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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WBC가 내게 남긴 몇 가지 후유증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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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의 열띤 경쟁이 펼쳐졌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끝나 버렸네요. 오늘 아침 잠에서 깬 후 당장 오전에 볼 경기가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더군요.^^;

WBC는 끝이 났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네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1. 피곤에 절은 피부와 퀭한 눈

3월 들어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잔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것도 틈틈이 낮잠을 잤기에 가능했지, 실제로 밤에 잠자리에 누워있었던 시간은 4시간도 채 되지 않을 것 같네요. 직업상 전 이번 WBC에서 치러졌던 51경기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다 봐야만 했습니다.

기사도 써야하고 틈틈이 포스팅도 해야 하고, 각국의 상태도 모두 점검해야 하고, 제가 쓴 글에 달린 댓글도 일일이 모니터해야하고,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군요.

그렇게 한 달여를 지냈더니, 남은 것은 푸석푸석해진 피부와 퀭하니 움푹 들어간 눈뿐입니다. 밥을 제 시간에 챙겨먹지 못해서,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경기를 보거나 기사를 쓸 때면 화장실 가는 것까지 참았더니 아랫배에 묘한 통증까지 있군요.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T.T

2. 트래픽 폭탄

MLBspecial.net의 이번 달 방문객은 3월 25일 현재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블로그 개설 이후 최고 수치입니다. 작년 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의 트래픽도 25만에 조금 못 미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 중의 절반이 어제 블로거뉴스로 송고했던 <WBC 준우승, 패배보다 더욱 서글픈 것은...>으로 인한 트래픽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하나의 글이 10만 이상의 트래픽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네요.

덕분에 이번 달 에드센스 수익도 100달러가 넘어갔습니다. 한 달 수익이 40달러를 넘은 것도 처음이네요. WBC에서의 좋은 성적이 야구 붐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경험은 다시 할 수 없겠죠. 그냥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방문객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블로거뉴스를 통한 트래픽은 대부분 1회성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은 얼마 되지 않죠. 실제로 가장 신경 쓰는 RSS 구독자는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WBC라는 큰 이슈에 편승했을 뿐이지요. 야구 시즌이 개막하는 4월부터는 정말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야구시즌과 <야구타임스>에 대한 기대

개인적으로는 이번 WBC에서의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도 그렇지만, <야구타임스>의 편집인으로서도 그렇죠. 저에게는 일석이조였다고나 할까요?^^

이번 준우승이 곧 개막할 4월의 야구시즌에 좀 더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와 더불어 <야구타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WBC 기간 동안 <야구타임스>도 적지 않은 페이지뷰를 기록했거든요. 단순한 기대로 끝날지, 아니면 현실로 나타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에 안산의 돔구장 건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그 장소나 방법 등에 대해서 개인적인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쁜 소식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야구 인프라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번 WBC를 통해 야구에 대한 좋은 인식과 지원이 이어진다면 개선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해 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일들이니까요.


WBC의 열기가 프로야구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힘을 얻은 박찬호와 이승엽 선수도 반드시 팀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추신수도 마찬가지구요.

WBC 때문에 3월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내셨던 모든 분들, 적어도 4월이 지나기 전에 꼭 한 번씩 야구장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고한 김인식 감독님 이하 모든 대표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3주 동안 정말 행복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