회에 그쳤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2루 수비를 자랑하던 노블락은 1999년부터 갑자기 1루로의 송구가 빗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외야수로의 전향을 시도했으나 그마저도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하고 말았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이처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떠한 심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토론토의 에이스 로이 할라데이는 자신의 투구폼과 구질 등을 송두리째 바꾸고서야 간신히 이겨낼 수 있었다.
과연 김진우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것이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때문일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선수의 투구나 송구가 어떠한지를 본 사람이라면 김진우에게 그것을 적용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진우가 부진하던 당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받은 것은 훈련 부족으로 인한 몸만들기의 실패였다. 김진우와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져본 지인의 말을 들어봐도 그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한 술과 러닝 부족에서 오는 하체의 부실함 때문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훈련만 열심히 한다면 예년의 그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충분한 훈련을 통해 만족할 만한 몸을 만든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러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강한 하체는 투수의 생명과도 같다. 강인한 하체 근육을 통해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할수 있게 된 후에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김진우가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었다면 그가 투수로서 복귀에 성공할 가능성은 2%미만일 것이다. 때문에 그런 의혹조차도 달갑지 않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어린 투수가 잠시간의 방황을 한 것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런 선수가 이대로 일종의 정신병인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는 이름하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김진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라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때문이라며 부진의 원인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러한 핑계를 대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엄하게 꾸짖고 단련한 뒤 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한 순간의 치기로 자신을 망치는 선수는 이미 세상을 떠난 ‘슈퍼 베이비’ 박동희 한 명으로 충분하다.
김진우 선수의 복귀와 이후의 훈련 과정 모두가 순조롭게 이어지길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