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간 '부산고 3인방' 박동희-염종석-주형광

by 카이져 김홍석 2009. 4. 9.


지난 4월 5일 사직구장에서는 경기에 들어가기 앞서 부산 야구 팬들의 큰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한 선수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92년도 고졸 신인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롯데의 두 번째 우승을 견인했던 염종석이 코치 연수를 떠나기 전 부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것입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92년 당시, 모태신앙으로 롯데 팬이 된 저에게 염종석의 등장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전 당시 부산 중학교에 재학중이었고, 당연히 고등학교도 부산고로 갈 줄 알았기에(실제로는 최대 라이벌인 경남고로 갔습니다^^;) 선배인 염종석의 멋진 모습이 뇌리에 깊게 박혀버렸죠.


사실 염종석은 커리어를 놓고 봤을 때는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닙니다.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것은 92년(17승 9패 6세 2.33)와 93년(10승 10패 7세 3.41)뿐, 그 후 15년 동안은 합쳐서 66승에 그쳤죠. 때문에 일부 안티로부터는 '2년 잘하고 15년을 먹고 산 선수'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92년 당시 그를 통해 큰 기쁨을 맛 봤던 롯데 팬들은 결코 그를 욕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통산 93승 133패 14세이브 방어율 3.76의 성적을 남기고 그는 떠나갔습니다. 아쉽게도 그토록 이루고 싶어했던 통산 100승은 달성하지 못했죠. 그리고 그건 제가 사랑했던 또 다른 2명의 부산고 출신 롯데 에이스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야구팬이 된 것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직 구장에 처음으로 갔던 91년 어느 경기에서 박동희의 경기를 봤기 때문입니다. TV를 통해서만 봤고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야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재미있는 스포츠인지를 그 날 경기를 통해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전 박동희 선수의 팬이 되었습니다.


박동희 만큼 롯데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선수가 있었을까요. 아마추어 시절 국제 대회에서 노모 히데오와 비교되기도 했던 그는 '제2의 선동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1990년 롯데에 입단했죠. 첫해 10승 7패 3.04의 좋은 성적, 2년차였던 91년에는 14승 9패 방어율 2.47로 두각을 나타내며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그때가 마지막 10승이었죠. 이후 마무리로의 변신,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1년을 끝으로 일찌감치 프로생활을 마무리 합니다. 통산 59승 50패 58세이브 방어율 3.67이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말이죠. 2007년 3월 교통사고로 인한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전 혼자 집에서 조용히 그를 위해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제 사춘기 시절 우상이었던 그를 위해서 말이죠...

93년 여름의 어느날, 전 집에서 제가 갈 고등학교라고 생각했던 부산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끄는 한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 기대대로 롯데에 입단했습니다. 바로 주형광이었습니다.


반짝 활약에 가까웠던 염종석-박동희와 달리 주형광은 오랜 시간 동안 롯데의 에이스로 활약했습니다. 두 번의 준우승을 견인했고, 5번의 10승 시즌을 보냈죠. 3년차였던 96년에는 18승 7패 방어율 3.36의 좋은 성적으로 최고 투수 반열에 우뚝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99년(13승 12패 3.98)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하지 못한 그는 결국 이후 8년 동안 1군과 2군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습니다. 통산 87승 82패 9세이브 3.83이라는 성적을 남기고 말이죠. 역시 100승에는 한참이나 모자랐습니다.

롯데팬이라면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이들 '부산고 에이스 3인방'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100승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하여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네요.

너무나도 좋아했고, 응원했던 선수들이라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사춘기 시절 제게 꿈을 보여주며, 저를 열혈 야구팬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들이니까요.

그러고보니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선수가 생각이 나네요. 좀 있으면 딱 9년이 되는군요, 그가 그라운드에 쓰러진지...


임수혁 선수... 반드시 다시 일어나셔서 위의 사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시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